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가 사찰 여행에 푹 빠진 까닭은?

[서평]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읽고

등록 2014.07.09 11:06수정 2014.07.09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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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한 지역 언론인으로부터 책 한 권을 선물로 받았다. 목회자인 내게 특별한 선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불교 관련 책이기 때문이다. 김윤탁이 쓴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바로 그 것. 대한불교조계종 제8교구 직지사 본·말사(本·末寺) 60여 곳을 여행하고 쓴 글이다. 지은이가 대표로 있는 김천인터넷뉴스에 연재했던 것을 다시 정리해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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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탁<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 김천인터넷뉴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책은 제목에서부터 여행의 목적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우리는 지금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 이렇다 보니 삶의 목적도 불분명하다. 목적 없는 삶은 풍요로울 수 없을 뿐더러 그 의미를 찾기도 어렵다. 지은이는 남을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알기 위해 여행을 떠나라고 말한다.


목회자가 불교 관련 책의 서평 쓰는 것을 의아한 눈으로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불교는 우리 문화의 한 부분이다. 삼국시대와 고려 때 국교의 역할을 했고, 조선시대 이후에도 우리 역사에 미친 영향이 크다. 문화는 그 시대의 조류이고, 직·간접적 영향을 받으면서 우리는 살아간다. 이런 측면에서 책을 읽고 느낀 점을 밝히려고 한다.

이 책은 전문가의 입장이 아니라 비전문가, 즉 아마추어의 눈으로 본 사찰 순례기다. 전문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그만큼 내용이 풋풋하다. 마치 햇과일을 먹는 것과 같은 기분이라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독자의 구미를 당기는 부분이 많다. 이 책은 조계종 제8교구 본사(本寺)인 직지사에서 시작해 경기도 시흥의 법륭사로 끝을 맺고 있다. 대부분 경북 일원에 산재한 말사(末寺)들이지만 법륭사는 경기도, 그리고 흥국사는 강원도에 있는 절이다. 본사에 딸린 절은 그 근방에 있기 마련인데, 왜 이렇게 멀리까지 두게 된 것인지 이유를 모르겠다.

목회자가 읽은 사찰 여행기

여행기를 쓰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전문적인 지식과 안목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특정 분야에 대한 것은 더욱 그렇다.  보고 왔다고 무작정 여행기를 쓸 수는 없다. 사찰에 대한 여행기를 쓰기 위해서는 적어도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먼저 불교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사찰은 불교를 믿는 사람들의 신앙 공간이기 때문이다. 사찰 대부분은 탑과 부도를 거느린 한옥으로 지어져 있어 전통 한옥 등 건축에 대한 지식도 갖고 있어야 한다.  더불어 동양 철학의 한 분야인 풍수지리설까지 알고 있으면 더 좋다. 옛부터 심산유곡 한적한 곳에 절을 세우기 위해 음양을 따져 왔기 때문이다.


​저자 김윤탁은 그런 안목과 지식을 갖추고 있다. 많은 절을 소개하면서도 내용 반복이 거의 없다. 사찰 여행에 대한 공부와 준비가 철저했다는 이야기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며 불교, 건축, 지리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고, 우리의 전통 문화를 접할 때 필수적인 한자 공부도 덩달아 할 수 있다. 인물과 사건 등 불교와 관련된 역사를 알게 되는 것은 덤이다.

고승들의 법문부터 세심한 약도까지


책은 그 머리에 답사한 사찰을 한 장에 담은 지도와 대한불교조계종 25개 교구에 대한 현황 표를 담았다. 본격적인 내용은 설경 속에 잠긴 직지사와 백련암 운수암을 시작으로 말사들의 모습을 다양한 각도로 잡아 쉬운 필체로 서술했다. 2년여에 걸쳐 여행한 내용을 책으로 엮어냈다고 하니 사시사철의 변화를 두 번씩 만나게 되는 셈이다. 따라서 이 책을 읽는 독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찰 정취를 빠짐없이 보고 느끼게 될 것이다.

책은 각 사찰을 소개한 뒤 곳곳에 고승들의 법문을 곁들였다. 이는 마음에 평안을 선사한다. 직지사 조실 영허 녹원 대종사의 법어, 탄허 스님과 청하 스님의 법문들, 법정 스님이 쓴 이야기들은 쉬어가는 휴게소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도 책의 절반 정도는 눈이 시릴 만큼 선명한 칼라 사진들로 채워져 있어 읽는 이의 마음까지 시원하게 만든다.

이 책은 읽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소개한 사찰을 찾게 만든다. 사찰 소개 끝에 '오시는 길'과 '약도'까지 친절하게 곁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각 사찰의 주소와 전화번호, 도로 정보와 철도 상황까지 중계 방송하듯 알려준다. 산과 강, 도로와 건물을 넣은 약도는 처음 길이라고 할 지라도 별 어려움 없이 찾을 수 있도록 그려져 있다. 또 이해를 위해 중간 중간 더한 삽화는 앙증맞기 그지없다.

사찰 여행 떠나며 불교 공부까지 덤으로 할 수 있는 책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사찰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 삼독(三毒, 貪.嗔.痴), 정각(正覺), 진여법신(眞如法身), 팔정도(八正道), 오계(五戒), 입측오주(入厠五呪) 등의 불교 용어 뿐 아니라 팔작집, 맞배지붕, 치미(鴟尾), 옥개석(屋蓋石), 복발(覆鉢), 건칠불(乾漆佛) 등의 건축 조각 용어부터 석가모니불, 비로자나불, 아미타불 등 부처의 이름까지. 대웅전, 팔상전, 대적광전, 극락보전 등의 가람의 명칭도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앞으로 절에 갈 기회에 있다면 그 곳 문화를 보는 안목이 넓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으니 말이다.

국배판 320쪽 분량의 도서를 출판하는 데는 열정과 노력을 필요로 할 것이다. 면면마다 그런 모습들이 읽힌다. 하지만 이와 같은 책을 기획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몇 가지 지적사항을 보탠다. 먼저 책 전체의 절반을 사진으로 채우고 있는데, 사진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것이 몹시 아쉬웠다. 사진 바로 아래, 그게 어렵다면 한 곳에 모아서라도 사진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면 이해를 돕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각 사찰 주지들 중 학승이 적지 않을 텐데, 이들의 저서를 덧붙여 소개하면 좋았겠다. 지엽적인 문제지만 오타가 간간이 보이고, 맞춤법에 어긋난 단어도 나온다. 예를 들어 '없던', '넣던' 등 시제의 관형어미를 붙여 쓸 곳을 '없든', '넣든' 등 선택의 관형어미로 혼돈해 쓴 것이라든지, 불탱(佛幀)을 불정으로, 불전(佛殿)으로 해야 할 것을 불전(佛前)으로 쓴 것 등은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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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윤탁이 책을 선물하며 써준 헌정사 ⓒ 이명재


​사소한 실수들이 이 책의 가치를 모두 줄이는 것은 아니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크게 동한 것은 저자의 작은 배려다. 모든 장소가 그렇지만 사찰도 크고 작은 규모의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큰 것은 쓸 게 많을 것이고, 작은 것은 그렇지 못할 것이다. 오늘날 사회 또한 작은 것보단 큰 것을 더 좇는다. 하지만 저자 김윤탁은 작은 사찰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애정어린 앵글을 맞췄다. 내용이 빈약해 질 수 있는 경우에는 두 세 개의 작은 절을 모아 한 꼭지의 이야기로 묶기도 했다.

지금까지 나는 이 사찰 여행기를 우리 문화의 한 부분을 소화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했다. 목회자로서 불교 사찰 여행기에 대한 서평을 쓴다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쪽에 지식이 부족한 것도 주 원인이 되겠지만 주위의 편견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크리스천이 불교 관련 책의 서평을 쓸 수 있듯이 불자도 기독교 관련 도서에 서평을 쓸 수 있다. 더욱 이런 교류가 활발이 일어나기를 기대 한다. 더불어 출판 여건이 열악한 지방에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기획 취재하고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낸 저자 김윤탁의 노력을 응원한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김윤탁 #김천인터넷뉴스 #이명재 목사 #직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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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향기 그윽한 김천 외곽 봉산면에서 농촌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세상과 분리된 교회가 아닌 아웃과 아픔 기쁨을 함께 하는 목회를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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