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송전탑 현장, 경찰이 한전의 사권력으로 전락"

[현장] 청도 삼평리 송전탑 인권침해조사단 발표 기자회견

등록 2014.08.07 14:25수정 2014.08.0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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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청 프레스룸에서 열린 삼평리 송전탑 인권침해 기자회견에서 이억조 할머니가 증언하고 있다. ⓒ 조정훈


경북 청도군 송전탑 공사가 재개된 지 18일째를 맞고 있는 7일 오전, 삼평리 주민들과 송전탑 인권침해 조사단이 경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전력의 폭력적 공사 강행과 국가폭력에 대해 규탄하고 나섰다.

인권실천시민행동과 인권운동연대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주민들은 공사의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다고 주장하고 이를 비호하는 경찰의 행동에 대해서도 비난했다.

"우리는 국민이 아니냐? 왜 한전 편만 들어주느냐"

백창욱 삼평리 345kv 송전탑 반대대책위 공동대표는 "잘못을 해도 어느 한 쪽이 할 수 없고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며 "하지만 경찰은 반대하는 주민들을 범죄자로 몰아붙이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백 대표는 "할머니들을 지원하러 온 사람들을 외부세력이라고 적대시하고 있다"며 "우리는 국민이 아니냐? 왜 한전 편만 들어주느냐"며 공권력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마을주민 이억조(75)씨는 "경찰 폭력과 한전 폭력에 의해 우리 할머니들은 모든 것을 다 빼앗겼다"면서 "우리가 지중화를 요구하는 게 무슨 잘못이냐"고 말했다. 이씨는 "경찰은 우리 손을 비틀고 발목을 비틀고 꼼짝달싹 못하게 한다"며 "우리 할머니들을 언론이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아요'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는 "삼평리 공사현장은 거의 매일 연행과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며 "오늘 오전에도 레미콘 차량을 막던 주민 등 2명이 연행됐다. 지금까지 모두 21명이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고 말했다.


아요씨는 "한전은 140여 명의 직원들이 안전모와 등산화, 안전조끼 등을 입고 만반의 준비를 한 뒤 공사장에 투입됐지만 주민들은 아무런 방패막이도 없는 상황에서 폭력을 당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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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평리 송전탑 공사가 21일 기습적으로 재개된 가운데 공사를 저지하려던 백창욱 삼평리대책위 대표가 한전 직원들에 의해 끌려나오고 있다. ⓒ 조정훈


이들은 또 한전 직원들이 불법적으로 채증을 하고 CCTV를 설치해 인권을 침해하는 등의 부당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심지어 한전 직원이 경찰에게 지시를 내리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며 공권력이 한전의 사적 권력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공권력의 인권침해 사례로는 현행범 요건을 악용한 체포와 미란다 원칙 고지 불이행 등을 들었다. 경찰이 송전탑 반대집회에 단순히 참가한 사람에 대해서도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이 과정에서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또한 집시법 제19조 1항은 경찰관이 시위 현장에서 명찰을 다는 등 신분을 드러내도록 하고 있지만 삼평리에서는 사복을 입고 복면을 쓴 채 채증을 하고 있어 주민들과 활동가들을 자극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연행 과정에서의 폭력과 과도한 수갑 착용도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경찰관은 직무수행 중 물리력을 사용하는 경우 최소한에 그쳐야 하지만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겠다고 밝히고 도주 위험도 없는 참가자들을 범죄자처럼 수갑을 채워 연행한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인권침해조사단은 지난 2009년부터 송전탑 공사와 관련해 갈등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한전은 주민과 대화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자세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정부 또한 경찰 공권역을 투입해 공사를 강행해 오히려 갈등을 야기시키고 심화시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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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직원들을 현장에 들여보내기 위해 경찰이 주민들을 밀치면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 조정훈


이어 경찰은 공정한 법집행을 외면한 채 과잉된 공권력의 폭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로 인해 경찰을 불신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현희 청도경찰서장의 사퇴와 위법한 공무집행을 한 경찰공무원에 대한 징계, 인권교육을 통한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이은주 전 삼평리 부녀회장은 연신 울먹이며 공권력의 부당함을 호소하고 지역사회가 함께 관심을 가져주기를 촉구했다. 특히 할머니들이 연일 부상을 당하고 있다며 대화를 통한 해법을 찾을 것을 요구했다.

한편 인권감시단은 삼평리 현장에서 인권침해 방지를 위한 노력과 기록을 진행하고 정리된 사례를 바탕으로 인권침해 가해자에 대한 형사고발과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전탑 #청도 삼평리 #인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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