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으로 영화 찍는 당신은 우뇌형 인간

[서평] 크리스티 프티콜랭의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등록 2014.07.04 17:33수정 2014.07.04 17:33
0
원고료로 응원
a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책표지 ⓒ 부키

"선생님을 위해 공부하니? 널 위해 공부하라는 거야."

흔히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공부를 독려하기 위해 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은 '특정 아이들'에게는 전혀 소용이 없다. 그들은 교사나 학습 내용에 감정을 싣지 못하면 학습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선생님의 과목은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반면, 그렇지 못할 경우 공부에 집중하지 못한다.


책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의 저자 크리스텔 프티콜랭은 이들을 '영재'라고 칭했다. 다만 오늘날의 '영재'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들은 사실 두뇌가 명성하고 잘난 아이, 반에서 1등을 독차지하고 남들을 가르치려 드는 아이와는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들에게 '영재'라고 부르면 진저리를 치고 질겁하며 도망가 버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가. 이들은 누가 고함을 지르거나 꾸중하고 압박을 가하면 그대로 굳어 버린다. 비난과 질책을 삼가고 칭찬을 많이 해야 한다. 신뢰를 보여 주고 안심시켜라.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는 마음, 타인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이들에게는 가장 좋은 원동력이다.

이렇다면 감정 과잉 우뇌형 인간이다

"좌뇌는 직선적이고 체계적이며 언어와 수를 다룬다. 좌뇌는 명명하고 기술하고 규정할 줄 안다. 또 숫자를 사용해 계산을 할 수 있다. 좌뇌는 분석적이기 때문에 전체를 분할해서 그 구성 요소를 하나씩 단계적으로 처리한다.


좌뇌는 상징·추상·이성·논리의 뇌로도 통한다. 좌뇌의 작업은 연속적이고 시간 순서를 따른다. 그뿐 아니라 인과 관계를 수립하여 뭔가 문제가 있다면 어떤 결론, 즉 어떤 해결책으로 나아가야 하는가를 판단한다. 좌뇌는 자신을 유일무이한 존재로 인식하는 뇌이기 때문에 자율성과 개인주의를 자극한다.

우뇌는 현재의 순간을 산다. 우뇌는 감각 정보·직관·본능을 중시한다. 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아주 사소한 하나의 요소에서 출발하더라도 전체를 재구성한다. 우뇌는 뭔가를 알면서도 그것을 어떻게 아는지 설명할 수 없을 때가 많다.

우뇌의 생각은 나뭇가지처럼 여러 갈래로 풍성하게 뻗어 나가기 때문에 다수의 해결책을 발견한다. 감정적이고 정서적이기에 비이성적인 우뇌는 스스로를 인류, 나아가 생명계 전체에 소속된 존재로 파악한다. 그래서 우뇌는 비교적 이타적이고 관대한 시각을 제시한다."(본문 중에서)

이들의 특징은 바로 우뇌 발달에 따른 감각 과민이다. 이런 경향은 세계에 대한 지각의 폭을 크게 확장시키고 감수성을 고양한다. 감각이 과민한 사람들은 감수성도 민감하게 발달한다. 예리한 감각을 가졌기에, 모든 상황에서 보통 사람들에 비해 훨씬 많은 정보를 원치 않아도 습득할 수밖에 없다. 금세 눈물을 글썽이고, 발끈하며, 스트레스에 쉽게 노출된다.

그러나 타인과 자신의 느낌을 공유하고자 하면 상대방은 대게 상처가 되는 말을 내뱉는다. 자신이 느낀 대로 말했을 뿐인데 말이다. 조금 다른 점은 남들보다 많이 느낀다는 것.

a

당신은 좌뇌형 인간입니까, 우뇌형 인간입니까. ⓒ freeimage


"그렇지 않아. 또 망상을 하고 있구나!"

책에는 자신이 감각 과잉인 우뇌 발달형 인간인지 알아볼 수 있는 이야기가 소개된다. 만약 횡단보도를 막 건너려던 참에 갑자기 택시 한 대가 아슬아슬하게 자신을 비켜간다고 치자. 심장은 철렁 내려앉고 '하마터면'이란 생각에 혼이 쏙 빠진다. 여기까지 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 같다.

여기서 보통은 숨을 고르고 자신의 생활 리듬을 되찾는다. 하지만 여기서 마무리가 안 되고 생각이 뻗어 나가는 이들이 있다. '내가 죽었다면?' 벌써 생각은 오만 가지 문서들을 뒤진다. 예금과 보험을 떠올리고, 자신의 장례식을 상상한다.

그렇다가 다시 '극단적인 경우를 떠올리지 말자, 혹시 부상만 당했을 수도 있잖아'라고 생각한다. 그럼 생각은 또 다른 여행을 떠난다. 구급대원들·병원·회사 업무, 사소한 일화 하나로 수많은 시나리오를 써내려간다. 작가들은 부러울지도 모르지만, 정작 그 시간은 쓸데없는 불안과 스트레스로 낭비된다. 이렇게 머릿속으로 영화를 찍으면 우뇌 발달형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자존감을 회복하라

저자는 과도한 감수성을 차라리 인정하고 당당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며 살아가라고 권한다. 책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15~30%가 비슷하다고 하니, 굳이 숨길 이유도 없겠다.

"여러분의 감각 과민증을 한껏 누려 보라. 자기 자신을 조금씩 더 믿어주자. 잠재적 능력을 한결 폭넓게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향수 냄새나 발소리로만 사람을 알아맞히고, 한 입 먹어 본 요리의 재료를 알아맞히고, 오케스트라의 다채로운 소리에서 가녀린 플루트 선율을 잡아낼 것이다. 자신의 기억력을 믿고 그 능력이 진가를 발휘하게 한다면 엄청난 양의 감각 정보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과감하게 자신의 직관과 지각을 믿어 보라."(본문 중에서)

많은 정신적 과잉 활동인이 타인과의 관계 때문에 힘들어한다. 그나마 주위 사람들이 이해심 많고 긍정적이라면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실패감이 덜하겠지만, 그렇더라도 대다수와의 소통과 합의는 어렵다. 일반적인 사람들의 관계를 지배하는 암묵적 사회 규약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책에서 소개하는 해법은 이렇다. 완벽주의를 포기하라. "네, 하지만…"과 같은 소리를 넣어둬라. 자신감을 가지고 자기 힘으로 이뤄 낸 성과를 아낌없이 기뻐하라. 자기 이미지를 높여라. 어렸을 때부터 위축되던 자신의 이미지를 버려라. 그건 남들에게서 주입된 거짓의 이미지다. 자기 사랑이 먼저다.

자신감이란 '자기 장점과 단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편안한 마음' '살면서 겪는 문제들을 대부분 가지 힘으로 웬만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 '두렵기도 하고 스트레스도 받지만 그럼에도 행동을 취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스스로를 되찾으면 남들과의 관계도 개선될 것이라는 말이다.

당신은 세상에 둘도 없고, 불완전한 모습 그대로 완벽하다. 아이디어가 들끓고, 생명력이 넘치고, 기쁨으로 번뜩이고, 사랑으로 톡톡 튀는 근사한 뇌를 가졌다. 어떤가, 당신의 우뇌가 사랑스럽지 않은가.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에 소개된 자존감 회복 체크 사항
▲ 자기 이야기를 긍정적으로 할 수 있다. 칭찬을 들어도 어색하지 않다.
▲ 예전에 비해 사소한 사건들에 일일이 반응하지 않게 되었다.
▲ 특정분야에만 자존심을 걸지 않게 됐다. 관심 분야가 많아졌다. 자존감의 분배가 사회생활과 사생활 중 어느 한쪽에만 치우쳐 있지는 않은지 이 기회에 확인해보라.
▲ 자기 이미지와 남들이 하는 말에 예전처럼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외부의 평가에만 귀를 기울이지도 않는다. 사회적 압력에 굴하지 않고 특별히 힘든 과정들이 있어도 받아들일 수 있다.
▲ 이제 자존감을 보호하거나 진작시키기 위해 일부러 힘을 쓸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다고 해서 생각, 행동, 감정 상태까지 크게 동요하지는 않는다. 창피하거나 모욕적이었던 일을 두고두고 오랜 시간 곱씹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크리스텔 프티콜렝 지음 / 이세진 옮김 / 부키 펴냄 / 2014.05 / 1만4800원)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 넘치는 생각 때문에 삶이 피곤한 사람들을 위한 심리 처방

크리스텔 프티콜랭 지음, 이세진 옮김,
부키, 2014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부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윤석열 대통령, 또 틀렸다... 제발 공부 좀
  2. 2 한국에서 한 것처럼 했는데... 독일 초등교사가 보내온 편지
  3. 3 임성근 거짓말 드러나나, 사고 당일 녹음파일 나왔다
  4. 4 저출산, 지역소멸이 저희들 잘못은 아니잖아요
  5. 5 '최저 횡보' 윤 대통령 지지율, 지지층에서 벌어진 이상 징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