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여성 최초 베스트셀러 마야 안젤루 타계

오바마대통령으로부터 자유메달 수상, 향년 86세로 사망

등록 2014.05.29 09:07수정 2014.05.2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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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류 작가 마야 안젤루의 타계를 보도하는 영국 BBC 갈무리. ⓒ BBC


1928년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태어난 소녀는 세 살 때 부모가 이혼하면서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소녀는 여덟 살 때 어머니의 남자 친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그 남자는 감옥에 다녀온 후 삼촌들에게 맞아 죽었다.

소녀는 이 모든 끔찍한 일이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했고, 5년 넘도록 단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았다. 실어증을 앓는 동안 소녀는 주변 세계를 유심히 관찰했고, 책을 읽었다. 또래 대신 윌리엄 셰익스피어, 찰스 디킨스, 에드가 앨런 포 등이 친구가 되어줬다. 차츰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 소녀는 마침내 말문을 열었다.

열여섯 살의 미혼모가 된 소녀는 생계를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레스토랑 종업원, 나이트클럽 댄서, 심지어 성매매까지 했다. 하지만 소녀는 문학으로 다시 일어섰고, 직접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흑인 여성 최초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고, 대통령 취임식에서 축시를 낭송했다.

세계적인 흑인 여류 시인이자 시민운동가, 배우, 교수인 마야 안젤루가 눈을 감았다. AP, CNN, BBC 등 주요 외신은 29일(한국시각) 안젤루의 타계 소식을 일제히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향년 86세.

순탄치 않았던 어린 시절을 보냈으나 문학을 향한 열정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안젤루는 1969년 발표한 자전적 소설 '나는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아네'로 흑인 여성 최초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이 작품으로 단숨에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안젤루는 시인, 소설가, 극작가, 강연가는 물론이고 직접 음악을 만들고, 배우가 되어 영화에도 출연하는 등 다양하고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여성과 흑인 인권에도 관심을 가진 안젤루는 시민운동가로서 자신처럼 많은 사람에게 용기와 영감을 불어넣었다. 또한 바쁜 와중에도 문학의 끈을 놓지 않으며 수많은 작품을 발표했다.


문학가를 넘어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저명인사가 된 안젤루는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 취임식에서 축시 '아침의 맥박'을 낭송했고, 이 작품도 역시 밀리언셀러로 기록됐다.

또한 2011년에는 흑인 최초의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로부터 자유 메달을 수상했고, 정식 학위를 받지 못했지만 수십 개의 명예 학위를 받으며 노스캐롤라이나주 웨이크포리스트대학의 종신 교수가 됐다.

클린턴과 오바마가 스승처럼 여겼던 안젤루는 항상 행동할 것을 강조했다. "진정 희망을 원한다면 당신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것이 희망을 부르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충고했다.

고령으로 인해 최근 건강이 악화된 안젤루는 지난 23일 자신의 트위터에 "너 자신에게 귀를 기울여라, 그러면 그 고요함 속에서 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라는 마지막 글을 남겼다.
#마야 안젤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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