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1인 시위' 기획자 조동원, 두 번째 사임

"할 일 다 끝났다... 1인 시위 캠페인은 과감히 추진한 당직자의 공"

등록 2014.06.05 11:42수정 2014.06.05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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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주세요" 피켓 든 윤상현 6.4 지방선거가 3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윤상현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도와주세요" 피켓을 들고 1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 들어서고 있다. 오른쪽은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 ⓒ 남소연


새누리당의 6.4 지방선거 '선방'의 동력이 됐던 1인 시위를 기획했던 조동원 홍보본부장이 선거 하루 뒤인 5일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음주 월요일에 열리는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 홍보본부장 직을 사임한다"라며 "최선을 다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새누리당 후보님들께 안타까움을 전하며 저의 부족함을 책망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지방자치단체 선거에 도전하신 모든 후보님들, 새누리당·새정치민주연합 후보님들 모두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기회가 되었기를 바라며, 훌륭한 목민관이 되시기를 늘 기원하겠다"라고 밝혔다.

조 본부장은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공신'으로 꼽혔다. 윤상현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1인 피켓 유세는 기존 새누리당 사람들은 생각도 못했던 것"이라며 "그런데 서청원·이완구·최경환·김무성 등 당내 인사들이 공공장소에서 '도와 달라'며 나홀로 유세를 했던 것이 지지층과 부동층을 끌어오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또 "이는 조 본부장의 아이디어였고 당료들이 반대하는 것도 밀어붙였다"라며 "야당이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국민을 지키겠습니다'로 '세월호 마케팅'을 했는데 우리는 심플하고 일관된 메시지를 계속 전달했다, 결국 '안전' 프레임이 아니라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을 도와야 한다는 프레임이 작동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부 전문가의 평가도 비슷하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소 부소장은 지난 3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새누리당의 1인 시위는 영남 보수층 결집용으로 매우 효과적이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꾸겠다'는 약속도 수도권 중도층에 효과적인 메시지"라며 "보수층·중간층이 듣고 싶어 하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조 본부장이 기획한 '크레이지 파티'도 상당히 입길에 올랐다. "누구나 참여하는 모바일 혁신정당을 기치로 일반 국민이 핸드폰 접속을 통해 직접 당에 의견 개진할 수 있는 인터넷 서비스"인 '크레이지 파티'는 지난 몇 년 간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던 '게임규제법'을 정면으로 다루면서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어냈다.


게임규제법을 주제로 한 온라인투표에만 5일 현재 1만5915명이 참여했고,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으로부터 '중독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에서 인터넷 게임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의견까지 이끌어냈다. 새누리당이 소통 가능한 정당임을 젊은 세대에게 효과적으로 알려낸 셈이다.

"새누리당, 완만하나 변화 중... 선거문화 발전에 나름 일조했다 생각"


사실 조 본부장이 선거 승리 이후 사임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2012년 1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홍보기획본부장으로 영입돼 총·대선 승리를 도왔다. 조 본부장은 당시 한나라당에서 금기시 됐던 '빨간 색'을 당의 상징색으로 사용하고 당내 반발에도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개정하는 뚝심을 발휘,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를 이끌었다. 대선 때도 주요 당직자들과 후보를 패러디광고에 출연시켜, 보수적 이미지인 새누리당에 새로운 이미지를 불어넣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2012년 12월 대선 승리 이후 곧장 "처음부터 새누리당에 들어올 때 마음먹었던 대로 본업으로 돌아가려고 한다"라며 당직을 내려놓았다.

이번 사의 이유도 같았다. 조 본부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제가 할 일이 다 끝났다, 다시 들어올 때부터 황우여 당시 대표에게 이번 선거까지만 하겠다고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모바일유저가 새누리당 비례대표 2명을 추천한다는 내용 때문에) 상임전국위원회에서 논쟁이 불거졌을 때도 '크레이지 파티는 사심없이 제안하는 것이며 저는 5일 당직을 그만둘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고 덧붙였다. 

'1인 시위' 캠페인에 대한 공도 당내 인사에게 돌렸다. 그는 "저희 팀에서 1인 시위 캠페인을 기획했지만 그것을 추진하도록 한 건 윤상현 사무총장이다, 1인 시위 캠페인의 공은 윤 사무총장이 크다"라고 말했다.

또 "1인 시위에 대해 일주일 이상 고민하면서 타이밍 못 잡고 있었는데 안대희 국무총리 내정자가 사퇴하면서 결정하기로 했다"라며 "1초도 아까운 상황이었는데 (윤 사무총장과) 호흡이 맞았다"라고 설명했다. "당의 홍보본부장으로서 총선, 대선, 지방선거까지 다 한 사람은 저 밖에 없다고 한다"라면서도 "(선거 승리에 있어) 저는 당의 한 '부분'으로 참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저는 선거전을 치르며 상대방을 음해하거나 공격한 적 없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내놔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선거전에서는) 상대방을 창으로 찔러 피 흘리게 하는 메시지가 많았다"라며 "그런 부분에서 선거문화 발전에 나름대로 일조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조 본부장에게 "새누리당의 혁신에 대해 만족하느냐"라고 물었다. 그는 지난 2012년 영입 당시에도 "난 한나라당 지지 안 했다"라고 공개선언했다. 이번 지방선거로 재영입될 때도 "새누리당의 적은 내부에 있고 자신은 야당이 아닌 새누리당과 싸우기 위해 왔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그는 "새누리당에서는 '변화'가 방향타로 자리잡았다, 다만 속도가 굉장히 느릴 뿐"이라며 "당 지도부는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을 굉장히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완만한 속도로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크레이지 파티' 등으로 국민이 그 속도를 점차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조동원 #6.4 지방선거 #1인 시위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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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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