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미국과 중국 사이에 꽉 끼었다

미국, 시진핑이 박근혜에 가입 제안한 AIIB 잇달아 비판

등록 2014.07.09 18:00수정 2014.07.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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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3일 오후 청와대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청와대


한국이 세계 양강인 미국과 중국의 마찰 이슈에 끼이게 됐다. 중국이 설립을 주도하고 있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3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가입을 공식 제안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Asia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을 미국이 잇달아 비판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 젠 사키 대변인은 8일(현지시각) 정례브리핑에서 AIIB 설립에 대해 "이미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지역 인프라 투자와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AIIB는 아직 존재하지 않으며 분명히 넘어야 할 문턱이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세계은행과 ADB는 높은 수준의 지배구조와 환경·사회적 세이프가드, 조달, 지속성 측면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해왔으며 수십 년간의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며 "지역 내 인프라 개발과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추가로 공공·민영·다자 개발은행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우리는 새로운 개발은행이 기존 금융기관들을 어떻게 보완하고 가치를 더할 수 있는지를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견제했다.

오랜 기간 아시아에서 개별 국가 단위를 뛰어넘는 개발사업을 지원해온 ADB가 있는데 왜 AIIB가 또 필요하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과 일본이 각각 15.7%와 15.6%로 1·2대 주주이며 역대 총재를 모두 일본인이 맡아온 ADB에 대해, 경제력에 비해 중국의 발언권이 약하다는 불만을 표해 왔으며 결국 시진핑 주석이 지난해 10월 동남아 순방길에 AIIB설립을 제안했다.

지난해 상품무역액(4조1천600억 달러)과 외환보유액(3조9481억 달러) 세계 1위국으로써 아시아 경제 질서를 주도하겠다는 뜻으로, 미국이 AIIB를 견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AIIB에서 미국과 일본을 배제하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밝혀왔다.

러우지웨이 중국 재정부장이 지난 5월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자리에서 15개 아시아 국가 대표단을 별도로 초청해 AIIB설립 취지를 설명하면서 미국, 일본, 인도는 초청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백악관 NSC 한반도 담당 보좌관 "한국-AIIB 가입 신중해야" 노골적 반대

샤키 미 국무무 대변인에 앞서 시드니 사일러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 보좌관은 더욱 노골적이었다. 그는 7일(현지시각)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AIIB가 오랫동안 존속해온 세계은행이나 ADB와 같은 다자적 개발기관과 협력하거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며 "한국뿐 아니라 세계은행과 ADB와 함께 일하는 모든 국가들이 AIIB에 대해 공통의 의문점들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공개적으로 한국의 AIIB 가입을 반대한 것이다.


미국 정부는 이들에 앞서 한국 정부에 AIIB 가입 반대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달 28일, 캐럴라인 애트킨슨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이 6월 상순에 방미한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에게 AIIB 가입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풍부한 자금력을 배경으로 중국이 AIIB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을 경계해 개입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3일 한중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이 한국의 AIIB 가입을 제안했으나, 공동성명문에는 담기지 않았다. 우리 정부가 확답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당시 시 주석의 제안에 "중국의 AIIB 설립 구상이 역내 경제 개발과 성장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한 시도로 생각하며 이를 위한 중국의 노력을 평가한다"며 "이에 대해 한·중 정부 간 양자협의와 다자간 실무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고 우리 정부는 협의결과를 감안해 참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현재도 정부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으며 더 논의하고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결국 박근혜 정부는 군사안보 분야에서 미국의 MD체제 편입과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 신뢰 구축회의(CICA) 가입 문제, 경제 분야에서 AIIB 가입이라는, 미국과 중국의 핵심 갈등사안을 헤쳐나가야 할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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