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가 놓치면 안 되는 것은? 바로 '사회적 인권'"

[인터뷰]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등록 2014.07.02 15:45수정 2014.07.03 14:39
0
원고료로 응원
a

종로 가회동 북촌한옥마을에서 인터뷰중인 주대환 사회민주주의 공동대표 ⓒ 박정훈


많은 사람들이 현재 대한민국 상황을 두고 '사분오열'이라 평가한다.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서로 종북과 친일이라 손가락질을 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부터 문창극 총리후보자 지명 논란까지 대립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다른 모습으로 변해야 한다'라고 외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다.

일반적인 야권의 시각과는 조금 다른 눈으로 미래 진보의 길을 보고 있는 주 대표. 그는 자신 있게 말했다. "경제성장을 이룬 만큼 진화된 진보 정치를 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그리고 "평등성을 강조하는 사회민주주의의 '사회권'에 관심을 둬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주 대표는 "자본주의의 궁극적인 결과는 사회양극화, 부익부 빈익빈"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제는 "우리 사회의 평등성을 강조하는 사회민주주의로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야권이 "최소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권,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경제적 요건, 즉 사회적 인권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그는 현재의 여야구도를 '자유민주주의 구도'라고 진단했다. 남북 공존과 한미동맹의 구도에서 여야가 서로 싸운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치가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가 자유민주주의와 사회민주주의로 양분돼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래야 자유민주주의 쪽은 자유가치를 주로 강조하고, 사회민주주의 쪽은 평등가치를 강조해 사회가 발전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6월 26일 주 대표를 북촌한옥마을에서 만났다. 그는 1973년 서울대 종교학과에 입학해 여러 차례 수감되며 약 15년간 학생운동의 중심에 서왔다. 이후 그는 노동운동가로 활동하며 민주노동당 창당에 관여했으나 2008년 분당을 맞아 탈당했다. 현재 주 대표는 유럽 복지국가식 사회민주주의가 진보가 나아갈 길이라며 사회민주주의연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그는 야권의 현 위상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야권이 그래도 이 정도라도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야권의 실패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15년간의 민주화 운동... "행복했다"

a

종로 가회동 북촌한옥마을에서 인터뷰중인 주대환 사회민주주의 공동대표 ⓒ 박정훈


- 학생운동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그때는 유신체제였습니다. 유신헌법이 발표된 게 1972년 10월이었고, 제가 1973년 3월에 대학에 입학했으니 몇 달의 시차밖에 안 납니다. 유신체제가 성립된 직후에 입학한 것이죠. 당시 '학생들이 민주화 운동을 해야 한다'라는 분위기가 강할 때였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민주화 운동을 한 것이지요."

- 그때는 많은 분들이 투쟁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를 무엇이라 보나.
"글쎄…. 예를 들어 식민지 시기에는 많은 청년들이 독립운동을 했잖아요. 독재 시기, 1972년부터 1987년 그 15년의 기간은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특별한 시기였다고 보거든요. 유신체제 7년, 전두환 체제 7년 사이에 서울의 봄까지 합쳐서 15년. 그 기간은 민주헌정이 중단됐던 시기 아니겠습니까? 특별한 시기였으니까(그랬던 것이지요), 국민의 주권이 묵살됐던 시기니까…. 지금도 문제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때(독재 시기)와는 다른 문제가 있지요. 다른 사회적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민주헌정이 중단된 것은 아니니까요."

- 방금 말씀하신 '지금의 문제'는 무엇인지?
"지금의 문제는 '민주주의의 위기' 이런 건 아니잖아요? 다른 사회경제적인 문제, 종합적인 문제입니다. 가령 학생들이 들고 일어나서 데모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정치를 바로 한다든지, 시민운동이나 노동운동을 한다든지 해야 해결될 수 있는 성격의 것들입니다."

- 학생운동 경력에 대해 후회하시는 점은 없는지?
"오히려 행복합니다. 그러니까 19~20세부터 34세때까지, 청춘을 민주화 운동에 바쳤습니다. 어려움도 있었지만,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또 좋은 동지들도 많이 만났어요. 저는 그 시기가 좋았다고 봅니다. 그 뒤가 어려웠지. 사회생활 등이 남들처럼 좋은 직장, 이런 건 아니였으니까요."

"민주화된 나라에서 사는 것만으로도 감사해"

- 민주화 운동을 한 분들에 대한 대우가 박하다고 생각하시는지.
"그래도 뭐…, 사람들마다 민주화운동을 한 덕에 국회의원도 하고 장관도 한 사람도 있잖아요. 나름대로 보상을 받은 사람도 있고요. 또 어떤 사람들은 사회 속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처럼 어려움을 겪기도 했는데 요새는 국가에서 보상을 하고 있으니까….

그래도 (민주화 운동을 한 사람들이) 뜻한 바가 이뤄졌잖아요? 또 민주화가 된 사회에서 살아본다는 게 보통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어떻게 보면 우리는 행복한 세대입니다. 우리가 젊었을 때 외쳤던 것이 이뤄진 나라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살 날도 남았고요."

- 많은 젊은이들이 힘들어하고 좌절합니다. 이들이 희망을 가져도 될는지.
"지금 젊은이들의 문제는 우리가 당했던 문제와는 매우 다른 거 같아요. 우리는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문제를 마주하고 있었지만, 한국 경제가 빠른 속도로 발전할 때여서 취업 등의 문제는 없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젊은이들은 이제 자본주의가 이미 발전해 성장 속도도 느려지고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일부 청년들은 좋은 혜택을 받고 있지만, 상당수 청년들은 좋은 직장을 구하기 어렵습니다.

이제 지금 시대 젊은이들은 다른 것을 위해 투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그 다른 것이 무엇인가. 바로 사회민주주의입니다. 말하자면 정치민주주의가 아니라 사회민주주의라는 겁니다.

젊은이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경제적 요건', 즉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라든가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 등이 될 수 있겠습니다. 이런 것을 사회권, 사회적 인권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젊은이들은 이것을 요구해야 합니다.

어차피 자본주의는 양극화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체제잖아요. 돈이 돈을 버는 체제이니까요. 부익부 빈익빈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체제입니다. 이에 젊은이들은 '자본주의가 이런 모순이 있으니 국가가 나서라, 정치가 해결해야 한다'라면서 정책을 요구해야 합니다. 그럼 여기서 정치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단순히 투표할 수 있는 권리, 언론의 자유, 이런 게 아닙니다. 더 나아가서 사회권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 현재 진보가 사회민주주의에 집중해서 나가야 한다는 말씀인지.
"지금이야 투쟁도 할 수 있고, 다할 수 있는 시대지 않겠습니까. 무엇보다 사회권 보장을 목표로 설정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기본 생활의 최소한 등이 보장돼야 합니다."

a

종로 가회동 북촌한옥마을에서 인터뷰중인 주대환 사회민주주의 공동대표 ⓒ 박정훈


- 이번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세월호 참사는 진보-보수의 문제도, 사회민주주의-자유민주주의의 문제도 아닙니다. 더 기본에 해당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다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대충대충해서 기본을 잘 안 지키는 우리의 현실을 바꿔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사회·문화가 돌아가는 매커니즘, 공무원, 각종 이권 단체, 노동단체 등 모든 게 바뀌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을 보니까 선원 등 모두 제역할을 하지 않았잖아요. 선장이 비정규직이고 선원들은 노동조합도 없고, 선박회사는 항만청이나 해운 쪽하고 결탁해 제대로 지켰던 게 없고, 해양경찰은 제대로 검사도 안 하고, 아무것도 제대로 돌아간 게 없잖아요.

만약 선원들이나 선장들이 노동조합이 있는 일터에서 원칙대로 일했다면? 임금도 제대로 받고, 기준량을 초과한 화물을 실어도 선장이 "안 된다"라고 답했다면? 그랬다면 이런 사고가 일어났을까요."

"사회민주주의적인 것까지 요구해야"

- 한국이 사회민주주의 노선으로 가야 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돼야 해요.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여야 중 한쪽은 사회민주주의로 가야 합니다. 한쪽은 자유민주주의로, 다른 한쪽은 사회민주주의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면 자유민주주의 쪽은 자유가치를 주로 강조할 것이고, 사회민주주의 평등가치를 주로 강조하겠지요. 지금까지 우리 민주화 운동에서 요구는 주로 자유민주주의적인 요구였거든여. 그런데 더 확장해서 사회민주주의 적인 것까지 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 현재의 여야 구도를 어떤 구도로 보는지.
"지금 우리나라는 여야가 똑같이 자유민주주의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한쪽은 친미·친일, 다른 한쪽은 친북. 정확히 말하면 친미와 친북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한국전쟁 때 생긴 구도니까요. 친북은 민족주의거든, 통일을 강조하고. 남북공존 이런 걸 강조하고…. 친미 쪽은 한미동맹이 중요하다(는 거고). 보는 쪽에 따라 완전 다릅니다. 이쪽은 '맥아더가 우리 민족의 은인'이라고 보는 것이고, 다른 한쪽은 '미군이 들어와서 우리나라 국민을 얼마나 많이 죽였는데…' 이렇게 보잖아요.

서로 그런 식으로 욕을 하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가 우리를 둘러싼 다른 국가와 친하냐 친하지 않냐를 두고 이렇게 되니까 이상하잖아요. 독일이나 영국이나 일본 이런 데처럼 자신들의 나라 사회정책·경제정책·복지정책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놓고 진보·보수가 갈리잖아요. 외교정책도 물론 포함되지만 그건 좀 부차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우리는 완전 외교정책중심으로 편이 갈려져 있지요.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지지하면 진보이고, '퍼주기'를 언급하는 사람은 보수고,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특정 사안을 두고 이 사람이 여권인지 야권인지 알 수 있잖아요."

- 최근 <좌파논어>라는 책을 내셨다. 이 책의 집필 의도는?
"진짜 좌파의 뿌리는 인간의 마음이다. 우리나라 보수는 '친북'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욕을 하는데, 그건 가짜 좌파라고 생각해요. 3대 세습하고, 독재하고, 인민 굶겨죽이고, 인권탄압하고 수용소에 가두는데 저걸 좋아하는 사람이 좌파라고 하면 좌파가 아니라는 것이죠. 그렇잖아요?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 침묵하는 게 좌파냐? 좌파 아니다, 이거지. 나는 진짜 좌파를 세우고 싶습니다.

그럼 진짜 좌파는 어디에 있느냐. 인간의 마음속에 뿌리가 있습니다. 그걸 논어의 가르침이나 공자의 가르침, 그게 좌파입니다. 연대의 가치를 강조하면 좌파입니다. 더불어 살자는 것이요.

인(仁). 이게 좌파의 가르침입니다. 보수 쪽에서는 깜짝 놀랄 수 있습니다. 논어라면 보수의 텍스트잖아요. 위기감을 느끼는 것이지요. 한편으로는 '빼앗기면 안 되는 것'이기도 하니까."

"진보, 선진국형 진보가 돼야"

그는 인터뷰 중 "우리나라 진보는 선진국형 진보가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후진국은 '나라가 독립을 못했거나' '형식적으로 독립을 해도 완전히 독립을 못하거나' '민주화가 안 된 상태'를 말한다. 그는 민족주의가 민주주의인 상태, 민족민주주의가 후진국형 진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민주화도 됐으니 이제 선진국형 진보를 할 수 있는 조건이 됐고, 이제 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선진국형 진보, 사회민주주의. 그는 "그전에는 하고 싶어도 못했지만 이제는 안 하면 안 되는 때가 됐다"라고 진단했다. "안 하면 불평등이 확 벌어져서 나라가 두 쪽이 날 판"이라고 하면서.

마지막으로 그는 "진보가 세상을 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대 사회민주주의로 가야 한다"라는 말을 남겼다.
#주대환 #사회민주주의 #사회권 #좌파 #좌파논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삶은 기록이다" ... 이 세상에 사연없는 삶은 없습니다. 누구나의 삶은 기록이고 그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사람사는 세상 이야기를 사랑합니다. p.s 오마이뉴스로 오세요~ 당신의 삶에서 승리하세요~!!

AD

AD

AD

인기기사

  1. 1 금반지 찾아준 사람이 뽑힐 줄이야, 500분의 1 기적
  2. 2 검찰의 돌변... 특수활동비가 아킬레스건인 이유
  3. 3 '조중동 논리' 읊어대던 민주당 의원들, 왜 반성 안 하나
  4. 4 '윤석열 안방' 무너지나... 박근혜보다 안 좋은 징후
  5. 5 "미국·일본에게 '호구' 된 윤 정부... 3년 진짜 길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