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은 말없이 주저앉아 종이비행기를 접었다. 샛노란 종이비행기마다 아이들 이름이 쓰였다. 서투른 손길로 하트도, 별도 그려넣었다. 지난 90여 일 동안 수없이 되뇌어왔을 ‘보고 싶다’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박현진
엄마들은 말없이 주저앉아 종이비행기를 접었다. 샛노란 종이비행기마다 아이들 이름을 썼다. 서투른 손길로 하트도, 별도 그려넣었다. 지난 90여 일 동안 수없이 되뇌어왔을 '보고 싶다',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한 엄마가 종이비행기 하나를 바람에 실어 던졌다. 종이비행기는 채 두어 걸음도 못 가서 툭 떨어졌다. 그는 "멀리 날아야 아이들이 볼 텐데"라며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옆에서 다른 엄마가 "걱정 마라, 우리 마음 다 알 거다"라고 말했다. 그제야 종이비행기를 던진 엄마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7월 14일, 며칠을 이어온 후텁지근한 날씨는 국회 본관 앞에서도 여전했다. 김병권 세월호 사고 가족대책위원장을 비롯해 단식농성에 나선 10명의 세월호 유가족들은 뙤약볕을 온몸으로 받아냈다. 함께 농성 중인 50여 명의 유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따금씩 그들을 찾아 격려하는 의원도 있었지만, 본관 정문으로 출입하면서조차 그저 스치듯 지나가는 의원도 많았다. 그때마다 무거운 침묵이 유가족들에게 내려앉았다.
유가족들은 지난 12일부터 특별법 제정, 여야와 가족대책위로 구성된 3자협의체 구성을 촉구하며 국회 본관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여야 논의과정에 대한 참관조차 거부하고, 여야가 갈등만 빚자 결국 15명(국회 10명, 광화문 5명)의 유가족이 단식농성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