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소득 늘린다던 최경환... 또 부자감세?

정부, 2014년 세법개정안... 가게소득 증대 세제 발표했지만 실효성 의문

등록 2014.08.06 14:00수정 2014.08.06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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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월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기획재정부


가계소득과 소비를 늘려 내수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최경환 경제팀의 구체적인 실천 복안이 공개됐다. 노동자 임금을 올려주면 기업에 상을 주고, 주식배당금 세금을 깎아주는 내용이다. 사내유보금을 쌓아두는 기업을 압박하는 내용의 세제도 내놨다.

기획재정부는 6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14년도 세법개정안을 내놨다. 기업의 투자와 배당, 임금인상을 동시에 유도해 가계소득을 늘리고 소비를 진작시켜 선순환 경제구조를 만든다는 취지다. 기재부는 이날 나온 세법개정안으로 총 5680억 원의 세수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안은 9월 중에 국무회의를 거쳐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서민·중산층이 주식 배당 얼마나 받는다고... 또 부자감세"

정부는 올해 들어 수차례 실질임금증가율의 정체와 경기 침체를 연계해서 언급해왔다. 지난 7월 새로 부임한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마찬가지였다. 기업이 내는 성과가 가계소득으로 이어지지 않아 체감경기가 부진하다는 논리다. 이날 세법개정안 역시 가계소득 증대에 초점이 맞춰졌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가계소득을 늘리기 위해 묶음으로 내놓은 '근로소득 증대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 '기업소득 환류세제' 등 3개의 신설 세제다. 그러나 이들 세제가 도입 목적대로 잘 작동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논란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근로소득 증대세제는 기업의 임금인상을 장려하는 제도다. 당해년도 노동자 임금을 직전 3년 평균 임금증가율에 비해 높여주는 기업에게 증가분의 10%(대기업 5%)만큼의 세액공제를 해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같은 경제 침체기에 기업이 10%의 세금 공제를 받기 위해 90%의 임금 부담을 스스로 걸머질지는 의문스럽다.

배당소득 증대세제는 고배당 주식의 배당소득 원천징수세율을 현행 14%에서 9%로 낮춰주는 내용이다. 배당소득에 대한 세금부담을 줄여주면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시각이지만, 실질적인 소비부양을 이끌어야 하는 서민·중산층들이 받는 배당소득 자체가 원래 많지 않다는 점이 함정이다.


배당소득은 주식 투자액이 많을수록 큰 데 현재 한국의 개인주식 투자자 중 주식보유규모가 5억 이상인 대규모 투자자는 전체의 0.9% 정도다. 서민·중산층이라 할 만한 3000만 원 이하의 주식투자자는 인원으로 볼 때는 전체의 80%이지만 이들이 보유한 시가총액은 전체의 8% 정도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러니 가계소득 증대를 빙자한 부자감세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3000만 원 주식을 보유한 서민들이 1년에 받는 배당금은 평균 60만 원 정도이고 감세혜택은 몇천 원에서 몇만 원 정도"라면서 "이 제도는 배당으로 목돈을 쥘 수 있는 대주주들에게는 의미가 있지만 소액주주들에게는 거의 의미가 없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기업소득 환류세제 기준율 '애매'... "정부, 가계소득 높이려는 의지 있나"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금을 순환시키도록 압박하는 내용의 세제다. 투자나 임금증가, 배당 등이 당기 소득의 일정액에 미달한 경우 법인세 이외에 10% 세율의 추가 과세를 하겠다는 것이다. 자기자본 500억 원이 넘거나(중소기업 제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소속된 기업에게 적용되는 세제다.

과세 방식은 '투자 포함방식'과 '투자 제외방식'의 두 가지다. 기업이 한 차례에 한해 직접 선택할 수 있다. 투자 포함방식은 당기 소득에 60~80%의 기준율을 곱한 후 투자, 인건비 증가분, 배당액을 빼서 세금이 결정되며, 투자 제외방식은 당기 소득에 20~40%의 기준율을 곱한 후 인건비 증가액과 배당액을 뺀다.

정부는 "투자 포함방식은 제조업 등 투자가 빈번한 기업들을, 투자 제외방식은 투자가 거의 없는 금융·서비스 기업들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소득 환류세제가 정책 이름대로 소득 선순환의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높은 기준율이 적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기재부는 이 세제를 발표하면서도 세금 결정의 열쇠 역할을 하는 기준율에 대해서는 명확한 수치를 못박지 않았다.

정부 내에서 자체적으로 전망하고 있는 세수 효과도 크지 않다. 최경환 부총리는 지난 7월 전경련 최고경영자 하계포럼에서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거론하며 "기업 투자유도를 위해 2009년 법인세율을 25%에서 22%로 내려줬지만 (절감된 세금이) 투자보다는 사내 유보금으로 쌓여가는 상황"이라면서 "사내유보금 과세 폭은 법인세 깎아준 범위 내에서 정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문창용 기재부 조세정책관은 기업소득 환류세제의 세수 과는 "몇천 억 수준"이라고 밝혔다. 문 정책관은 최 부총리의 발언 의미를 묻는 기자 질문이 나오자 "(법인세 감면분인) 3% 정도면 몇 조 정도가 되는데 그걸 다시 거둬들이느냐.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최 부총리가 공언했던 수준의, 강력한 기업 유도력을 가진 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홍헌호 시민경제연구소장은 이에 대해 "세제라는 게 페널티(벌)가 크거나 인센티브(상)가 커야 작동한다"면서 "정부가 가계소득을 증대시키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에서 낸 안을 계산해보면 기준율을 최상단인 80%와 40%에 맞추지 않으면 기업이 사내유보금에 대해 부담하는 세금이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나온다"고 지적했다.
#가계소득 #최경환 #세법개정안 #기업소득 환류세제 #기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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