▲농촌에서 가장 맛있고, 즐거운 간식, 새참을 먹고 있다.
조종안
상토 담당인 황인동 아저씨가 "엊저녁에 누구네 집 제사 지냈대?"라고 외치기에 무슨 일인가 하고 고개를 돌리니 마당 한쪽에 새참이 걸쭉하게 차려진다.
새참은 예나 지금이나 농촌에서 가장 즐거운 간식이다. 막걸리와 각종 음료수, 수박, 바나나, 찐 달걀, 묵무침, 돼지고기 수육, 마른오징어 등 간단하면서도 푸짐하다. 색깔도 곱다. 잘 삶아진 수육이 입맛을 당긴다. 수육 한 첨에 김치를 포개 입에 넣으니 돼지고기 특유의 고소한 맛이 입안에 감돈다. 이만한 자리에서 한 잔 순배가 빠질 수 없다.
"조 선생요, 이리 와서 한 잔 허쇼. 내 얼굴도 잘 나오게 찍어주고··· 허허"유종록 할아버지가 기자를 부르더니 막걸리를 권한다. 마시지는 못하지만 정겹기 그지없다.
이기홍 이장은 이 집이 '쌈터'라고 했다. 60년 전 이곳에서 태어나 학교도 다니고, 지금의 아내(58)와 결혼도 하고, 건넌방에서 첫날밤을 보내고 신혼살림을 시작했단다. 그는 평생 농사꾼으로 살았지만, 부모에게 물려받은 초가집을 아내와 함께 벌어서 새 건물로 중축하고, 자식 셋 건강하게 키워냈으니 대장부 살림살이 이만하면 족하지 무엇을 더 바라겠느냐"고 되물으며 껄껄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