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는 참모, 낙선하면 다시 기자... 이게 뭔가

[지역언론 별곡 390] 지방선거 그 후... 캠프로 간 기자들의 '변신'

등록 2014.07.09 20:40수정 2014.07.09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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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그러다 잘리면 어떡하려고 그러십니까?"
"자기 얼굴에 침 뱉는 짓, 이제 그만 하시지."

2005년 내가 <오마이뉴스>에 '지역언론 별곡'을 쓰기 시작해 10여 차례 글이 나가자 여기저기에서 우려와 충고·불만들이 쏟아졌다. 부끄러움과 자괴감을 감내하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지역언론사에 종사하는 선·후배 기자들, 심지어 사주들까지 민감하게 반응하고 나서는 것을 보면서 '상전벽해'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언젠가는 적어도 한 10년쯤 지나면 뭔가 달라지겠구나 하며 기대했다.

지금까지 390회의 글쓰기를 가능했던 건 지역언론계에서 비상식적인 일들이 반복되는 탓이 크다. 낯 뜨겁고 민망한, 비정상적이고 몰염치한 패악이 쉽게 개선되지 않은 채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는 게 신기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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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일부 출입기자들이 공간 독점으로 논란을 빚은 충남도청의 기자실 내부 모습 ⓒ 심규상


지역 관공서마다 기자실을 특정 언론사 소속 기자들만의 전유물처럼 폐쇄적으로 운영했다. 주민들의 혈세가 '관언유착'으로 사용되고, 지역신문 사주들은 기자들을 마치 수행비서나 하청업체 직원 다루듯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주로 건설·운수·유통 등)의 방패막이로 활용했다. 또 기자들에게 최저임금 지급은 고사하고, 되레 광고 유치와 독자수주를 강요하는 등 기자들을 '앵벌이'로 내몬 곳이 태반이었다.

그래서 지역언론사, 특히 지역신문사에 종사하는 기자들의 근속연수는 고작해야 한 곳에서 2년 이상을 넘기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고, 선거 때만 되면 후보들의 캠프를 기웃거리기 일쑤였다. 선거 후 출입기자가 출입처 공무원으로 변신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했다. 그런데 글을 쓰기 시작한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나아진 게 없다. 공허한 자괴감과 부끄러움이 앞서기는 8년 전과 같다.

후보자 돕던 기자, 선거 끝나자마자...

지난 6·4지방선거가 시작되자마자 후보자들의 캠프에 줄 지어 합류했던 기자들의 선거 후 풍속도가 백태를 이루고 있다. 당선한 후보자를 도운 기자들은 공무원으로 변신하고, 낙선한 경우 실업자로 전락한 것은 그렇다 치자. 선거 직전에 몸담았던 언론사로 즉시 '컴백'하는 낯뜨거운 사례도 재현되고 있다.


"'불가근불가원'이라고 했다.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 책무를 맡고 있는 언론인이 자신들의 책무를 사적이익 실현의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워지려면, 권력집단과 나눠왔던 은밀한 '패밀리 의식'부터 도려내는 결단이 필요한 때다."

지역언론사들과 소속 기자들을 향한 시민사회단체의 쓴소리가 전북지역에서 지방선거 직후 새어나왔다. 이 지역의 6·4지방선거보도 감시연대회의가 지난 3일 발표한 '권력과 언론의 부적절한 만남, 폴리널리스트에 대한 견제장치를 마련하라'는 성명은 부침과 이동이 심한 지역언론사들을 제대로 겨냥한 따끔한 충고가 가득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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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지방선거보도 감시연대회의가 지난 3일 발표한 '권력과 언론의 부적절한 만남, 폴리널리스트에 대한 견제장치를 마련하라'는 성명내용. ⓒ 전북민언련


인구 60만인 전주시에서는 14개의 지역일간지가 난립해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인다. 이 지역의 '6·4지방선거보도 감시연대회의'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북지역 언론사들의 보도를 모니터하고 불공정 보도 및 불법, 탈법사례를 감시할 목적으로 전북언론노조협의회와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전북민언련), 전북기자협회 등이 구성한 단체다.

이 단체는 성명에서 "6·4지방선거 기간에 상당수 기초단체장 캠프에서 언론인 출신 공보 책임자를 찾았으며, 기자 출신들이 너도나도 선거캠프에 합류하는 상황이 한층 두드러졌다"라며 "권력감시의 책무를 지닌 언론인이 정계에 진출하는 데 있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미디어선거의 특성이 강해지면서 홍보·공보를 담당하는 언론인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에 선거 때면 기자들의 이동이 부쩍 잦아지는 것에 따르는 병폐를 지적한 것이다. 이 단체는 최근 시·군 지역에서 지방선거 후보자들을 도왔던 언론인들이 다시 언론사로 복귀한 사례를 들며 "언론인들의 후보출마는 말할 것도 없고, 선거캠프 결합 특히 대언론담당의 역할을 한 자는 일정 격리기간을 둬 언론과 정치 간의 유착 고리를 차단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지역 토호세력과 유착"

언론사를 떠나 정치활동에 종사하던 기자가 일정 정도의 격리기간도 없이 다시 현업 간부로 복귀했다는 사실은 권언유착과 언론의 사적이용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일부 기자와 언론사주의 왜곡된 언론관이 초래한 '폴리널리스트', 또는 언피아(언론인+마피아)가 매번 '관행'이라는 이유로 묵인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경우를 두고 '격리기간 설정'과 같은 최소한의 견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6·4지방선거가 끝난 뒤 지난 6월 27일 열린 전북지역 선거보도 평가토론회에서도 현직 기자들에 의해 문제점들이 제기됐다. 이종휴 전국언론노조 전주MBC지부장은 "중앙 언론에서 여권 편파 보도가 문제라면, 지역 언론에서는 현역 정치인 중심의 편파 보도와 지역 토호세력과의 유착이 문제"라면서 "재선을 준비한 현역 단체장 중심의 편파 보도가 언론사들마다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균형 전북기자협회장(전북CBS 기자)은 선거과정에서 언론사들의 공정보도를 추동하기 위해 노조의 역할이 크다는 뜻을 밝혔다. 이 회장은 "솔직히 각 언론사마다 후보 간 호불호가 있고, 어떤 언론사는 적나라하게 드러내기도 한다"라면서 "방송사는 노조가 설립돼 있고, 노·사가 공정보도위원회를 구성해 불공정 보도에 대한 신고와 감시 기능을 유지하고 있지만, 신문사는 노조가 설립된 곳이 없다 보니 이 부분을 제어하기 힘들다, 노조 설립이 필요하다"라고 꼬집었다.

10개가 넘는 지역 일간지들에 노조가 없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사주가 얼마든지 마음먹은 대로 지면 사유화를 할 수 있고, 비정상적인 담합은 물론 관언유착이 용이하다는 점이다. 안타깝기 짝이 없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언론사들의 양적인 팽창은 날로 심화되고, 폐쇄적인 기자실 운영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특정 언론사 소속 기자들만의 공간 마련과 유지 비용이 주민 혈세로 지출되고, 심지어 기자들에게 광고 또는 구독을 강매시키는 '앵벌이' 논란도 여전하다. 6·4지방선거가 끝난 이후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사례들이다.

촌지 주고받는 관행도 여전

광주광역시에서는 지방선거 최초로 시민활동가 출신인 윤장현 시장이 당선됐다. 여기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동안 지역언론이 광주시에 대해 건강한 비판자의 역할을 하기보다는 되레 광주시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왔다는 지적이 있었다. 따라서 윤 시장이 선거기간 동안 강조해 온 '민주적 시민소통'이 실현되려면 무엇보다도 광주시와 언론의 잘못된 관행과 부패구조를 개혁하는 일이 급선무라는 목소리가 높다.

지방선거가 끝난 직후인 지난 6월 16일, 광주전남민언련이 주최한 '광주시, 민주적 시민소통을 위한 미디어 정책은 무엇인가' 지역언론 포럼에서는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시시때때 촌지를 주고받는 것도 관행으로 자리 잡고 있다. 관언유착은 필연적으로 관에 관한 언론의 종속을 심화한다. 더군다나 이를 감시·견제하는 시민사회의 기능이 작동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역언론 저널리즘의 마비는 불가피하다."

이날 포럼 참석자들은 비판과 감시가 본연의 임무인 지역언론이 지자체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비판했다. 정규혁 광주전남지역노조협의회 회장은 "지역신문은 물론 지역방송도 뉴스를 모니터하다 보면 부끄러울 때가 많다"라면서 "비판·감시·견제보다 자치단체장 인터뷰나 홍보성 기사가 상당히 많다"라고 지적했다.

이오현 전남대학교 교수는 지역일간지 난립과 자생력 상실을 큰 문제점으로 제기했다. 광주지역 일간지는 IMF 직전인 1996년 6개에서 2004년 10개, 2006년 12개, 2009년 22개에서 2013년 26개로 증가했다. 여기에 서울에서 발행되는 지역 주재기자 신문사 13개, 주간신문 42개, TV방송사 4개, 라디오방송사 2개, 통신사 2개, 인터넷신문 93개, 잡지 68개 등이 등록돼 있다.

그러나 2013년 현재 26개 신문 중 18개 신문이 정상 발행되고 있고, 8개 신문은 발행되지 않고 있다. 18개 일간지의 실질적 사주의 직업은 건설업 관련이 10개로, 사주가 언론을 사익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광주지역 신문시장의 조건은 점점 더 열악해지고 있다. 지역신문사의 수는 늘어나고, 그럼에도 언론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는 신문사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높다. 양적으로 많은 신문들이 한정된 광고주에 매달리다 보니 광고주의 눈치를 보는 콘텐츠를 양산하게 된다. 또 관공서의 언론 관련 예산에 의존하는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관공서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보도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당연히 지역성이 구현되는 저널리즘 풍토는 기대하기 어렵다.

기자실을 특정 언론사 소속 기자들만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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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민언련은 선거가 끝난 지난 6월 30일 '권언유착의 적폐 기자실 부활시킨 청주시, 민선 6기가 재검토하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 충북민언련


충북지역은 최근 기자실의 폐쇄적 운영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충북민언련은 선거가 끝난 지난 6월 30일 '권언유착의 적폐 기자실 부활시킨 청주시, 민선 6기가 재검토하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청주시가 출입기자단 요청으로 기자실을 따로 만들었다"라면서 "이번에 만들어진 기자실은 출입기자단 소속 기자 14명에게 각각의 이름이 걸린 책상을 제공하는 형태로 만들어졌다"라고 전했다.

충북민언련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자료를 보면, 청주시청이 밝힌 출입기자단 소속 언론사는 신문사 6곳, 통신사 2곳, 방송사 6곳 등 모두 14군데다. 앞으로 이들 14개사 소속사 기자들만이 기자실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도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버젓이 지자체에 기자실을 달라고 요구한 출입기자단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충북민언련 등 시민사회단체는 "기자실 부활은 청주시가 기자들이 요구하면 무엇이든 다 들어주는 식으로 언론정책을 폈다는 걸 드러낸다"라면서 "민선6기 통합 청주시를 이끌어나갈 이승훈 시장에게 청주시청 기자실 문제를 재검토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런가 하면 경기민언련은 지난 6월 28일 '후안무치 인천일보 언론개혁 모습 어디로 갔나'라는 성명을 통해 지역신문사의 광고 리베이트 등 적폐를 고발해 눈길을 끈다. 경기민언련은 성명에서 "광고 리베이트(인센티브)는 언론계와 지역사회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으나, 신문사가 법정에 제출한 문서에서 이를 인정한 것은 처음"이라면서 "더구나 리베이트 비율이나, 이를 지대와 상계시키는 방식 등 지방 언론의 적폐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라는 점에서 충격을 준다"라고 밝혔다.

밖에 나가서 광고 또는 구독자를 확보하도록 경쟁을 부추기는 사주들에게 기자들은 '앵벌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런 현실이 참담할 뿐이다.

가뜩이나 우리 언론은 세월호 참사 이후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사회적 지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를 벗어나려고 발버둥 쳐도 시원치 않은 판국에 구태의연한 악습을 되풀이한다면 '기레기'는 지역사회에서 영영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지방선거 #기자실 #관언유착 #촌지 #광고리베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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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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