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관타나모' 합동신문센터, 헌재 심판받는다

민변 "국정원의 북한이탈주민 독방 수용·조사는 위헌"... 위헌법률심판·헌법소원 제기

등록 2014.07.01 19:45수정 2014.07.01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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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위치한 국가정보원(국정원) 전경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위치한 국가정보원(국정원) 전경남소연

북한이탈주민 기본권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국가정보원 중앙합동신문센터(아래 합신센터)가 헌법재판소(아래 헌재)의 심판대에 오른다. 합신센터의 탈북자 수용·조사가 불법이라는 비판이 줄곧 제기돼왔고, '간첩 조작' 의혹까지 있었던 만큼 헌재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에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다.

1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통일위원회 '탈북자 간첩 조작 사건' 변호인단은 "합신센터가 임시보호기간 동안 북한이탈주민을 독방에 수용·조사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지난 6월 25일 국정원장을 상대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라고 밝혔다. 지난 6월 29일에는 관련 법 조항의 위헌법률심판도 제청했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시흥시에 있는 합신센터는 2008년 문을 열었다. 국정원은 남한에 도착한 북한이탈주민들을 우선 이곳에 수용, 가족사와 탈북 배경 등을 조사해 신원을 확인한 다음 정착교육시설인 하나원으로 보낸다. 이때 북한이탈주민은 최대 6개월까지 합신센터 독방에 머물며 조사를 받을 수 있다.

북한이탈주민의 첫 관문... '서울시 간첩사건' 때 인권침해논란 불붙어

 '탈북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씨가 지난 4월 25일 오전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간첩 혐의 무죄를 선고받은 뒤 나오고 있는 모습.
'탈북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씨가 지난 4월 25일 오전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간첩 혐의 무죄를 선고받은 뒤 나오고 있는 모습.권우성

하지만 수용기간 동안 이들의 법적 지위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사실상 수사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한쪽에서는 합신센터가 북한이탈주민 인권의 사각지대라고 지적해왔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씨의 동생 가려씨가 합신센터 조사과정에서 '오빠는 간첩'이라고 거짓자백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관련 기사 : "우리 오빠 간첩" 유가려 수용센터 공개, 이유는?). 일각에서는 포로들의 인권침해문제가 불거졌던 미국 관타나모기지에 합신센터를 빗대기도 했다.

사법부는 아직까지 합신센터를 두고 명확한 판단을 내린 적이 없다. 올해 초 법원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때 국정원이 유가려씨의 변호인 접견은 물론 서신 전달도 불허했던 일이 위법하다는 민변 변호인단의 준항고를 받아들였다. 유우성씨 사건 항소심 재판부도 가려씨가 불법구금상태였다고 보긴 했다. 하지만 합신센터 수용 자체보다는 유씨가 사실상 피의자 신분이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법원의 준항고 인용 결정 당시 변호인단은 법원의 결정을 반기면서도 "합신센터의 강압조사로 인한 허위진술과 간첩조작사건 발생을 막기는 역부족"이라고 우려했다.

위헌법률심판 제청과 헌법소원심판 청구는 그 연장선상에서 나왔다. 민변 변호인단은 또 다른 간첩사건에도 합신센터가 깊숙이 개입, 사건을 조작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이들이 헌재의 판단을 구한 사건 모두 출발점은 합신센터였다.


변호인단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재판은 현재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인 이아무개씨 사건이고,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것은 홍아무개씨 사건이다. 두 사람은 모두 북한이탈주민이고, 합신센터에서 조사를 받을 때 자신들이 북 보위사령부가 직접 내려 보낸 간첩이라고 자백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합신센터, 영장 없이 사실상 구속수사 이뤄져... 헌법 위배"


변호인단은 "이씨는 영장도 없이 장기간 합신센터에 구속돼 있으면서 허위자백을 했다"라고 말했다. 또 민변 변호사들이 4월 초 그를 찾아가기 전까지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자포자기한 상태였다고도 덧붙였다.

홍씨 역시 2013년 8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약 6개월 동안 외부와 차단당한 상태에서 알몸 수색과 소지품 검사, 지문 채취, 거짓말탐지기 조사 등을 받았고 달력조차 없는 독방에 갇혀 있었다고 한다. 변호인단은 이 과정을 두고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사실상 구속수사하는 위법행위'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무엇보다 합신센터 임시보호조치를 두고 '사회적 약자인 북한이탈주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며 헌법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이 합신센터 임시보호조치 과정을 상세하게 정하지 않은 채 국정원장에게 일임하다 보니 북한이탈주민들은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범죄자와 다름없는 처우를 받는다는 이야기다. 변호인단은 헌재가 합신센터의 위헌성을 확인해준다면 탈북자들의 기본권 침해 위험을 방지하고, 헌법질서 수호·유지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정원 #간첩 #합동신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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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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