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스 색션.
류옥하다
한쪽에서 버나드 쇼의 섹션을 발견했다. 그곳에서 '우물쭈물 살다가 이럴 줄 알았지'의 원문을 읽을 수 있었다.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어라, 그런데 아무리 봐도 번역이 이상하다. 어디에도 '우물쭈물'이라는 단어는 보이지 않는데? 부모님께 여쭤보니, '우물쭈물~'은 국내 한 통신사의 의도적인 오역이었던 듯하단다고. 'show'라는 브랜드와 버나드 '쇼'가 비슷하다는 데서 착안하여 묘비명을 재밌게 번역, 마케팅에 활용한 것.
조금 더 정확한 번역은 "오래 살다보면 이런 일(죽음) 생길 줄 내가 알았지!"가 되겠다. 마케팅의 의도는 그렇다 쳐도, 오역이 걸러지지 않은 채 퍼지고 있는건 문제다.
이곳 아일랜드를 포함한 영미 문화에서 인상깊은 것은 문학이 사람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펍에서 만난 사람들도 특별히 문학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아도, 사회적 지위가 낮더라도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지역 사회에 도서관이 잘 자리잡고 있을 뿐더러 독서가 사람들에게 일종의 '습관'이다.
우리의 책읽기는? 어릴 때는 입시를 준비하기 위한 방편으로 책을 읽다가, 청소년 때는 입시에 치여 수능위주의 독서를 주로 하며, 20대 이후로는 취업서나 이른바 '자기 계발서'나 힐링서를 사서 읽는다. 사회 전반에서 문학, 인문학이 침식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고등학생 이상의 평균 독서량이 일년에 9.5권이라던가. 고등학교에서 '신'급으로 추양(?)받는 유명 온라인 강사가 독서는 사치라고 가르치는 판이니.
가난은 죄악이며 성장과 돈이 '신'이라는 논리를 좇다가 결국 발견한 것은 우리들이 '아파트 속에 길들여진 돼지들'이 되었다는 것이다. 단순한 자본주의 논리와 '합리적 생각'이 우리의 '사유' 능력을 감소시킨 건 아닐까. 과연 이러한 삶이 우리에게 행복을 주었는지, 말 그대로 정말 '부유'해진 것인지, 이 시대의 인간성과 문화의 붕괴를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다. 사회가 생각할 줄 알고, 고민할 줄 알고, 사색할 줄 아는 능력이 길러졌으면... 책 좀 읽자는 이야기가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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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산골에서 일하는 일차의료, 응급의료 의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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