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라산둘레길 조성도와 수악길 안내도
한라산둘레길안내센터
위치는 중문 윗쪽의 서귀포자연휴양림 부근에서부터 산록남로를 타고 동쪽방향에 있는 돈네코 탐방로, 사려니오름까지의 일대에 조성되어 있다. 그중 가장 최근에 조성된 수악길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수악길'은 돈내코 탐방로에서 사려니오름 입구 사이 16.7km의 구간으로 물오름(수악), 보리오름, 이승이오름 등이 분포하고 있다. 수악길 중간에 있는 신례천은 한라산 '사라오름' 남동쪽에서 발원해 '보리오름' 서쪽에서 합류하고 5.16 도로의 수악교와 수악계곡을 거쳐 남원읍 신례리로 흐른다. 수악계곡은 5.16도로 건너편 선들계곡과 함께 팔색조의 도래지로 알려졌다.
제주 숲길에 숨은 몇가지 '맛'제주도의 숲길 트레킹에는 몇 가지 '맛'이 있다. 가장 좋은 맛은 '원시림을 걷는 맛'이다. 제주의 숲은 현실 세계와 이질감이 들 정도로 온갖 기화이초가 만발해있다. 남북의 식물계가 만나는 지점이라 다양한 식물생태가 펼쳐져 있고, 화산섬 특유의 원시덩굴이 엉켜있어(곶자왈이라고 부른다) 문명세계를 한참 벗어난 느낌이 든다.
또 다른 점은 지나칠 정도로 '고즈넉하고 조용하다'는 것이다. 아직은 사람이 많이 찾지 않아 '사람'을 거의 마주치지 않는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새소리와 내 발걸음 소리가 전부다.
'걷는 맛'도 좋다. 화산송이가 깔린 길이나 나뭇잎이 쌓인 길의 사그락거림이나 부드러움은 감칠 맛나는 촉감이 있고 발의 피로도 줄여준다. 그리고 거의 경사가 별로 없어 트레킹이 힘들지 않다.
'수악길'은 원래 코스길이도 상당한데다가(16.7km) 차가 다니는 도로까지 걸어 오는 걸 계산하면 20km가 넘는 거리다. 또한 중간에 있는 오름들은 돌아 나오려면 또 그만큼 거리가 추가된다.
그래서 나는 지난 7월 중순, 이틀에 걸쳐 수악길을 걷기로 했다. 수악길 중간을 가로지르는 5.16도로변 수악계곡 입구 주차장이 절반씩 걷기에 좋은 출발점이 된다. 사려니오름까지의 후반부가 오름을 세개나 포함하고 있어 시간이 훨씬 더 걸린다는 것을 참고하시라.
'진공상태'가 된 머릿속

▲ 수악길 중간에서 사려니오름 방향으로 초입에서 만나는 숲
임해용
물오름부터 사려니오름까지의 후반부 코스를 트레킹한 날은 비교적 맑은 날이었다. 뙤약볕이 뒷통수를 말랑말랑하게 삶아대는 느낌도 숲에 들어선 순간 사라졌다. 숲이 울창하여 힛빛이 들어올 틈이 없다. 울창한 원시 숲과 용암이 식어내린 마른 계곡 지루할 틈없이 가끔 나타나는 봉긋한 오름들….
중간에 나무 등걸에 앉아 도시락을 까먹으며 터벅터벅 걷다보면 보이는 건 오직 녹색 세상이다. 잡념이나 번뇌는 어느새 사라지고 머리 속은 진공상태가 된 듯하다.

▲ 이승이오름에서 바라본 전경
임해용
산행로 옆으로 삼나무가 창날처럼 뻗어있는 사려니오름까지 올라갔다오니 수악길 절반인데도 5시간이 넘었다.

▲ 사려니오름 가는 길
임해용

▲ 사려니오름 정상
임해용
두 번째 날은 돈내코로 향하는 전반부 코스를 트레킹했다. 역시 제주도 아니랄까봐 날씨가 변해 온숲에 안개가 자욱했다. 밝은 날에 비해 숲이 음기에 점령당해 있어 마녀의 숲처럼 몽환적인 분위기였다.
이럴 때 보면 제주도 한라산은 여자의 산인 것 같기도 하다. 남자 신이 아니고 설문대할망이라는 여신이 제주도를 만들었다는 전설이 그럴 듯하게 떠오른다.

▲ 돈네코로 가는 수악길 전반부 안개숲
임해용
전반부는 딱히 오름도 없어 오로지 안개숲의 연속이다. 돈내코에 가까워지자 계곡도 나타나고 안개도 짙어졌다 잦아들었다는 반복한다. 똑같은 숲인데도 구간마다 밝기가 다르다.
오름이 없는 전반부 코스는 3시간가량 걸린다.

▲ 안개에 쌓인 숲
임해용

▲ 돈내코탐방로 가는 숲에서 만난 계곡
임해용
몇가지 팁을 더 소개하자면, 한라산 둘레길은 각 코스가 입구와 출구가 다른 곳에 있다. 거리도 대략 5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다. 그래서 차를 2대 가져가면 편리하다(한 대는 출구 쪽에 세워두면 된다). 한 대로 가거나 버스를 타고 가면 교통편이 다소 불편해 택시를 부르는 게 낫다.
그리고 걷는 길은 환상인데 편의시설은 전무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각 구간 내에 화장실이 하나도 없다. 입구에서 화장실에 반드시 들러야 한다. 매점 같은 건 말할 필요도 없이 '없다'. 그래서 물과 도시락도 꼭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
역설적으로는 편의시설이 없는 편이 낫다는 생각도 든다. 원시림에 매점이 있다면 좀 이상하지 않을까. 하지만, 화장실이 없다는 점은 조금 아쉽다.
인간들에 치이는 게 싫은 당신. 숲으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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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숲길 속에 숨은 몇 가지 '맛', 알려드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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