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홈피오늘의 방문자는 2명. 뭔가 휑 하지만 그래도 미니홈피는 '나만의 공간'이라는 느낌이 더 크다
송민근
페이스북이 나에게 주는 '불편함'그 빈 공간을 페이스북이 가득 채우고 있다. 고작 몇 분 사이에 새 알림이 몇 개씩 올라온다. 가끔 구독하는 페이지에도 여러 소식이 북적거린다. 페이스북은 항상 친구들의 온갖 소식과 글로 가득하다. 말 그대로 뉴스 피드(News Feed)다. 재밌는 소식, 귀여운 동물 사진, 맛집 소개 글 등 다양한 이야기가 올라오지만 그다지 가깝게 느껴지지 않는다.
'좋아요'가 수만 개씩 달려 있어도 페이스북의 글들은 나를 향한 것이 아니다. 다만 내가 보는 타임라인에 올라와 있는 새로운 소식일 뿐이다.
페이스북의 내 담벼락은 결국 내 공간이 아니다. 담벼락은 이중적이다. 나의 글, 나의 사진, 나의 소식이 올라가는 장소이지만 결코 내 소유의 공간은 아니다. 내 글은 모두에게 공개되기 위해 뉴스 피드에 올라가고, 고작 타임라인의 구석을 차지할 뿐이다.
비록 공개 제한이 가능할지언정 페이스북은 기본적으로 공개와 공유를 위한 공간이다. 지인에게 내 소식을 알리고, '좋아요'를 받고 댓글이 달리면 나도 답한다. 분명 즐겁다.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태그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내 사진'이 '내 공간'에만 올라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가끔씩 페이스북은 사람 많이 다니는 대로변을 향해 창문이 활짝 열린 집에 사는 것만 같다. 물론 평소에는 가볍게 즐길 얘기가 많아서 좋고, 굳이 직접 연락하지 않아도 상대의 소식을 알고 지내기에 좋다. 하지만 그 때문에, 애써 지인에게 직접 연락을 하지는 않게 된다. "우리 언제 얼굴이나 한 번 보자"했던 친구를 페이스북으로만 보면서 연락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 애 어떻게 지내는지 알아?""아, 유럽 여행 갔던데? 페북에서 봤어."
페이스북 때문에 흔해진 대화 패턴이다. 가끔 느끼는 불편함은 이따금 생소한 감상을 남겼다. 마치 이 느낌이 모두 페이스북 때문인 것만 같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싸이지앵'으로 남아 있다. 파리에는 파리지앵이 산다면, 싸이월드에는 추억을 먹고 마시며 미니홈피에서 사는 싸이지앵이 있다.
모두가 '싸이질'하던 때가 문득 그립다모두가 싸이월드를 할 때의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난다. 나도 나름 싸이월드를 열심히 했다. 5년 전에 시작했으니 다른 친구들보다는 조금 늦게 싸이월드에 진입한 편이다. 하지만 내 미니홈피에 쌓여 있는 1400여 개의 다이어리는 나름 자랑이다.
흔히 '싸이어리'라고 한다. 싸이월드와 다이어리의 합성어다. 이제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지 않기에, 모두에게 무차별적으로 공개되는 뉴스피드와는 다르다. 아직도 싸이월드를 떠나지 못하는 몇몇 남은 일촌들끼리 우리만의 이야기를 공유한다. 더 내밀하고, 더 진솔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남들에게는 함부로 밝힐 수 없는 '오글'거리는 감성도 몇 마디 끄적여 본다.
수백 장의 사진과 셀 수 없이 많은 방명록도 잊을 수 없는 추억거리다. 네이트온을 켜두고 친구의 미니홈피 아이콘에 'N'자가 뜨면 꼭 눌러봤다. 내 방명록에 글을 남긴 친구에게 답방을 가기도 하고, 싸이클럽의 익명게시판에서 장난스레 글도 남겼다.
싸이는 기본적으로 일대일 관계다. 관계의 시작도 심상치 않다. 단순히 '친구 추가' 버튼을 똑딱 누르면 끝이 아니라, 서로의 별명을 '일촌명'으로 지정해야 한다. 너와 나는 단순히 '친한 친구' 혹은 '아는 사람'으로 지칭되지 않는다. 서로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 일촌명과 함께하는 관계 맺음은 단순하게 끝나지 않는다. 일촌명을 고민하던 추억이 아직도 생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