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은 버리고 영의정은 재탕하겠다'?

[주장] 정홍원 총리 유임카드를 회수하길 바란다

등록 2014.06.30 11:06수정 2014.07.02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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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조선을 구하지 못한 왕 선조를 폐하노라."


현 시대라면 선조는 탄핵되었어야 할 왕이다. 1592년 임진년, 만물이 생동하는 신록의 계절 5월(음력 4월13일), 평화롭던 조선의 산하는 피바람을 맞게 되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명령을 받은 왜군들은 정발이 지키는 부산진성과 송상현이 지키는 동래성을 한달음에 함락해 버리고 파죽지세로 한양으로 밀고 올라왔다.

무려 7년간 20만이 넘는 포악한 왜군에 의해 짓밟힌 조선의 산하는 백성들의 피로 물들었고 수많은 백성들은 볼모가 되어 바다건너 이국 땅으로 짐승처럼 끌려가게 되었다. 이 부끄러운 조선 역사의 한복판에 무능하고 또 비겁했던 선조라는 왕이 앉아 있었다.

선조는 조선 14대왕으로 무려 41년을(1567년~1608년) 재위했다. 이 왕은 조선 최초의 서자출신이며, 최초의 방계 혈통의 왕이기도 하다. 그는 전쟁 전 율곡이이의 십만양병설이나 통신사 황윤길이 전하는 왜의 전쟁준비 중이라는 보고를 받고도 자신의 입맛에 맞는 부사 김성일 말만 듣고 준비에 소홀히 했다.

심지어 전쟁 방비를 위해 축성 중인 성의 공사마저 멈추게 하였다. 선조는 그 당시 국제 정세파악 그리고 붕당정치에 편승한 정국운영만 아니었어도 조선을 전쟁의 위험에서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무능한 군주는 서자이자 방계혈통인 자신의 콤플렉스를 극복하지 못했고 주변의 쟁쟁한 인재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그런 군주의 무능은 나라를 도탄에 빠뜨렸다. 자신의 입지 강화를 위해 붕당정치를 묵인하여 나라는 늘 파벌싸움으로 어지러웠고, 임진왜란 초기 백성을 안심시키고 지켜야 할 군주가 책임을 망각하고 먼저 도성을 버리고 야밤 도주를 감행했다. 성난 백성들은 도성으로 몰려가 궁을 불태워 버렸다.


'이순신,곽재우,이황,이이,성혼,허균,정철,유성룡,이원익,이덕형,이항복'

영화로 치자면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찍을 만한 초호화 캐스팅 멤버이다. 이외에도 선조시대에 살았던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실로 쟁쟁한 인물들이 수두룩하다. 임진왜란은 인물이 없어서 전란에 휩쓸린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 기라성 같은 인물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나라를 다스려야 할 군주가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 붕당정치를 방조하고 나라를 위기로 내몰아 수많은 백성을 도탄에 빠뜨렸다. 


역사에는 가정법이 없다지만 만약 선조가 자신의 무능과 무책임함을 인정하고 전쟁의 현실을 받아 들였다면 전쟁은 더 빨리 끝날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선조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몽진을 합리화하기 급급했다.

전쟁 후 선조는 '명군 덕분에 왜적을 평정했다'고 평했고 자신의 몽진을 '명군을 불러오기 위해 간 것'이라는 말로 미화했다. 반대로 2번의 백의종군과 자신의 목숨을 바쳐 나라를 구한 이순신에 대해서는 '이순신의 승리가 다소 빛날 뿐이다'라며 평가절하했다. 생각해보면 참으로 비겁한 군주라 할 수 있다.

지금 이 나라에 인물이 없다고 한다. 아니 인물은 있으나 그 인물을 쓰려고 하지 않는다. 국가적 재앙에 책임을 지고 총리는 물러났었다. 그동안 총리 자리는 공석이나 다름 없었다. 박근혜 정부는 총리 사퇴 발표 이후 두 명의 후보를 내세웠었다. 하지만 이들은 그들이 만들었던 인사청문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러더니 난데없이 새로운 총리후보는 없고 사퇴를 준비하던 총리를 다시 쓰겠다고 한다. 하도 기발한 발상이라 말이 안 나온다.

그러더니 이제는 인사청문회 제도가 문제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며 땡깡을 부린다, 인사청문회제도는 누가 만들었는가? 지금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이 주도적으로 만들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5월 노무현대통령 서거 4주기 추모제에서 "열린우리당이 (인사청문회를) 당시 대통령 인사권 제약이라 반대했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추진했다"는 말을 전한다. 유 전 장관은 그날 추모제에서 "당시 노 대통령이 '마 해줘라, 우리도 좀 불편하겠지만 혹시라도 저거들 정권 잡으면 난리 날기다, 사람 빌려 돌라고(달라고) 할지도 모른데이' 하더라"라는 말도 했다 한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현 인사청문회법에 딴죽을 거는 새누리당의 행태는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번 정 총리 유임 발표를 통해 이 나라에 자신들의 기준으로는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을 수 있는 인물이 한 명도 없음을 만천하에 알렸다. 대통령은 군주와 같이 한 나라의 운명을 책임져야 할 자리이다. 세월호 침몰과 함께 드러난 이 나라의 총체적 부실을 하루 속히 고쳐야 한다.

총리 인선에 실패하면서 이 나라는 벌써 몇 달째 국정 공백 상태이다. 난데 없이 버렸던 카드를 다시 집어 든 박근혜 정부는 선조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길 바란다. 인물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인물을 찾아 내려는 노력이 없는 것 아닌가. 임진왜란은 왜 왔는가? 위기의 나라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한 선조의 무능함과 수많은 인재가 있었음에도 제대로 쓰지 못했던 군주로서의 자격미달이 불러온 대재앙이었다. 진정 이 시대에 인물이 없는가? 아니면 자신의 시기질투 대상으로 이순신 장군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던 선조처럼 진정한 영웅이 있음에도 찾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가.

'선조소경정륜립극성덕홍렬지성대의격천희운경명신력홍공융업현문의무성예달효대왕(宣祖昭敬正倫立極盛德洪烈至誠大義格天熙運景命神曆弘功隆業顯文毅武聖睿達孝大王)'

무려 38자에 이르는 이 사후시호는 무능한 군주 선조의 것이라 한다. 제대로 된 역사평가가 아니라 오로지 찬양가만 불러댄 무능한 조선의 역사의 단면과 현 시대 상황이 겹쳐지면서 불편해진다.

역사는 반복된다.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지나간 역사 속에서 현재를 바라보고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게 위해서이다. 조선 사가들의 위와 같은 선조에 대한 부실한 평가가 임진왜란 이후 300여 년이 지난 1910년 8월29일, 조선은 다시 왜적의 후손들에 의해 다시 한번 나라를 빼앗기는 비극을 맞게 하였다.

'내편의 인재가 없으니 이순신은 일단 버리고 영의정은 재탕하여 쓰겠노라.' 선조가 했을 법하지 않은가. 역사는 반복된다, 지금 이 나라의 위기를 제대로 바라 보고 재앙이 반복되지 않게 하길 바란다.

지금이라도 정 총리 유임카드를 회수하길 바란다.
#선조 #정총리 유임카드 #이순신 #박근혜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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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공작소장, 에세이스트, 춤꾼, 어제 보다 나은 오늘, 오늘 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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