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병장이 방아쇠를 당긴 까닭은 뭘까

잊을 만 하면 발생하는 총기 난사 사건... 군 이미지 곤두박질

등록 2014.06.30 21:03수정 2014.06.3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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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한가로운 주말 밤을 만끽하며 TV를 보던 중 별안간 뜬 뉴스 속보에 깜짝 놀랐다. 강원도 고성군 동부전선 22사단 GOP 부대에서 임아무개 병장이 부대원들에게 총을 난사하고 수류탄을 투척했다는 믿을 수 없는 소식을 접한 것. 임 병장이 무자비로 쏜 총에 의해 부사관 1명과 병사 5명이 그 자리에서 숨지고 7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부대를 피로 물들인 임 병장은 K-2 소총 1정과 실탄 60여 발을 들고 탈영했다.

밤새 부대 밖을 10km 넘게 벗어난 임 병장은 군 당국과의 대치를 벌이며 소대장을 포함한 2명의 부상자를 추가로 내기까지 했다. 임 병장은 결국 43여 시간이 지난 23일, 오후 2시 55분쯤 인근 야산에서 소총으로 자해 후 생포되며 총구를 내리게 됐다.

군은 임 병장의 상태가 호전되면서 정확한 총기 난사의 경위를 조사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처벌을 내릴 예정이다. '상관을 살해한 자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는 군형법 53조에 따라 임 병장은 무기징역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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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병장의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한 원인을 두고 시각차가 뚜렷하다. 사진은 군 내 관심병사에 대해 다룬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한 장면. ⓒ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전역을 불과 3개월 앞둔 임 병장이 왜 이런 참극을 벌였는지에 대해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그가 '관심병사'였던 것이 드러나면서 조사는 새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임 병장은 후임을 포함한 많은 부대원이 자신을 무시하며 따돌려 왔으며, 심지어 간부들까지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범행 동기에 대해 임 병장은 근무에 들어간 초소에서 자신을 놀리고 비하하는 내용의 그림과 글을 보고 격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혀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임 병장의 주장을 두고 국민들은 "군의 악질적인 관습의 결과물"이라며 그를 옹호하거나, "어떠한 이유든 부대원을 살해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세우며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전역한 지 3주가 갓 지난 유아무개 씨는 이번 '임 병장 사건'에 대해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유씨는 군의 고질적 병폐가 이번 사건을 불러왔다고 했다. 유씨는 "어느 단체든, 특히 폐쇄적 집단인 군대에서 관심병사는 있을 수밖에 없는데도, 그들을 보는 시선이 매우 편협하다"며 "관심병사를 대하는 부대원들의 태도는 괴롭힘·무시·방관으로 점철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적폐는 병사들도 문제지만 간부들이, 특히 장교들이 더욱 심각하다"며 "뒤처지는 부대원을 포용해야 하는 지휘관인 장교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병사와 별반 다르지 않는 행동으로 일관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관심병사를 이유 없이 질책하는 병사를 보고도 방관하는 장교들이 한 둘이 아니다"면서 "더욱이 그들은 부대 내 사고가 일어나면 자신들의 진급에 누가 될까봐 모른 척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러한 지휘관의 반복된 태도에 실망과 상실감이 누적된 임 병장이 결국 사고를 일으킨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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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만 하면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져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의 확실하고 빠른 진상 규명이 요구되고 있다. ⓒ 남궁영진


반면, 군 생활 10년 차에 접어든 박아무개 중사는 유씨와는 상반된 의견을 보였다. 이번 임 병장의 사고와 관심병사는 무관하며, 관련이 있다고 해도 (임 병장이) 5명의 부대원을 총기로 무차별하게 살해할 결정적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것.

박 중사는 "왜 언론에서는 임 병장이 관심병사라는 이유를 부각시키면서 부대원들을 가해자로 몰아가려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5명을 살해한 임 병장보다 저항할 새도 없이 총격에 죽어나간 희생자들이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중사는 또 "임 병장이 자신의 죄를 합리화 혹은, 경감하기 위해 '침소봉대'식의 진술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 중사는 "간부가 일개 병사를 따돌리는 것에 가담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번 사건과 관심병사의 연관성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통한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많은 이들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의견차가 극명하게 갈린 가운데, 군 수사당국은 30일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한 뒤, 주 후반 임 병장을 구속해 강제 수사체제로 전환할 방침이어서 결과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우리 군은 지난 1984년 15명의 사망자가 나온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을 겪었다. 이후 1993년 임아무개 일병이 무장 탈영해 서울 등지에서 총을 쏘며 난동을 부렸고, 1996년에는 세 건의 총기사건이 잇달아 발생했다. 2005년에는 경기도 연천 모 부대 전방초소 내무반에서 김아무개 일병이 수류탄을 투척하고 총을 난사해 8명이 장병이 숨져 국민들이 충격에 빠진 바 있다.

2011년 강화도 해병대 해안초소 총기사고로 4명이 숨진 지 3년이 채 안 돼 총기에 의한 악몽이 되살아나 군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곤두박질치고 있는 형국이다.

한편, 지난 26일 육군은 전사망심사위원회를 열어 희생 장병 5명에 대해 순직 처리키로 했다. '근무 중 타인의 고의 및 과실로 발생한 사망에 대해서는 순직 처리한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순직 장병은 1계급이 특진되며, 사망 보상금 1억 900여만 원과 월 114만 원의 보훈 연금이 유가족에게 지급된다.
#임 병장 #군대 총기 난사 사건 #관심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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