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는 작물이지만, 상당수 잡초들처럼 C4 식물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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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는 강인한 생명력의 대명사이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잘 죽지 않고 살아남는 잡초의 특성에 빗대, '잡초 같은'이라는 수식어가 흔히 통용될 정도이다.
연중 이즈음은 잡초의 생명력을 실감할 수 있는 때이기도 하다. 농촌만이 아니라 도시에 사는 사람들도 여기저기서 쉽게 잡초를 목격할 수 있는 시기인 탓이다.
많은 잡초들의 끈질긴 생명력은 C4광합성에 바탕을 두고 있긴 하지만, 독특한 광합성 방식만으로 그 생명력을 다 설명할 수는 없다. 한 예로 질경이는 '짓밟힐수록 오히려 더 강인해지는' 특성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어디서나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질경이는 단단한 땅에 뿌리내리기를 좋아하는 잡초다. 더구나 생장점이 일반 식물들과는 달리 줄기 끝이 아닌 뿌리 쪽에 있어, 위에서 밟아도 생장에 영향을 받지 않는 편이다.
잡초의 절대 다수는 식량의 원료도 아닌 데다, 재배 작물들과 경합하는 경우가 많아 원망의 대상이 되곤 한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말끝마다 "저 놈의 풀만 없으면…"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또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잡초들은 생김새나 열매, 꽃이 그다지 예쁜 편이 아니다. 잡초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더라도, 도시인들 또한 대개 부정적 시각으로 잡초를 대한다.
"저놈의 풀만 없으면..."? 이득도 있다 하지만 잡초가 직간접적으로 주는 이득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예를 들면, 산악 지형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경사지 토사의 붕괴를 막아주는 건 십중팔구 잡초이다. 잡초는 웬만한 나무나 콘크리트보다 경사지 유실을 막는 데 효율적이다.
또 약초 가운데는 보통 사람들 눈에는 그저 흔한 잡초로 보이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옛말에 "소가 먹는 풀이면 사람도 다 먹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이는 곰곰이 생각해보면, 소들이 먹는 잡초 성분 가운데 약리 작용 등 치유 기능이 포함된 것들도 적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잡초는 식물의 진화에서 뒤쳐진, 못난 존재처럼 비쳐지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의 선택을 받지 못했을 뿐, 광합성만 해도 C4방식이 보다 진화된 형태로 알려졌다. 수십억 년의 식물 역사에서 C4식물이 등장한 것은 불과 3200만 년 전쯤으로 추산되는데,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C3식물보다 더 정교하게 또 효율적으로 이용한다는 게 식물학자들의 관점이다.
빌게이츠 재단과 영국 정부 등이 C3작물인 벼를 C4식물로 바꾸는 연구에 엄청난 돈을 투입하는 것도 잡초의 생리 특성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 국제미작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벼의 광합성 특성을 C4작물의 광합성 형태로 바꾼다면 쌀 생산량을 이론상으로는 최대 150%까지 늘릴 수 있다.
그러나 유전공학이나 육종학적 기법을 통해 벼의 광합성 방식을 바꾸는 게 타당한 일인지는 좀 더 따져봐야 할 것 같다. 과도한 유전자 조작을 통해 C4 광합성을 하는 벼가 탄생한다면, 생태계 교란의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를 이어 나타날 수도 있는 인체 위해성도 검증해야 한다.
또 이런 특성을 가진 벼 품종을 다국적 거대 기업이 좌지우지한다면 국가 식량안보에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서둘러 인위적인 작물을 만들어 내기보다는 잡초 특유의 강인한 생명력 뒤에 숨은 뜻을 깊이 헤아리는 게 먼저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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