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여 다음날 홀로 샤워... 에볼라 실험약 '놀랍네'

에볼라 감염된 두 미국인, '지맵' 투여 후 상태 급격히 호전

등록 2014.08.06 08:08수정 2014.08.06 08:13
1
원고료로 응원
a  에볼라 치료제 지맵 투여로 상태가 좋아진 미국인 에볼라 환자 낸시 라이트볼 여사가 미국에 도착해 병원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보도하는 CNN뉴스 갈무리.

에볼라 치료제 지맵 투여로 상태가 좋아진 미국인 에볼라 환자 낸시 라이트볼 여사가 미국에 도착해 병원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보도하는 CNN뉴스 갈무리. ⓒ CNN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두 미국인을 빠르게 호전시킨 치료제가 주목받고 있다.

AP·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최근 서아프리카에서 봉사 활동을 하다가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미국인 켄트 브랜틀리(33) 박사와 자원봉사자 낸시 라이트볼(60)씨가 실험 단계에 있는 치료제 '지맵'(ZMapp)을 투여받은 뒤 큰 위기를 넘겼다.

이들은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돼 고열·구토·설사 등에 시달리며 한때 생명이 위독했으나 지맵 투여 후 스스로 걸을 수 있고 장거리 비행이 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좋아졌다. 이들은 현재 미국에 도착해 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 7월 라이베리아에서 의료 봉사를 하다가 몸에 이상을 느낀 브랜틀리 박사는 혈액 검사 결과 에볼라 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았다. 워낙 치사율이 높고, 상태가 빠르게 악화되자 브랜틀리 박사는 지맵을 마지막 희망으로 여기고 스스로 투여를 결심했다.

브랜틀리 박사의 의사를 전해 들은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라이베리아의 봉사단으로 지맵을 보냈다. 지맵은 인간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미완성 약물이라 인체 투여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하지만 에볼라 바이러스의 경우 아직 확실한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아 '동정적 사용(compassionate use)' 규정에 따라 지맵 투여가 허용됐다. 브랜틀리 박사는 놀랍게도 지맵 투여 다음날 아침 스스로 샤워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급격히 좋아졌다.

미국으로 돌아가는 장거리 비행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체력을 회복했다고 판단한 브랜틀리 박사는 최첨단 방역 시설이 갖춰진 특수 항공기를 타고 지난 2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에모리 대학병원에 도착했다.


외신에 따르면 브랜틀리 박사는 병원에 도착하자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스스로 구급차에서 내렸다. 감염을 막기 위한 특수 장비를 입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생사를 넘나들었던 환자로 보기 힘들 정도였다고 한다.

브랜틀리 박사보다 며칠 후 지맵을 투여한 라이트볼씨도 상태가 호전되면서 5일 미국으로 돌아와 에모리 대학병원에 도착했다. 브랜틀리 박사와 달리 라이트볼 여사는 들것에 누워 옮겨졌지만 출발 전날 감자수프와 커피를 마셨을 정도로 상태가 좋아졌다.


영장류 실험 성공한 '지맵', 인간에게는?

미국 바이오벤처 회사 '맵 바이오제약'은 에볼라 바이러스가 무기로 사용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 국방부의 자금 지원을 받아 2012년부터 에볼라 치료제인 지맵을 개발해왔다.

지맵은 지난 1월 영장류 실험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24시간 이내인 원숭이 네 마리와 48시간 이내인 원숭이 네 마리에게 지맵을 투여했는데, 여덟 마리 모두 생존했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워낙 치사율이 높고, 약물이 아직 개발 단계에 있어 인간을 상대로 정식 실험을 하지 않았지만 이번에 브랜틀리 박사와 라이트볼 여사의 투여 결과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단 두 명의 환자에게 투여한 것으로 지맵의 효과와 안정성을 확신하는 것은 어려울뿐더러 아직 대량생산 체계도 갖춰지지 않아 서아프리카의 수많은 에볼라 바이러스 환자들이 지맵을 투여받기는 힘들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 발표에 따르면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한 서아프리카 기니·라이베리아·시에라리온·나이지리아 등에서 현재까지 887명이 사망했고 전체 감염자도 1603명으로 늘어났다.

WHO는 6일부터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긴급위원회를 열어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대책을 논의해 비상사태 선포 여부를 결정한다. 또한 세계은행도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바이러스 발병국에 2억 달러(2066억 원)를 긴급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에볼라 바이러스 #지맵 #서아프리카 #백신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2. 2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3. 3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4. 4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5. 5 [단독] "김건희 사기꾼 기사, 한국대사관이 '삭제' 요구했지만 거부" [단독] "김건희 사기꾼 기사, 한국대사관이 '삭제' 요구했지만 거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