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34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오후 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를 방문한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가 일부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으며 참배하고 있다. 두 대표 사이에서 광주광역시장 윤장현 후보(가운데)가 수건으로 땀을 닦고 있다.
남소연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 광주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부모다. 자식이 어떤 결정을 할 때 사전에 부모와 합의 못한 것에 서운할 수 있지만, 자식이 가서 머리 숙이고 잘 말씀 드리면 광주 시민들의 마음이 녹을 것이다."안철수 새정치연합 대표가 광주에서 '계란 봉변'을 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 이틀 전인 지난 15일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공보단장이 한 말이다. 당 지도부가 전격적으로 결정한 '윤장현 전략공천' 후폭풍을 잠재우기 위해 김한길·안철수 두 대표가 주말 동안 광주를 방문할 것임을 알리며 나온 설명이다. 그러나 계란 봉변 사태에서 보듯 '부모'의 마음은 쉽게 녹지 않고 있다.
이에 새정치연합은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 지원에 발 벗고 나선 상태다. 특히 안 대표가 바빠졌다. 안 대표는 2주 새 광주를 세 번 방문하며 광주에 '올인'하고 있다. 지난 17일~18일, 지난 24일 광주를 찾았던 안 대표는 6월 1일 광주를 또 방문한다.
야당의 상징이자 텃밭인 광주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는 이변이 발생할 경우, 가장 큰 책임은 안 대표에게 지워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윤 후보가 '구 새정치연합' 때부터 안 대표와 함께 한 '안철수 사람'이라는 점에서 윤 후보 전략공천을 안 대표가 주도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터다. 결국 안 대표의 운명이 윤 후보에 달린 셈이다.
애타는 지도부 "윤장현을 살려내야 안철수를 살려낼 수 있다"지도부는 광주 시민에게 "안철수를 살려야 한다"라고 호소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안 대표의 미래가 광주 시민의 '한 표'에 달렸음을 알리며 정치적 선택을 요청하는 것이다.
안 대표는 지난 24일 윤 후보 지원유세에서 '정권교체'를 언급했다. 그는 "시민들께서 윤 후보를 시장으로 뽑아주시면, 광주에서 새로운 변화를 시작해 2017년 정권교체로 보답해 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날 동행한 김효석 공동선대위원장의 발언은 한 발 더 나갔다. 그는 "윤장현을 살려내야 안철수를 살려낼 수 있다"라며 "그래야 정권교체를 위한 희망이 생긴다"라고 외쳤다. 윤장현 후보의 당락에 안철수의 미래가 달렸고, 안 대표가 살아야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는 논리다.
지난 28일 광주를 찾은 김한길 대표 역시 "우리가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안철수 대표의 결단이 있었던 것인 만큼 광주시민이 안철수 대표에게 기회를 달라"라며 "광주에서부터 새로운 변화가 시작돼야 총선에서도 이길 수 있고 2017년 정권교체도 실현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29일 최재천 전략홍보본부장은 "2017년 정권교체와 대선승리를 위해 안철수 대표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광주 시민들이 공감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광주 여론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윤 후보는 전략공천에 반발해 탈당한 강운태 광주시장 무소속 후보에 비해 10~15%p 가량 뒤지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지난 27일 광주 지역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강 후보(46.8%)는 윤 후보(31.9%)를 14.9%p로 앞섰다(유선전화 ARS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중앙일보>가 22~26일 광주 시민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강 후보(37.8%)는 윤 후보(22.4%)를 15.4%p로 앞섰다(집전화와 휴대전화 RDD,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7%p). 광주지역 7개 신문·방송사가 공동으로 27일 광주 시민 11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강 후보는 36.7%를 얻어 26.8%를 얻은 윤 후보를 9.9%p 앞섰다(설문지 이용 임의 걸기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
광주지역 7개 신문·방송사 공동 조사 결과 가운데 '정당 지지도'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무당파가 50.4%로 나타난 것. 새정치연합 지지율은 37.4%로 폭락했다. 야당의 심장 '광주'에서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진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만큼 새정치연합을 바라보는 광주 시민의 시선은 냉랭하다.
윤 후보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안 대표 지지율도 함께 하락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26일 발표한 조사 결과(19세 이상 2565명 대상, 휴대전화와 유선전화 병행 RDD 방법,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1.9%p)에 따르면 5월 3째 주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안 대표는 11.5%를 기록해 4위를 차지했다.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문재인 새정치연합 의원-박원순 새정치연합 서울시장 후보 다음이다.
안 대표는 5월 첫째 주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2위, 둘째 주에는 3위를 기록했다가 4위로 밀려난 상황. 26일 YTN 여론조사(23~24일 조사, 720명 대상, 선전화+무선전화, 유선 RDD, 무선 엠브레인 패널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7%p)에서도 안 대표 지지도는 4위였다. 반기문 UN 사무총장-문재인-박원순 다음이다.
'정치적 선택' 앞에 놓인 광주 시민들, 안철수·윤장현 손을 들어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