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서도 다 먹을 정도로 맛있었던 무뼈 닭발 2번 세트. 못 먹은지 벌써 한 달이 넘어간다
김다솜
'1인 1닭'은 약과였다. 본격적인 치킨 전성기는 올해 대학원생이 된 뒤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맞이했다. 치킨 메이트(?)가 생겼다. 아침 일찍부터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기숙사 통금 시간이 다 되어서야 집에 돌아오는 내게 룸메이트는 치킨 메이트나 다름없었다.
"치킨 파티원 구함.""B603으로 오셈!""갈릭 반, 간장 반으로 부탁드려요~."
오후 11시. 기숙사 통금 시간이 가까워 올 때쯤이면 어김없이 핸드폰이 울렸다. 같은 기숙사 생활을 하는 대학원 동기들의 전체 카톡방 상황이다. 난생 처음 해보는 기숙사 생활은 밤마다 야식의 향연이었다. 먹고 싶을 때마다 치킨을 먹을 수 있다니!
누구든 제안만 하면 벌떼같이 달려드는 야식 파티였다. SBS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때문에 중국 대륙에선 치맥(치킨+맥주) 열풍이 불고 있다고 했던가. 내가 살던 기숙사에도 치맥 열풍이 불었다. 치킨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맥주는 하루의 피곤함을 풀어주기에 충분했다. 치맥은 빡빡한 대학원 생활 속 유일한 기쁨이기도 했다. 덕분에 몸은 무거워지고, 주머니는 가벼워졌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불어버린 몸뚱아리도 가벼워진 주머니도 아니었다. 내가 다니는 대학원은 서울로부터 2시간 떨어진 아주 작은 도시(?)에 있다. 대학원 주변 상권은 거의 없다. 야식이라 해봤자 '치킨'이 거의 유일하다는 거다.
문득 기름기가 줄줄 흐르는 닭다리살을 보고 진절머리가 난다면 당신은 치느님과의 결별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렇게 '치킨'이란 단어만 들어도 설렜던 내 마음은 점점 식어만 갔다. 치킨과 찰떡궁합이라 생각했던 맥주도 함께 말이다.
치킨 전성기에도 끝은 있었다. 바로 '외도'. 치느님과의 행복한 나날이 저물어갈 때쯤 내가 만난 건 기숙사 문 앞에 붙어 있던 '닭발'집 전단지였다. 조리 방법만 다를 뿐이지 같은 닭이니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나름 신선한 만남이었다.
매콤한 양념이 발린 쫀득쫀득한 닭발은 날 흥분시켰다. 치느님에게서 돌아선 뒤 나는 '무뼈 닭발 2번 세트'와 친해지기로 했다. 무뼈 닭발 2번 세트는 계란찜과 오돌뼈 주먹밥, 그리고 무뼈 닭발이 같이 왔는데, 거기에 소주 한 병을 시키면 치킨에 질려버린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합이었다.
방학은 날마다 임시 휴업일? 나는 어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