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아내와 단둘이 본 영화 <명량>

우리시대가 갈구하는 '진정한 현장 지휘자' 모습 보여줬다

등록 2014.08.11 10:44수정 2014.08.1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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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논지 석 달이 되어가고 있다. 역시 같은 시기에 직장을 그만둔 아들이 엄마·아빠에게 영화를 보고 오라며 개봉 첫날 120만 명의 관객이 입장해서 기록을 세웠다는 <명량>을 예매해 두었다고 가족 단체 톡으로 예매 번호를 보내왔다.


세상 참 좋아졌다

스마트 폰으로 예매하고, 예매 번호를 전송해 오고, 극장에 도착하여 예매 번호를 기계에 입력하니 입장권이 출력된다. 이런 새로운 체험을 하니 세상 참 좋아 졌는 생각이 절로 든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몇 년 전 령제 자매가 어머니와 함께 <광해>라는 영화를 단체 구경해 준 것이 최근 마지막 영화인 듯하다. 특히, 아내와 단둘이 영화관에 와 본 것은 기억이 없는 것으로 보아 아무리 못해도 30년이 넘은 모양이다. 아무튼, 무료하던 차에 아들 덕분에 새로운 세상 체험하는 것 같아 매우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도 있었다.

 영화 <명량>의 한 장면.
영화 <명량>의 한 장면.영화 <명량>

영화 <명량>가 대박 치는 이유가 뭘까?

김한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내 인식으로는 보스(대장) 역할에 별로 어울리지 않을 듯한 최민식이 이순신 역할을 했다. 유승룡이 왜장 역할을 맡았다. 그렇게 호화 배역이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도 이 영화가 대박 치는 이유가 뭘까? 이유에 말들이 참 많은 것 같다.

나는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관람한 영화가 몇 편 안 되지만, 관람 중에 졸지 않았던 영화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명량>을 보는 동안은 시종 스크린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것이 바로 영화가 성공한 첫 번째 이유가 아닌가 싶다. 즉, 역사적 고증이나 줄거리에 얽매이지 않고 긴박한 장면 장면을 쉴 새 없이 전개해 관객의 눈을 잠시도 스크린 밖으로 떠나지 않게 했다는 점인 것 같다. 부수적으로 그런 긴박한 상황을 뒷받침해 준 것이 최민식의 카리스마 철철 넘치는 장군의 역할이나 장엄한 바다 위의 전쟁 장면들인 것 같다.

그리고 두 번째는 세월호 사건 등으로 진정한 현장 지휘관을 갈구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 진정한 현장 지휘관, 성웅 이순신의 모습을 잘 그려냈기 때문인 것 같다. 충무공은 우리 국민 대부분이 민족의 영웅이라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역시 영화에서도 12척밖에 남지 않은 수군을 이끌고 육군에 합류하라는 왕명에 "바다를 버리는 것은 조선을 버리는 것입니다"라고 끝까지 주장하는 소신을 갖고 왜군을 물리치는 전과를 올림으로 우리가 갈구하고 있는 현장 지휘관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 준 것이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영화 평론가는 아니지만,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영화가 잘 됐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속이 후련한 마음과 세월호 사건에서 저렇게 살신성인하는 현장 지휘관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뒤엉켜 진한 여운이 남는다.
#명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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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의 역할에 공감하는 바 있어 오랜 공직 생활 동안의 경험으로 고착화 된 생각에서 탈피한 시민의 시각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려 보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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