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대책위 '4대강 사업은 유죄'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 소속 회원들이 지난해 7월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이명박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4대강사업이 변종 운하라는 사실이 감사원에 의해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 전 대통령의 법적, 정지척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
유성호
주요 언론들은 2013년 1월 감사원이 4대강 사업을 두고 사실상 '총체적 부실'이라 진단했을 때와 그 이후, 입장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동아일보>는 2013년 1월 19일 자에 '4대강, 감사 결과 존중하고 고쳐서 더 푸르게'라는 사설에서 자신들이 그토록 치켜세웠던 심명필 전 4대강 추진본부장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면서 감사원 지적을 수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감사원의 2010년 1차 감사 결과와 2013년 1월 감사 결과가 다른 것에 대해서는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라고도 밝혔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이러한 입장을 놀랍게도 1주일 만에 바꾼다. 2013년 1월 25일 사설 '청와대·감사원, 4대강 이전투구 너무 나간다'를 보면 정부부처와 감사원 모두를 비판했다.
특히 감사원에 대해서는 "감사원이 독립기관으로서의 위상을 확립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라며 "판사가 판결로 말하듯 감사원은 오로지 감사 결과로 말해야 한다"면서 감사원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어 2013년 8월 26일 자 사설 '4대강 감사만큼 알쏭달쏭한 양건 원장 사퇴 이유'에서는 2010년 감사와 2013년이 다르다며 '정치 감사'라 비난했다.
이런 흐름은 <조선일보>와 <문화일보>도 마찬가지였다. <조선일보>는 '임기 내 한꺼번에 끝내려 한 과욕이 빚은 4대강 부실(2013년 1월 18일 자 사설)에서 "4대강 졸속·과잉·부실 공사의 근본 책임은 임기 내에 기념비(紀念碑)로 삼을 토건 프로젝트를 무리하게 완성하려 했던 대통령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MB를 직접 겨냥했다.
<문화일보>의 경우 같은 날 '부실 지적된 4대강, 치밀한 보완으로 불안 해소해야'라는 사설에서 "이번에 드러난 부실은 과속(過速)의 후유증"이라 진단했다. 적어도 감사원 지적에 대해서 인정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조선일보> <문화일보> 역시 <동아일보>와 마찬가지로 감사원이 4대강 사업을 정치적으로 감사했다며 4대강 사업의 문제점보다 감사원 자체를 신뢰할 수 없다고 피력했다.
<한국경제>와 <매일경제>는 2013년 1월 감사원 발표부터 감사원이 문제가 있다는 프레임을 동원했다. 주요 언론들이 감사원의 독립성 훼손을 지적하는 것은 일면 타당해 보인다. 실제 지난 정권 감사원은 헌법상 독립기관이라 보기 어려울 정도로 망가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4대강 감사가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2010년 1차 감사 자체가 문제가 많았다. 당시 감사원 감사 결과를 두고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이것이 현재 우리나라 감사원의 수준인가 싶을 정도로 심한 자괴감을 느꼈다"면서 "국토해양부가 제시한 자료를 꼭두각시처럼 받아 적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이때 4대강 감사 총괄은 MB의 최측근인 은진수 전 감사위원이 담당했었다.
이 때문에 감사 발표를 1년을 끌었고, 그 사이 4대강 사업 공정률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기본적으로 사회적 공기로서의 언론이라면 이러한 흐름에 대한 합리적 문제의식이 있어야 했다. 2010년 감사원의 1차 엉터리 감사 때는 아무 소리 없다가 2013년 감사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더욱이 조변석개처럼 입장을 바꿔가면서 비난하는 것은 누가 봐도 뻔히 속이 보이는 치졸한 행동이다.
4대강 보도를 보면 언론은 언론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