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민 변호사
이영광
지난 6월 30일 안전행정부 등으로 시작한 국회 '세월호 침몰사고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아래 세월호 국조 특위)의 기관보고가 11일 종합질의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이번 기관보고는 정쟁과 막말만 난무할 뿐 세월호 유가족과 국민이 원하는 참사 진상규명엔 동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아래 민변)이 만든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법률지원 특별위원회(아래 세월호 참사 진상 특위) 위원을 맡아 참사 초기부터 세월호 유가족들을 돕고 있는 박주민 변호사를 지난 9일 국회에서 만났다.
박 변호사는 국회의 세월호 국조 특위 기관보고는 "전반적으로 봤을 때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면서 "기관들이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고 일부 의원들은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채 국정조사에 임하고 있어서 성과가 안 나고 있다"고 평했다.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VIP 발언'을 문제삼아 새누리당이 사퇴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박 변호사는 "이번 기관보고에서 가장 중요한 피조사기관 중 하나가 바로 해양경찰청이다, 그들은 계속된 자료 요구에도 불구하고 자료를 내놓지 않다가 자신들의 기관보고가 있는 날 새벽 1시경에 자료를 쏟아내 새누리당이 당황했을 수도 있다, 새누리당이 당황했다면, 국정조사가 제대로 진행되기 보다는 지연과 파행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고 파행을 위한 빌미가 필요 했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물론 김광진 의원이) 녹취록에 없는 이야기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발언이 녹취록에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 아니라 'VIP가 좋아하니까 이런 식으로 급박한 상황임에도 사진과 동영상을 찾는 것이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생각해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기관보고에 MBC가 불참한 것에 관해 "자료도 제출하고 마치 출석을 할 것처럼 하다가 결국 불출석했다, 국정조사에 출석해서 증언하는 것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기에 거부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질적으론) 전원구조라는 오보의 배경을 밝히기 싫어서 나오지 않은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박주민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세월호 국정조사 기관보고, 자신들 방어하려고 자료 제대로 안 내"-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가 가동된 지 한 달 보름이 지나가고 또한 지난주부터는 국정조사 중 기관보고가 진행되는데 어떻게 보세요?"지난 주부터 국정조사 기관보고가 시작되었습니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우선 기관들이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사실을 밝히기보다는 기존의 의혹을 다시 확인하는 수준에서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또한 일부 의원들은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채 국정조사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두 가지가 결합되어 성과를 낳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 왜 자료 제출을 안 한다고 보세요?"기관들이야 자신들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내놓지 않는 것입니다."
- 이게 방어하고 말 게 없을 것 같은데."구조나 수색에서의 잘못이 인정된다면 해당 기관들의 실무자 및 책임자는 심하면 사법적 처벌이 약하더라도 징계 등을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자기 자신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국정조사를 비롯한 진상규명을 피하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 국회에 강제 권한이 없나요?"자료제출을 요구하면 이에 응해야 한다고는 되어 있으나, 이에 대해 거부하면 제대로 처벌하는 조항 등이 없습니다. 다만, 앞으로 제재를 강하게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기는 합니다."
- 또 "일부 의원은 충분한 준비도 안 하고 국정조사에 임한다"고 지적하셨는데 이유가 있을까요?"중언부언하는 의원, 책임을 묻거나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아니라 변명할 기회를 주는 의원, 꾸벅꾸벅 조는 의원, 유가족에게 삿대질을 하거나 막말을 하는 의원, 정회 시간에 피조사기관과 차를 마시는 의원, 내용에 대한 준비도 안 되어 있고, 심적 준비도 안 되어 있는 의원들이 너무 많아 보입니다."
- 지난주 새누리당은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발언을 꼬투리 잡아서 5시간 가량 지연을 시키기도 했습니다. 꼭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다가 김 의원 발언을 빌미로 파토 내려는 의도 내지는 기를 꺾으려 한 게 아닌가 보여지는데."사실 이번 기관보고에서 가장 중요한 피조사기관 중 하나가 바로 해양경찰청입니다. 해경은 계속된 자료요구에도 불구하고 자료를 내놓지 않다가 자신들의 기관보고가 있는 날 새벽 1시경에 자료를 쏟아냈습니다. 그중에는 많은 논란이 되었던 청와대와 해경상황실 간 통화 녹취도 있었습니다.
아마 새누리당으로서는 당황했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새누리당이 당황했다면, 국정조사가 제대로 진행되기 보다는 지연과 파행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습니다. 또 만약 새누리당이 그런 판단을 했다면 지연이나 파행을 위한 빌미가 필요했을 수도 있습니다."
- 김 의원의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녹취록에 없는 이야기를 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발언이 녹취록에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아니었다고 보입니다. 'VIP가 좋아하니까 이런 식으로 급박한 상황임에도 사진과 동영상을 찾는 것이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을 모욕주려고 한 의도된 발언이라고 주장하던데."구조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에 사진과 동영상을 찾았다는 것 자체가 이미 모욕적인 상황입니다. 자기 스스로 우스운 모습, 말도 안 되는 모습을 다 보여준 후에 말 한마디 더 얹혔다고 해서 그것이 무슨 큰 문제이겠습니까. 자신의 잘못을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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