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 유세 마지막날은 3일 오전 부산역 앞 광장에서 열린 서병수 새누리당 부산시장 후보 유세에서 선거 운동원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사진 포스터와 서 후보 사진 포스터를 함께 들고 있다.
이희훈
"투표하지 않으면 제일 나쁜 놈이 다 해먹는다"같은 시각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서는 안철수,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두 당대표가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습니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새누리당에 대한 심판을 촉구했습니다.
안철수 대표는 "대통령을 비롯한 여야의 정당과 정치 지도자, 정부 당국자 등 우리 사회의 책임 있는 모든 구성원들은 진정한 자기반성과 성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고, 김한길 대표는 "선거 후에는 결과를 떠나 모두가 달라져야 한다"며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 그리고 국민 앞에서 우리 모두는 패배자"라고 말했습니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스스로 한국사회의 대안정당이기를 포기한 것일까요? 야당의 존재감을 전혀 드러내지 못한 선거였다는 평가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이처럼 6.4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정국이 요동치면서 선거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각축전이 벌어지자, 여야 양당은 사력을 다해 한 표를 호소하는 분위기입니다. 과거의 잘못을 용서해 달라, 앞으로는 잘하겠다는 충정과 맹세는 흡사 2012년 총대선과 똑같이 오버랩 됩니다.
길거리에 나붙은 벽보만 해도 십수 장, 집으로 배달된 공보물도 수십 가지. 도무지 누가 누군지, 어떤 정책이 내 삶을 나아지게 할 것인지 알 수가 없고, 또 벽보에는 마치 금방이라도 국민적 요구를 전부 수렴할 것처럼 보이지만 당선된 후로는 홀딱 약속을 파기해버린 과거의 전례를 볼 때 과연 내가 던지는 이 한 표가 세상을 바꿀 힘이 있기나 한 것인지 묻고 또 되묻게 됩니다. 실제 제 주변 40대 앵그리 맘들은 "투표한들 무엇이 바뀌리"라는 자괴감을 쏟아내기도 합니다.
세월호 참사로 무려 288명이 목숨을 잃고 16명이 실종된 상태에서 치러지는 선거이기 때문에 유권자라면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한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투표에 임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지만 그 자체로 무슨 변화를 만들 수 있겠냐는 회의적 시각도 존재합니다.
양시양비 속에서 아예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포기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분도 계실 수 있고,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투표로 주인 된 도리를 다해야겠다고 결심한 분도 계실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마음을 정하셨습니까.
지난 5월 저는 팽목항에 다녀왔습니다. 흰 포에 싸인 아홉 구의 시신이 잇달아 해경 경비정을 타고 부두에 도착했지요. 침묵이 짓누르는 팽목항에서 그 어떤 이도 눈물짓지 않은 이가 없었습니다. 깊은 슬픔은 우리 모두의 억장이 무너지게 만들었지요. 이 슬픔 속엔 꽃다운 아이들 하나 제대로 지켜주지 못한 자괴감이 있었고, 스스로 무능력을 질타하는 한숨이배여 있었으며, 지지리도 무능력한 못난 어른이라는 부끄러움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최근 팟캐스트 라디오 <진중권의 정치다방>을 듣고 있다가 이런 구호가 귀에 박혔습니다. "그 놈이 그 놈이라고 투표하지 않으면 그 놈들 중 가장 나쁜 놈이 다 해먹는다." 어찌 보면 이 구호는 현실과 닮아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이대로 가만 있지 않겠다는 것은 우리들의 다짐이 됐습니다. 이대로는 더 이상 안 되겠다고 판단한다면 4일 무엇을 해야 할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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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맞는 심정' 손수조 반성엔 어떤 진심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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