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산내학살 64년... "우리의 소원은 유해발굴"

27일 희생자 위령제... 유해발굴-후속대책 수년째 "말로 만"

등록 2014.06.27 21:19수정 2014.06.27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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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오후 2시 서대전시민공원 야외음악당에서 열린 제 64주기 15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
27일 오후 2시 서대전시민공원 야외음악당에서 열린 제 64주기 15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 심규상

어김없이 눈물을 흘렸다. 64년이 지났지만, 그들의 응어리진 마음은 풀리지 않았다. 유가족들은 위령제 시간 내내 눈물을 훔치며 흐느꼈다.

(사)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와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세상을 바꾸는 '대전 민중의 힘'은 27일 오후 2시 서대전시민공원 야외음악당에서 '제 64주기 15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유가족을 비롯 제주 4·3희생자유족회 등 유가족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

하지만 이장우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산내사건이 일어난 지역 의원이지만 올해도 위령제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특히 추도글이라도 보내 달라는 유족회의 요청을 '바쁘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이 의원은 앞서 대전동구청장 때에도 위령제 참석은 물론 추도글 요청을 거부했다. 그는 동구청장 당시 현장 훼손 방지를 위한 안내판 설치 요구마저 외면했다. 9년 동안 유족회의 지속적인 요청을 매몰차게 뿌리친 것이다. 

이장우 국회의원, 9년 째 '추도 글' 요청 거절... "바쁘다

 이날 위령제에 참석한 유가족들은 시종 눈물을 흘리며 흐느꼈다.
이날 위령제에 참석한 유가족들은 시종 눈물을 흘리며 흐느꼈다. 심규상

대전산내사건희생자 유족들은 이날 축문을 통해 "사건의 실체가 국가에 의한 명백한 범죄행위임이 세상에 밝혀졌다"며 "하지만 유골은 여전히 산내골령골에 뒹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소원은 유해발굴"이라며 "그런데도 유해발굴이나 명예회복을 위한 정부, 정치인, 지방자치단체의 움직임은 여전히 미비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날 염홍철 대전시장은 시 자치행정과장이 대독한 추도사를 통해 "중단되었던 유해발굴이 재개되어 구천을 떠도는 원혼들이 영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병석 새정치연합 국회의원(대전서구 갑)도 추도글에서 "유해발굴의 재개와 명예회복이 이뤄져야 여러분들의 눈물을 조금이나마 닦아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이상민 국회의원(대전 유성구)은 추도글을 통해 "유해발굴작업이 신속하게 이루어져야한다"며 "국가차원에서 후속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자치단체는 행정적 문제나 위령사업 등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범계 국회의원(새정치연합 서구을)은 "학살의 진실을 규명할 때에만 유가족들이 과거와 화해하고 국가를 용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고,  강창희 새누리당 국회의원(대전 중구)은" 정부가 진실규명을 위한 노력을 중단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시장-정치권, 유해발굴-후속대책 수년 째 '말로 만...'


 대전산내사건유족회 신순란 회원(왼쪽)과 전숙자 회원(오른쪽)이 울먹이며 추도시를 낭독하고 있다.
대전산내사건유족회 신순란 회원(왼쪽)과 전숙자 회원(오른쪽)이 울먹이며 추도시를 낭독하고 있다. 심규상
하지만 진실화해를 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지난 2010년 산내사건을 국가에 의한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밝힌 이후에도 대전시장은 물론 정치인들의 '유해발굴'을 위한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다른 지방자치단체가 진실규명과 유해발굴을 위한 예산지원 등을 하고 있는 사례와도 대별된다.

김종현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회장은 "아직도 산내 골짜기에 유해가 나뒹굴고 있다"며 "국가가 책임지고 발굴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광년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희생자 전국유족회 상임대표는 "제발 우선 뼈라도 찾아 달라"며 "서로 미루지 말고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대전시가 먼저 관심을 갖고 해결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유병구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도 "하루속히 추모사업과 유해발굴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위령제는 헌화를 끝으로 약 1시간 30여분 동안 진행됐다. 특히 산내에서 희생된 제주지역 유족회에서 양성홍 회장 등 유족들과 제주 4·3유족회 정문현 회장 등 60여 명이 참석했다.  

추도사 거절한 시의회 의장... 위령제 참석한 박정현, 황인호, 이나영 지방의원

 대전시의회 의장은 추도사를 거절한 반면 황인호 대전시의원 당선자(오른쪽)와 박정현 시의원(오른쪽 두번째), 이나영 대전 동구의회 의원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대전시의회 의장은 추도사를 거절한 반면 황인호 대전시의원 당선자(오른쪽)와 박정현 시의원(오른쪽 두번째), 이나영 대전 동구의회 의원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심규상

특히 박정현 시의원과 황인호 대전시의원 당선자, 이나영 대전동구의원 등이 참석, 유가족들을 위로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위령제의 경우 유족회가 대전시의회 의장에게 추도글을 요청했지만 "시의회가 민간인 희생자 위령제에 추도사를 보낸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었다.

한편,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 2010년 진실규명결정서를 통해 "1950년 6월 28일 경부터 7월 17일 새벽 사이 최소 1800여 명 이상의 보도연맹원과 재소자 등이 헌병대와 경찰 등에 의해 법적 절차 없이 산내 골령골에서 집단 살해됐다"며 "이는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밝혔다. 진실화해위원회는 국가의 공식사과와 위령사업 지원, 평화 인권교육 강화 등을 권고한 바 있다.  

 원불교대전충남교구 성직자들이 희생영가 천도제를 지내고 있다.
원불교대전충남교구 성직자들이 희생영가 천도제를 지내고 있다. 심규상

대전 산내학살 희생자 위령제에 지난 5년 동안 빠지지 않고 참여해 넋을 위로해주는 대표적인 곳이 원불교 대전충남교구다. 대전충남교구는 매년 위령제에서 천도제를 통해 고인들의 넋을 달래고 있다. 이날 위령제에도 20여명의 성직자들이 참여해 천도의식을 개최하고 "참변을 당한 영가들이 해탈을 얻게 해 달라"고 축원했다.

 원불교대전충남교구 이여솔 사무국장
원불교대전충남교구 이여솔 사무국장심규상
이여솔 대전충남교구 사무국장은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고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것은 종교인의 의무"라며 "요청하면 어디든 달려 가겠다"고 말했다.

- 5년 동안 매년 위령제에 참여하고 있는데?
"종교인이 갖는 사회적 책임이 있다. 산내학살 사건 희생자의 경우 해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는 당연 종교인의 역할이라고 보고 있다"

-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됐나?
"5년 전 교무님들로부터 산내학살사건에 대해 듣고 참여를 건의했다. 모두 교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동의했다"

- 어떤 분들이 참여하고 있나?

"많은 분들이 참석하고 싶지만 매년 20∼30여명이 참석한다. 행사일정에 시간이 가능한 분들이 주로 참여하고 있다"

- 산내학살사건에 대해 바람이 있다면?
"우리 사회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막힌 부분이 풀려야한다. 옳고 그름을 떠나 국가에서 가능하면 덮으려하기보다 풀고 나가야 미래가 밝다. 유가족들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원하고 있는데 당연 진실은 밝혀야 하는 것 아니겠나. 과거는 미래의 거울이다"

- 매년 유가족들의 요구가 반복되고 별 진전이 없는데?
"인타깝다. 처음 참여했을 때와 지금의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지난해에는 유가족들이 침울해 해 후퇴하고 있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올해는 대전시장도 바뀌고 했으니 유가족들과 협력해 진전이 있었으면 좋겠다"

- 내년 위령제에도 참석할 예정인가?
"유족회에서 요청하면 어디든 달려가겠다. 종교인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대전산내학살사건 #민간인희생자 #대전산내유족회 #원불교대전교구 #집단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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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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