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볶음밥의 하이라이트인 계란 분화구로 인해 넘치는 백록담입니다.
임현철
"맛있게 드셨어요?"이에 대한 대답에서 손님들의 맛 만족도를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답은 100이면 99명은 "예!"입니다. 웃음 가득 띤 얼굴에, 기다렸다는 듯이 터져 나옵니다. 이 소릴 들을 때면 뿌듯합니다. 하여, 손님 나간 탁자 치우는 손길마저 덤으로 흥겹습니다. 상 치움은 1인상, 2인상, 다인상 등 앉았던 사람에 따라 차이가 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간단한 게 1~2인상입니다요. 이건 치울 게 없습니다요. 과장해 손 한 번 까딱 하면 끝입니다요. 3~4인상 그럭저럭 치울 만합니다요. 어린 아이가 낀 다인상은 장난 아닙니다요. 산더미처럼 내가야 합니다요. 이것도 노하우가 있대요. 남은 반찬은 무조건 현장에서 불판에 업고, 같은 종류 그릇끼리 포갭니다요. 물수건으로 초장 등 잘 지워지지 않는 걸 대충 닦은 후, 행주로 식탁을 깨끗이 닦습니다요.
좋았던 건 남은 음식은 무조건 버린다는 사실입니다. 손님이 식당에서 제일 신경 쓰는 것 중 하나가 '음식 재활용' 여부입니다. 저 또한 이 부분은 예민합니다. 그런데 상을 치워 보니, 손 하나 대지 않은 반찬이 아깝긴 하대요. 그렇더라도 아까운 마음은 금물. 돈 받고 손님상에 이미 낸 음식, 다시 또 내면 예의가 아니지요. 그러다 벌 받지요.
"어서 오세요!"상을 다 치우기도 전에 손님이 들이 닥칩니다. 번호표 받아 줄서 기다리는 통에 손이 빨라야 합니다. 일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그때그때 서로 돕습니다. 가장 신경 쓰는 일이 마무리입니다. 음식점에 가서 보면 상이 덜 닦인 곳이 보일 때가 있습니다. 이거 팍 기분 상합니다. 그 기분 아는지라 꼼꼼히 세밀히 닦습니다. 손님들에겐 깨끗한 곳에서 맛있게 먹을 권리가 있으니깐.
"좀 쉬었다 하세요."땀이 납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진 허리 곧추 세울 틈이 없습니다. 각자 역할 분담이 되어 있습니다만, 바쁠 땐 구분 없습니다. 조금이나마 짬이 나면 빈 물병에 물 채우기, 막걸리와 음료수 진열하기, 야채 그릇에 쌈 된장 담기, 미역국 푸기, 밑반찬 나르기, 주문 수량 컴퓨터 입력하기, 막걸리 갖다 주기, 상 치우기 등 아무 일이나 해야 합니다.
"나가서 저랑 같이 담배 한 대 피죠?"뒤에 안 사실은 같이 일하는 젊은 친구들이 하나 같이 담배를 피운다는 겁니다. 저야 올해부터 지금껏 안 피는지라 그들이 부럽습니다. 땀 흘린 뒤에 피는 한 대의 맛을 아직 기억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다시 피고 싶진 않습니다. 오후 4시 이후, 한가한 틈에 주방 일을 돕습니다. 양파 다듬기, 한치 손질하기, 수저 닦아 정리하기 등등.
"여수 아저씨, 양파 좀 까주세요."해달라는 소리가 반갑습니다. 드디어 존재가치가 생긴 거죠. 그릇을 챙기고, 물을 채운 다음, 양파를 붓습니다. 양파를 물에 담아 껍질 까는 작업은 재밌습니다. 양쪽을 칼로 잘라 물에 두면 껍질이 수월하게 벗겨집니다. 양파 냄새에 눈이 매울 것 같으나 그것도 없더라고요. 둘이서 작업하며 떠는 수다는 남자들의 또 다른 소통 창구입니다.
"일하면서 돈도 벌고 쉬면서 틈틈이 여행도 하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