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차~ 갑오년 7월 5일 밀양시 상동면 고답마을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우리들의 보금자리를 새롭게 꾸민 뒤에 심신을 정결케 하옵고 천지신명께 고합니다.
고답마을은 앞으로는 맑은 강이 흐르고, 뒤로는 과수원과 푸르른 산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고장이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전력이라는 괴물이 우리 마을 바로 뒤에 114번, 115번 철탑을 세우려 하면서 지금 우리는 이 고통 속에 내던져지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아무 욕심 없이 오직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기만을 원하였느나 그 뜻을 이루는 일이 왜 이리도 어려운 것입니까? 우리는 지금 너무 힘들고 괴롭습니다.
지난 6월 11일, 수천명의 경찰이 몰려와 마지막 4개 농성장에 있던 주민들을 짐승처럼 끌어냈습니다. 우리는 울부짖었습니다. 우리는 아무 지은 죄가 없습니다. 우리가 강도짓을 했습니까? 우리가 도둑놈입니까? 지금 이 나라에서 누가 도둑놈이고 누가 강도입니까?
우리는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분한 마음 서글픈 마음 억누르고 다시 이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우리는 행정대집행도 당했고, 손해배상소송도 당했고, 공사방해금지가처분도 당했고, 업무방해로 고발도 당했고, 도로교통법 공무집행방해 집시법 위반으로 경찰 검찰 문턱을 넘나들었고, 판사님 앞에서 고개 조아리기도 여러 번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싸움의 과정에서 또한 소중한 것을 배웠습니다. 진실과 정의를 외면하지 않는 수많은 전국의 연대자들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공무원도, 국회의원도 우리를 버렸지만, 우리를 외면하지 않는 이웃들을 만나게 되었고, 우리가 틀리지 않음을 알았으며, 원전의 위험도 깨닫게 되었고, 진실과 정의는 언젠가는 만천하에 밝혀지고 말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천지신명이시여!
우리의 소망이 있다면, 우리의 분함과 억울함을 만분의 일이라도 푸는 것입니다. 이 사태가 정의의 궤도 위에서 진실이 밝혀지는 것입니다. 우리가 억울하게 입은 고통과 피해에 대해 정부와 한국 전력이 무릎 꿇고 사죄하고 정당한 조치를 해 주는 것입니다. 송전탑을 뽑아내고 원전을 해체하는 것입니다. 한전과 정부 때문에 멀어졌던 이웃들과 화해하고 다시 마을 공동체가 복원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 이곳 사랑방에 보금자리를 칩니다.
그날까지 우리는 이곳 사랑방에서 함께 손님을 맞으며 함께 기도하고, 먹고 마시고, 이야기 나누며 따뜻한 시간을 일구어갈 것입니다. 우리는 함께 손잡고 이 어려운 시간을 지켜갈 것입니다.
부디 이 사랑방을 호시탐탐 노리는 공무원 귀신, 경찰 잡귀, 한전 아귀새끼들은 싹싹 밟아 변소깐에 쳐 넣어주시고, 우리들 넉넉하고 따뜻한 웃음살만 번져 가는 사랑방이 되도록 천지 신명께서 도우소서. 오늘 우리가 차린 이 음식 함께 흠향하옵소서. 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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