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누가 그를 이용하나

[게릴라칼럼] '세월호' 결단 필요한 박근혜 대통령, 교황에게 배워라

등록 2014.08.14 20:48수정 2014.08.17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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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프란치스코 교황과 악수하는 박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오후 청와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면담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악수하는 박 대통령박근혜 대통령이 14일 오후 청와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면담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14일 오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내한했다. 가장 먼저 박근혜 대통령의 영접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굳이 스페인어를 써야 했을까 싶은) 인사말과 함께 환한 웃음으로 교황의 손을 맞잡았다. 대통령의 환한 미소가 불편했던 이유는, 물론 그 옆에서 눈시울을 붉히던 세월호 유가족들 때문이었으리라. 

그토록 대통령을 만나고 싶어 했던 세월호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들. 우리는 안다. 13일 오전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로 찾아간 세월호 유족들의 요구가 묵살당한 것을. 더욱이 경찰의 과잉 진압에 몇몇 유족들은 실신하기까지 했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지난 5월 눈물을 쏟아내며 사과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그 이후 단 한 번도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준 적이 없다는 것을.

그런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왔다. 손수 손을 맞잡고 면담까지 하겠다고 밝힌 교황의 뒤에서 이중적으로 웃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을 보고, 세월호 유가족들을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교황이 "희생자들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한다, 마음이 아프다"고 위로할 때 또 박근혜 대통령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14일 새벽까지 청와대 앞에서 한뎃잠을 잤을 어느 유가족의 일침은 그래서 더 이 상황을 안타깝게 만든다. 

"유가족은 프란치스코 교황도 만나는데, 박근혜 대통령 만나는 것은 교황 만나는 것보다 더 힘들다."

"교황이 박근혜 엑소시즘 해주면 좋겠다"

"교황이 박근혜 엑소시즘(악령퇴치) 해주면 좋겠다." (@na*******)
"박근혜 표정이 교황님 마중은 가야겠고, 세월호는 만나기 싫은데... 하는 표정이었어. 딱!"(‏@ma***********)
"이왕 '평화의 상징' 인 교황님께서 방문하셨으니 한동안 박근혜는 '평화' 를 강조할 게 뻔합니다. 해서 북한에게 평화 메시지를 강하게 보낼 가능성이 큽니다. 안 그래도 오늘 북한이 로켓 발사했다고 하잖아요." (@Da*********)


SNS에 올라온 냉담한 반응들이 이 정도다. 세월호 유족들이 14일, 역시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권·기소권이 포함된 특별법 제정을 위해 결단해 줄 것을 호소"한 만큼 교황 방한 시 대통령과 유가족들이 맞닥뜨리는 장면은 상징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맥락을 인지하고 있는 국민들 중 대통령의 저 환한 미소를 곧이곧대로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 반대급부로 프란치스코 교황에 방한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것 역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그간 교황이 보여준 세월호 희생자들과 유족들에 대한 관심은 박근혜 대통령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SNS 상에서 큰 반향을 얻고 있는 유경근 세월호 대책위 대변인의 말은 그간의 대통령와 행보와 비교하면 참담함을 던져주기까지 한다.


"교황이 거의 매일 교황청을 통해 구조가 얼마나 됐느냐고 묻는가 하면 신부들에게 팽목항에 다녀왔느냐고 물어보신다고 들었다. 유가족들이 짧은 메시지를 메모로 주면 낭독해주겠다는 이야기도 하셨다는 걸로 안다."

돈이 도네요... 프란치스코?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기간 동안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용산참사 피해자,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들, 제주 해군기지 반대 강정 마을 주민을 비롯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등을 미사를 통해 만날 예정이다. 또 세월호 피해 유가족과 생존자 등은 직접 만날 계획이라고 한다. 짧은 방한 기간 동안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을 모두 배려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낮을 곳을 향하는 교황의 평소 성품을 십분 이해하고도 남게 된다.

세월호와 쌍용차, 밀양이야말로 박근혜 대통령이 애써 외면하는, 아니 신경조차 쓰지 않는 우리 시대의 화두 아닌가. 하지만 실상 박근혜 대통령과 다수 언론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는 것 같다. 그중 백미는 14일자 <중앙일보> 경제 섹션의 헤드라인 기사다.

 14일자 <중앙일보> 보도.
14일자 <중앙일보> 보도. 중앙일보

"14일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후광 효과'가 얼어붙은 내수 경기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교황의 동선에 있는 호텔·식당은 벌써 예약이 꽉 차고, 교황과 연관한 상품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경제효과야 각종 매체들이 애호하는 아이템이지만, 제목과 함께 읽으면 가히 혀를 내두르게 된다. '돈이 도네요... 고마워요, 프란치스코'라니. '군중을 모으는 교황 방한의 효과'라며 '광화문 시복미사에 몰릴 예상 인원 100만 명, 교황 공식 수행원(300명), 경호원·취재기자(2000명), 신자 등 한국 방문 예상 인원 10만명'에 '교황의 해외 방문 경제 효과'로 2013년 7월 브라질 세계청년대회 당시 5389억 원을 적어놓은 패기가 소름끼칠 정도다.

'경제적 살인을 하지 말라'는 교황의 가르침

박근혜 대통령은 어떠한가. 교황 방한 직전인 지난 12일 박근혜 대통령은 제6차 무역투자 진흥회의를 열고, 투자 활성화 대책을 확정한 바 있다. 이 대책의 면면을 보면, 국내 영리 병원 허용, 금융분야 규제 완화, 산지개발 허용, 호텔 카지노 설립 등이 포함돼 있다. 개발과 규제 완화 일색이다.

이를 두고 SBS의 한 논설위원은 "정부 생각대로라면 서울의 한강은 30년 만에 다시 공사판이 될 상황이다, 한강은 이미 강다운 강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사람은 다 안다"고 꼬집었다. 적폐의 중심인 '건설마피아'가 다시 활개를 칠 공산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도 채 다하지 못한 지금, 대형 크루즈 선박에 선상 카지노를 허용하겠다는 '크루즈법'을 밀어 붙이겠다는 발상은 어이를 상실하게 만든다.

가방에 목 졸린 채 끌려나온 유가족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사무소 앞에서 세월호특별법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마친 세월호 유가족들이 청와대로 이동하려하자 경찰이 이를 저지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유가족의 사지를 들어 끌어내자 유가족이 부상을 당해 쓰러져 있다. 이 충돌로 인해 2명의 유가족이 119구급대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됐다.
가방에 목 졸린 채 끌려나온 유가족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사무소 앞에서 세월호특별법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마친 세월호 유가족들이 청와대로 이동하려하자 경찰이 이를 저지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유가족의 사지를 들어 끌어내자 유가족이 부상을 당해 쓰러져 있다. 이 충돌로 인해 2명의 유가족이 119구급대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됐다.이희훈

"'살인하지 마라'는 십계명을 현대에 맞게 고치면 '경제적 살인을 하지 마라'가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되새겨야 할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르침은 이것이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가 사회적, 경제적 타살이었음을 잊지 않고 있다. 그 와중에, 박근혜 대통령은 의료민영화를 비롯해 서민들에게 도움이 될 법하지 않은, 검증되지 않은 투자 활성화 방안을 밀어 붙이려는 중이다. 북한이 방사포를 쏘는 등 '오비이락'마냥 거드는 가운데 '평화'와 '교황과 대통령'을 엮으며 부화뇌동하는 언론과 함께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교황 효과'를 보기 전에, 먼저 세월호 가족들을 만나시라. 교황의 뒤에 숨을 일이 아니다. 유족들은 청와대 앞에서 '밤샘 농성'도 하고, 여전히 광화문에서 단식 중이다. 교황에게 잘 보이기 위해 스페인어 인사를 외울 시간을 아끼고, 교황을 영접할 시간만 아껴도 충분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진정 원하는 것 역시 대통령의 결단 아닐까.
#프란치스코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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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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