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 함부로 만지지 마라

등록 2014.08.17 16:07수정 2015.01.12 18:15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내가 지금도 그걸 생각하면 애통혀 죽겠어."


아파트 같은 라인에 사시는 할머니가 놀이터 벤치에 넋 놓고 앉아 계셨다. 해가 지지 않은 한여름이라 놀이터에는 할머니 외에 아무도 없었다.

"더운데 왜 이러고 계셔요?"

그냥 지나치려다가 할머니의 깊은 한숨소리가 맘에 걸려 말을 건넸다. 눈가가 촉촉이 젖어 있었다. 할머니완 오며 가며 인사 정도나 건네는 사이였지 서로 왕래를 하지는 않았다. 작년 이맘때인가 다른 분을 통해 결혼도 안 한 할머니의 아들이 위암으로 먼저 갔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듣기는 했다. 그래서 시기적으로 할머님이 아들 생각을 하시는구나 미루어 짐작했다

다가가 할머니 옆에 앉자마자 아들이 어떻게 진단받고 투병했는지 술술 이야기하셨다. 이미 머릿속으로 장면 장면 떠올리고 계신 중이었나 보았다. 일 년여의 시간이 지난 이야기가 아닌 바로 오늘 겪은 일인 것 마냥 쏟아내시는 모습에 나는 숨소리도 조심스러워 고개만 끄덕였다.

"그쪽도 조심해. 혹시라도 병문안 갈 일이 생기면 덥석 환자 손잡거나 하지 말어 먼저 물어봐. 일찍 간 건 하나님의 뜻이니까 그럴 수 있다 해도 어매가 돼서 어찌 그걸 몰랐을까 그것만 생각하면 정말 애통혀."


할머니는 다시 한번 애통하다 했다. 소화가 되지 않아 병원 검사를 받았을 때는 이미 위암 말기였다고 한다. 젊어서 인지 몸은 급속히 나빠졌고 아들은 마지막 시간들을 집에서 보내고 싶어 했다. 고통스러워할 때마다 할머니는 아들의 손과 다리를 주물러 주며 무너질 것 같은 맘을 버텼다. 떠나기 일주일 전쯤  이불을  덮어주려는데 아들이 이불이 몸을 칼로 베는 것 같다고 거부했다고 한다. 어떡하나 싶은 맘에 평소처럼 앙상해진 아들의 다리를 주무르려 하자 아들이 힘겨운 목소리로

"엄마가 만지면 불덩이에 살이 닿는 것처럼 고통스러워요."
"그게 무슨 말이 다냐. 그걸 왜 이제 말한 다냐. "
"진작 말하고 싶었지만 엄마가 슬퍼하실까 봐 참았는데 이제는 견디기 힘들어요."

할머니는 아들의 신음이 암이 주는 고통 때문으로 만 알았지 본인의 손길도 보태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그것이 애통하다고 했다. 그 나머지 일주일을 아들을 만지지도 못하고 바라보아야만 했던 시간에 대해서도 분풀이하듯 풀어내셨다

할머니를 만나고 계속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처음엔 환자들의 증상 중 하나인가 보다 했다가 보호자도 모르는데 다른 사람들은 알까 하는 것이다. 전립선암으로 돌아가신 작은 아버님의 병문안을 갔을 당시 안타까운 마음에 두 손을 잡아드린 적이 있었다. 인자하신 분이었기에 내가 손을 잡은 후 찡그리시던 얼굴 표정이 마음을 혼란스럽게 했다. 그동안은 내가 반갑지 않으셨거나 그 순간 통증이 오셨거나 그랬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할머니의 말씀이 맞는다면 내 손 길이 고통을 드린 것이다. 자료를 찾아보다가 좀더 정확히 알고 싶어 평소 우리 가족이 이용하는 병원의 내과 의사선생님께 직접 물어보았다.

"모두 그런 건 아니고 일부 그렇습니다. 암환자들은 전해질이 불균형 해지고 면역력이 저하되어 통증 전달 신경회로가 정상적이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일반인은 아무것도 아닌 접촉에도 환자는 엄청난 통증을 느낄 수 있습니다. 환자를 만나거나 간병할 때도 세심한 관찰과 배려가 필요합니다."

힘들거나 아파할 때 손을 잡고 위로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우리의 모습이다. 반가울 때 또한 마찬가지다. 입으로 하는 백 마디의 말보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온기가 더 위로가 될 때가 많다. 사람의 마음을 말로 다 전할 수 없기에 손과 손이 만나 전해지는 느낌만으로도 다 통한다고 믿었다. 나 또한 사람들의 손을 잘 잡아준다. 손이 따뜻한 편이라 겨울에 만나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면 좋아한다. 그래서 일부러라도 손을 잡아주려 노력한다. 그냥 지나치는 일상에서도 누가 되었건 두 손을 포개 잡고 마주 보며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 손길이 상대에 따라 고통이 될 수 있다고 하니 조심해야겠다. 혹여 잊고 아픈 누군가의 손을 덥석 잡지 않도록 말이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주변에 환자가 있다면 잡기 전에 한번 물어봐 주면 어떨까 내 마음을 전하기에 앞서 상대의 고통이 배가 되지 않도록 하는 배려가 우선이지 싶다.
#암환자 #고통 #손잡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살다간 흔적 남기기.. 그래서 사는 이야기

이 기자의 최신기사 죄송한 시인

AD

AD

AD

인기기사

  1. 1 동네 뒷산 올랐다가 "심봤다" 외친 사연
  2. 2 이렇게 어렵게 출제할 거면 영어 절대평가 왜 하나
  3. 3 '파묘' 최민식 말이 현실로... 백두대간이 위험하다
  4. 4 궁지 몰린 윤 대통령, 개인 위해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나
  5. 5 [단독] '키맨' 임기훈 포착, 채상병 잠든 현충원서 'VIP 격노' 물었더니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