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이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 팔달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진보교육감 대거 당선의 의미에 대해 "국민들이 교육에 대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절감했다"며 "입시 중심 경쟁교육에서 생각 갖고 있는 것과 공교육이 무너져 있는 상황을 그대로 보고 있지 않겠다는 의미로 투표로써 보여주신 것이다"고 말했다.
유성호
지난 4월 19일 전남 진도 팽목항. 세월호가 침몰 나흘째였다. 실종자 가족들의 통곡 소리가 가득한 이곳에서 한 정치인이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조용히 다니고 있다"며 사양했다. 이튿날에는 진도실내체육관 구석에서 말없이 자리를 지켰다. 그는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었다.
세월호 침몰 사고 두 달을 맞은 지난 16일 오후 인터뷰를 위해 경기도 수원시 인계동 김상곤 전 교육감의 사무실을 찾았다. 종이배가 그려진 노란색 펼침막이 기자를 맞았다. 세월호였다. '잊지 않겠습니다, 가만히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적혀있었다. 그는 진도에서 10일가량 머문 뒤 수원에 왔다. 그 뒤 거의 매일 안산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를 찾는다. 그는 참회와 성찰의 시간을 보냈다.
세월호 침몰 사고는 김 전 교육감뿐 아니라 우리나라 교육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6·4 지방선거 중 17곳의 시·도 교육감 선거에서 13명의 진보 후보가 당선됐다. 바야흐로 '진보교육감 시대'가 열린 것이다. 김 전 교육감은 "우리 교육이 경쟁과 입시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야 하고, 공교육이 무너져 내리는 상황을 그대로 보고 있지 않겠다는 것을 유권자들이 투표로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선배 김상곤이 후배 진보교육감에게 보내는 고언 진보교육감 당선인들은 한목소리로 혁신학교 정책의 계승·발전을 강조하고 있다. 혁신학교는 무상급식과 함께 2009년 첫 진보교육감이 된 김상곤 전 교육감의 대표 정책이다. 그는 후배 진보교육감 당선인들에게 "욕심을 버려라"고 말했다. "공교육의 미래는 무엇인지, 대학입시·교육을 어떻게 바꿔야할 지 등에 대한 정확한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면서 단계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에서 진보교육감의 앞길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진보교육감들이 극우라는 평가를 받는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와 충돌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상곤 교육감은 "김 후보자의 교육관이나 역사관은 우리 국민의 상식 수준과 다르다"면서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김명수 후보자는 우 편향 논란의 교학사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옹호했고, 진보교육감의 대표정책인 무상급식, 학생인권조례 등을 비난했다. 김상곤 전 교육감은 "김명수 후보자가 우리 국민들이 갖는 교육과 역사에 대한 상식을 제대로 파악하길 바란다"면서 "진보교육감들이 추진하는 정책을 정면으로 막거나 방해한다면 국민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인으로 옷을 갈아입은 김 전 교육감은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섰지만, 고배를 마셨다. 그는 앞으로도 정치인의 길을 갈까?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구태정치를 벗어나서 새로운 미래 비전을 보여주는 방식의 정치를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마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말을 아꼈다.
다음은 기자와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의 일문일답 주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교육감 직선제 폐지? 충격의 방증"- 13명의 진보교육감이 탄생했다. "2009년 4월 경기도교육감 선거에서 제가 처음 당선됐고, 이후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는 6명의 진보교육감이 탄생했다. 이번에는 13명으로 늘었다. 참 의미 있는 변화다. 국민들은 우리 교육이 경쟁과 입시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야 하고, 공교육이 무너져 내리는 상황을 그대로 보고 있지 않겠다는 것을 투표로 보여준 것이다. 국민의 바람과 열정이 반영된 것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국민들의 각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일부에서는 진보진영의 단일화가 그 요인이라고 하지만, 이는 지나친 선거공학적인 입장이다."
-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보수 진영에서는 '전교조의 승리'라며 폄훼했다. 심지어는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충격의 방증이라고 본다. 선거 결과는 교육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바람의 결과다. 이러한 주장을 계속 강조하면, 국민의 감성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교육감 직선제 폐지 주장은 2009년부터 나왔다. 2010년에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을 비롯한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지도부가 같은 주장을 했다. 하지만 교육감을 뽑을 때 자녀 교육에 열정이 큰 국민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직선제 폐지 주장은 정략적이고 정치적인 유불리를 따지는 것이다. 교육을 장악하고자 하는 논리에 불과하다."
- 진보 교육감들은 공교육 개혁의 대안으로, 김상곤 전 교육감이 처음 도입한 혁신학교의 발전과 계승을 꼽고 있다. 하지만 선거 당시 보수진영은 색깔론을 제기하는 등 비난했다. "교육에서 분단 모순에 입각한 색깔론은 적절하지 않다. 이는 국민의 인식과 동떨어진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보여줬듯 색깔론은 지지를 받기 어렵다. 교육에서 진보와 보수는 정치 사회적인 의미에서의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우리 교육의 중심을 입시 중심 경쟁 교육에 둘 것이냐 소질·소양에 따른 창의적 지성 교육에 둘 것이냐로 구분해야 한다."
- 혁신학교를 두고 '학력이 저하됐다', '전교조 학교다' 등의 비판이 제기된다."경기도 혁신학교의 전교조 교사는 14%, 교총 소속 교사는 31%다. 교육의 본질에 접근하고자 하는 교사들의 열정이 중요하다. 이미 경기도 교사 80%가 2009~2014년 혁신학교 관련 교육에 참여했다. 특정 교원단체 소속과 관계없이 교사들이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또한 경기도 연구기관에서 혁신학교 학생들의 성적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