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까지 인정된 1344건의 석면피해구제자의 석면노출원별 구분.
환경보건시민센터
석면피해구제법은 환경성 석면노출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만든 제도이지만 실제 구제인정자의 석면노출원은 직업성노출이 환경성노출보다 많다. 노출원 모름을 모두 환경성노출로 볼 경우에도 전체의 절반 정도는 직업성노출이며 나머지 절반은 환경성노출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수치상으로는 직업성 노출이 64%로 절반을 넘는다.
석면 질환은 노출 후 10년~40년의 긴 잠복기를 거쳐 나타나기 때문에 직업적 석면노출의 경우 석면 사업장에서 퇴직한 후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 석면질환이 발병하곤 한다. 과거에 다녔던 석면사업장이 폐업하여 사라진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산업재해보험 대상에 포함되기 어려워 환경피해구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렇다 하더라도 1964년 이후 직장에 다녔던 경우는 산재보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폐광된 석면광산 또는 폐업하여 사라진 석면공장에서 일했던 경우나, 건설일용직의 경우는 1964년 이후에 일했던 경우라도 직업력 증빙이 어려워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이들은 모두 퇴직노동자들라 조합비를 내는 현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활동하는 노동조합의 관심 밖에 있다. 석면 문제의 특성을 반영하여 노동자 건강권이 현직일 때뿐만 아니라 퇴직 후에도 보장받도록 해야 한다.
석면 피해로 똑같이 병들었는데, 보상 차이가... 앞서 잠시 언급한 환경성 석면노출로 인한 석면피해구제제도의 구제금과 직업성 석면노출로 인한 산업재해보험의 보험금의 차이 문제를 보자.
석면암인 악성중피종암의 경우 환경구제금은 대략 3500만 원(2년생존시)~4800만 원(3년생존시) 정도이다. 산재보험금의 경우 일일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계산한 경우가 최소 수준으로 1억1300만 원 정도이고 퇴직 직전의 급여수준에 따라 많게는 2~3배 더 올라간다.
산재보험의 경우, 피해자가 사망한 뒤 배우자에게 유족급여가 지급되고 이를 연금으로 받을 경우 사망시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차이는 더 커진다. 같은 질병인데도 환경구제금이 산재보험금의 10~30%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석면폐증의 경우에는 차이가 더 벌어지는데, 환경구제금이 600만~1700만 원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 글의 모두에 소개한 중피종환자 정아무개씨의 경우, 24세때인 1978년부터 1984년까지 7년간 당시 석면 원료로 곤로 심지를 제작하는 조광산업에서 근무한 석면사업장 직업력이 있다. 이후 1986년에도 1년여간 석면건축자재를 취급하는 건설현장에서 일한 바 있다.
그리고 52세인 2006년, 폐를 둘러싼 중피에 암이 생기는 석면암인 악성중피종암에 걸렸다. 석면노출 이력과 발병까지의 잠복기는 조광산업에서의 석면노출로부터 최대 28년, 건설현장 노출로부터 20년이다. 그는 2012년 9월에 석면피해구제 인정을 받았다. 과거 일했던 조광산업이 폐업하고 사라져 직업력 근거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일용직으로 기록을 거의 남기지 않는 건설현장 직업력도 마찬가지다.
올해 환갑을 맞은 정씨는 한창 경제활동을 할 나이지만 암투병을 하느라 힘든 여생을 보내고 있다. 항암제 부작용으로 손을 심하게 떨고 기억력도 현저히 나빠졌다. 산업재해로 인정될 경우, 현재 환경구제로 받는 금액보다 최소 3배 이상의 휴업급여 및 유족급여를 받을 수 있다. 그리되면 투병생활은 물론이고 가족에 대한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가족은 해체됐고 그는 동생집에 얹혀 기초생활수급자로 살고 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씨와 같이 직업적 석면노출 피해자이지만 산업재해보험 제도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매우 낮은 수준의 환경성 구제만을 받으며 스러져갔거나 힘든 생을 보내고 있는 석면피해자가 무려 700여명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