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인사청문회에 '북괴 스커드미사일'이 등장한 이유

대전도시공사 사장 인사청문회 열려... 박남일 사장 군 경력 지나치게 강조

등록 2014.08.13 18:03수정 2014.08.1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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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대전시청 세미나실에서 열린 대전도시공사 박남일 사장 내정자 인사청문회 장면. ⓒ 오마이뉴스 장재완


권선택 대전시장의 핵심공약이었던 지방공기업 사장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처음으로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답변에 나선 대전도시공사 박남일(62) 사장 임명내정자는 청문위원들의 질문에 '동문서답'을 하는가 하면, 군 경력을 지나치게 강조해 "군 물이 아직 덜 빠진 것 같다"는 핀잔을 받기도 했다.

대전시는 13일 오후 대전시청 3층 세미나실에서 박남일 대전도시공사 사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이번 인사청문회는 법적근거가 없고, 시의회가 주관하지 못해 집행부 중심의 간담회 형식으로 진행되어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자치단체장의 고유 권한으로만 여겨졌던 인사권을 일정 부분 내려놓고 시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는 평가다.

이날 인사청문위원으로는 김경훈 대전시의회 운영위원장이 위원장을 맡았고, 심현영 대전시의회 부의장, 김종천 산업건설위원장, 김태명 한남대 도시부동산학과 교수, 충남대 유병선 정치외교학과 교수, 안기돈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금홍섭 혁신자치포럼운영위원장 등 모두 7명이 참여했다.

인사청문회에서는 내정자의 도덕성과 직무능력을 검증해야 하지만, 지방공기업 사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관련법이 제정되지 않아 이날 청문회는 오로지 박 내정자의 전문성과 경영능력, 리더십 등 직무능력에 대한 검증만이 이뤄졌다.

전남 보성출생으로 육군 제3사관학교와 경기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박 내정자는 대전서 군 생활을 시작해 ▲ 대전공병단 ▲ 육군 32사단 공병대대장 ▲ 육군 자운대 사업총괄장교 ▲ 논산훈련소 시설대장 등을 지냈다. 군 예편 이후에는 ㈜유탑 엔지니어링 부사장, ㈜토팩 상무로 근무했고, 최근에는 애니메이션 전문회사 (주)백상을 창업해 회장으로 일했다.

이러한 박 내정자의 경력답게 이날 인사청문회에서는 대전도시공사의 업무와 박 내정자의 경력이 부합한지를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박 내정자는 군 경력을 지나치게 강조해 위원들로부터 질타를 받기도 했다.


가장 먼저 질의에 나선 심현영 위원은 "내정자가 그 동안 근무해 온 회사는 대전도시공사에 비해 규모가 매운 작은 회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전도시공사를 잘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박 내정자는 "군에 있을 때 계룡대와 자운대 건설사업을 하면서 7조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사업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심 위원은 "군의 사업은 경영능력이라고 보다는 주어진 예산과 사업의 임무를 수행하는 역할이다, 대전도시공사는 이윤을 창출하면서도 공익성을 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질의에 나선 김종천 위원도 "군에서 다수의 개발사업을 담당했다고 하는데, 내정자의 경력과 대전도시공사의 업무인 도시개발, 주택공급, 레저문화시설 운영, 환경관리 등과 어떤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박 내정자는 "저는 대학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했다, 또 군에서 공병으로 건설업무와 사업시행계획도 추진했다, 그런 면에서 도시공사의 업무와 연관성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 위원은 "내정자는 지나치게 군 출신을 강조하는 것 같다, 군과 민간 기업은 엄연히 현실적인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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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도시공사 박남일 사장 내정자가 13일 오후 대전시청 세미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또한 김태명 위원은 "도시공사의 주업무는 주택업무인데, 현재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어 있다, 그래서 최근 최경환 부총리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는데, 내용을 알고 있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박 내정자는 대전지역 부동산시장이 세종시 등의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한 뒤, 이를 이겨낼 수 있는 방안으로 "요즘 건설회사들이 간과하는 게 있다, 3.8이북 북괴가 언제 스커드미사일을 쏠지 모른다, 미사일이 떨어지면 다 무너진다, 그렇기에 저는 아파트 지하층과 1층을 미사일이 떨어져도 끄떡없도록 바닥을 두껍고 튼튼하게 짓겠다"고 답했다.

이에 김 위원은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냐"며 핀잔을 준 뒤 "아무리 훌륭한 상품이라도 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내정자의 정책방향은 공급지향적인 것 같은데, 시장 지향적으로 사업방향을 바꾸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내정자는 "지적은 감사하다, 그런데 보완설명을 한다면, 지금 대한민국 아파트 문화를 바꿔야 한다, 획일적인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양적인 공급보다는 질적으로 우수한 아파트를 지어야 하고, 미적으로도 훌륭한 유럽형으로 지어 시민에게는 저가로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위원은 보충질의를 통해 "질적으로 우수한데 저가로 공급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느냐"고 질타했다.

이러한 박 내정자의 답변에 대해 김경훈 위원장도 "내정자께서는 스커드미사일 이야기를 하는 등 아직 군인의 물이 덜 빠지신 것 같다"며 "여기는 국방위원회 청문회장이 아니다, 앞으로는 그런 발언을 삼가 달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금홍섭 위원은 박 내정자가 금 위원이 요청한 '개인신상정보'를 제출하지 않은 점을 지적한 뒤, "답변을 쭉 들어보니 대전도시공사의 공익성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것 같다, 이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한 "업무추진계획을 보면 신규사업에 대한 전략이 없고, 개발사업만 남발하고 있다, 이러한 구태적인 발상으로는 창조적인 경영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인사청문회는 약 2시간 30분가량 진행됐으며, 질의를 마친 위원들은 비공개 회의를 통해 '인사청문 심사 경과보고서'를 채택, 대전시에 전달했다. 이 보고서에서 청문위원들은 박 내정자의 경력 등이 대전도시공사 사장을 역임하기에 부족한면이 없지 않지만, 큰 문제는 없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권선택 대전시장은 이 결과보고서를 참고하여 14일 오후 박 내정자를 대전도시공사 사장으로 임명할 예정이다.
#인사청문회 #대전시 #대전도시공사 #권선택 #박남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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