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문고가 있는 서울 동작구와 관악구 일대에서는 일반고 슬럼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8일 동작구 사당3동에 위치한 사당중학교 전경이다. 사당중학교 졸업생 다수는 인근의 동작고·인헌고 등 일반고가 아닌, 경문고와 같은 자사고나 강남의 고등학교로 진학한다.
선대식
지역 사회에서 일반고 슬럼화는 고착화된 지 오래다. 중학교 3학년생 사이에서는 자사고 선호현상이 강하다. 동작고 인근에 있는 사당중학교의 한 학부모는 "동작고는 안 좋은 학교로 통한다, 학부모들은 경문고와 같은 자사고에 보내거나 위장전입을 해서라도 강남구·서초구 학교로 아이를 보낸다"면서 "동작고로 진학하는 사당중 학생은 전체의 10%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사당중에서 근무하는 교사는 자사고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반고에 가면 공부를 할 수 없다는 인식이 퍼졌다, 공부를 잘하면서 일반고에 가는 학생이 있는데 공부 못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내신 성적을 잘 받기 위한 것"이라면서 "교사들도 자신의 자녀를 일반고에 보내는 걸 꺼려한다, 자사고 탓에 일반고가 붕괴됐다"라고 비판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경문고 입학생 중에서 중학교 내신 성적 상위 20% 이내 학생의 비율은 38%였다. 반면, 인근의 일반고인 삼성고·당곡고·신림고의 중학교 내신 성적 상위 20% 이내 학생의 비율은 각각 13.9%, 12.0%, 11.5%에 불과했다.
반면, 경문고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인근 일반고로 전학을 간다. 2013년 경문고에서 인근 일반고로 전학을 간 학생은 32명에 달한다. 또한 부적응 등의 이유로 자퇴한 학생 수도 12명이었다.
경문고 인근 삼성고의 한 교사는 "같은 지역에서의 전학은 안 되지만, 자사고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은 인근 일반고로 전학할 수 있다는 예외규정이 있다"라면서 "이 학생들은 자사고에서 실패했다는 생각에 일반고에서도 잘 적응하지 못한다"라고 전했다.
2013년 폭력 행위 등으로 징계를 받은 학생의 비율도 경문고와 주변 일반고의 격차를 보여준다. 경문고에서 1년 동안 단 한 명의 학생도 징계를 받지 않은 동안, 신림고에서는 전체 학생의 22.9%인 222명이 징계를 받았다. 삼성고와 당곡고에서도 징계를 받은 학생의 비율이 각각 5%, 5.3%였다.
경문고, 4년 연속 정원 미달... "급여 못 받을까 걱정"일반고를 딛고 올라선 경문고 역시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있다. 매년 모집 정원 미달로 인해 재정 압박을 받고 있다. 경문고는 2009년 자사고 전환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그 방법은 재단의 돈이 아닌 학생의 학비를 통해서였다. 학생 1인당 한 학기 수업료·입학금·학교운영지원 회비(옛 육성회비) 등 납입금을 178만5900원에서 395만6000원으로 올리겠다고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경문고가 자사고로 전환한 첫해인 2011년 420명의 신입생을 모집하려고 했지만, 지원자 수는 모집정원을 밑돌았다. 경쟁률은 0.77 대 1이었다. 2012년 모집인원을 350명으로 줄였지만, 미달 사태를 피할 수 없었다. 2014년에는 신입생 모집정원의 74.9%만 채웠다. 그 사이 지원자가 적었던 동양고와 용문고는 일반고로 전환했다.
학교 재단(학교법인 경문학원)의 부담이 커졌다. 경문고가 2009년 자사고 신청서를 제출할 당시 연간 법인 전입금 예상액을 최대 4억5200만 원(2012년)으로 잡았다. 하지만 2013년 법인의 전입금은 11억3407만 원에 달했다.
경문고의 한 교사는 "학생들로부터 받는 돈이 부족하니, 재단에서 부족분의 상당부분을 채워주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깨진 독에 물 붓기'를 할 수 있겠느냐"라면서 "2015학년도에도 신입생 모집이 어려워지면 급여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 교사 대부분 일반고로 돌아가기를 원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조대형 경문고 교장은 지난 21일 오후 기자와 만나 "(학교 구성원 중에는) 개별적으로는 다른 생각(일반고 전환)을 가진 분도 있겠지만 다수는 (자사고) 유지를 원한다"라면서 "또한 재단 기본 자산이 튼튼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라고 밝혔다. 또한 "경문고 인근에 사는 학생이 멀리 떨어진 학교로 가야 하는 경우 불편할 수 있겠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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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패' 자사고 우수학생 독점 '슬럼화' 일반고 패배감 젖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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