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 교육과정 영어과 성취기준
교육과정평가원
도대체 그 많은 영어 선생님들은 A씨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무엇을 가르친 것일까요? 12년간 A씨는 학교에서 무엇을 배운 것입니까?
A씨가 정상적인 교육 과정을 따라 영어를 배웠다면, 고등학생 성취 목표인 간단한 기행문을 영어로 쓸 줄 알아야 합니다. 과거 경험이나 미래의 계획을 영어로 쓸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의 A씨에게는 너무나 먼 이야기들 입니다.
고등학교 3학년인 A씨가 알파벳을 다 쓰지 못할 정도라는 사실은 여전히 믿기 힘듭니다. 공부가 학교 역할의 전부는 아니지만, 최소한의 지식은 알려 주어야 합니다. 학교가 존재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12년간의 의무교육을 마친 A씨가 요즘 유치원에서도 배운다는 알파벳을 다 쓰지 못한다면, 학교가 제 역할을 다 해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이고 공부하지 않은 것은 A씨 개인의 책임이라 말하실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절반은 맞습니다.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하고 지도가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학생에게 교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A씨가 소질이 없다면 소질이 생길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 주고, 공부에 관심이 없다면 흥미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것이 교사의 역할입니다. 혼자서 잘 하는 학생보다 그렇지 않은 학생에게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A씨가 게으른 탓이 아닙니다. 공부하지 않는 A씨를 이끌어 주지 않은 것은 명백히 학교의 잘못입니다.
이 문제를 잘못된 교육구조 탓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자사고와 특목고 때문에 일반고는 공동화되었고, 수월성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낙오하는 학생들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 것이 정당화되고 있습니다. 괴물 같은 대학입시는 여전히 굳건하고, 공부 잘하는 학생을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이 목표가 된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의 A씨를 만든 선생님들, 어디 갔나그러나 이런 기형적 구조가 현실이라 하더라도 교사들의 '무관심'은 정당화되지 않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이 알파벳조차 쓰지 못하는 현실 앞에서 '최소한의 노력'을 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A씨를 거쳐 간 수많은 교사들이 조금의 관심이라도 가졌다면 그가 알파벳을 쓸 수 있는지 없는지 정도는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을 겁니다.
이 상황이 가능한 일입니까? 수많은 선생님들이 A씨를 방관한 것이 아니라면,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있나요?
A씨는 친구들과의 관계도, 학업도 힘들다고 합니다. 학교가 A씨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상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A씨가 이토록 자신감 없는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A씨는 학교에 다니면서 얼마나 많은 실패를 경험하고, 움츠러든 것일까요?
이 문제는 A씨 혼자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분명 지금 대한민국의 교실에는 또 다른 A씨들이 있을 것입니다. A씨를 거쳐 간 수많은 교사들과 또 다른 A씨 앞에 서계신 교사분들이 엉망진창인 이 글을 볼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하는 마음에서 글을 적습니다. 답해 주십시오. 아이들을 포기하지 말아 주십시오. 단 한 명의 학생이라도 챙겨 주십시오.
저는 지금 화를 참으며 글을 적고 있습니다. 대체 '선생님'들께서는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29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