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에서 생활하는 노인들, 자식 의미 생각하게 해

좀 더 체계적인 노인보호정책을 마련해야

등록 2014.09.14 15:11수정 2014.09.14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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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 문형철씨가 시설 밖으로 나와 어르신을 운동시키고 있다 ⓒ 오문수


"보호자와 연락이 끊긴 분이 간암으로 일주일 동안 피를 토해 냄새가 나니 아무도 들어가지 않으려 해요.  제가 돌아가시는 날까지 닦아드리고 마지막 숨을 거둔 후 옷을 갈아 입혀드렸어요. 샤워를 마친 후 장례식장으로 가시는 분께 마지막 인사를 드리려고 왔더니 없어져 버렸어요. 알고 보니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은 보호자가 이곳에 오지도 않고 전화로 장례식장에 연락해 보내 버린거예요."


"요양보호사를 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때와 속상했던 때를 말해 달라"고 부탁하자 여수시립 노인요양시설인 '진달래마을'에 근무하는 요양보호사 문형철(56세)씨가 한 말이다. 여수시 소라면 서부로 390-2에 주소를 둔 진달래마을 노인요양원(신미경 원장)은 장기적으로 요양이 필요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적인 요양시설이다.

"치매 걸리기 전 상태 그대로 인정해줘야"

올 초 개원한 진달래마을은 여수시내에서 자동차로 10분이면 닿을 수 있다. 산으로 둘러싸여 따뜻한 양지쪽에 자리 잡은 시설로 여수시내에서 가장 크다. 뿐만 아니라 요양원이 갖춰야할 거의 모든 시설을 갖추고 있어 쾌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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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마을 전경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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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요양보호시설인 진달래마을 현관에는 '나는 꽃이다'라는 글귀가 커다랗게 씌어 있다. "내가 꽃이듯이 당신도 꽃이다"는 의미로 상대방을 존중하겠다는 의미라고 한다 ⓒ 오문수


여수에서 노인복지분야 최고의 전문가 중 한분인 신미경 원장은 <노인복지의 이해>의 공동저자이기도 하다. 진달래마을 현관에 가면 신미경원장의 운영방침을 알 수 있는 글귀가 있다. 글귀에는 '나는 꽃이다'와 '터 무늬를 존중하겠습니다'라고 씌어져 있다. 신원장에게 글의 의미를 들었다. 

"터 무늬라는 뜻은 원래 '터'가 가지고 있는 자연스러움을 인정해준다는 의미입니다. 어르신들이 비록 치매에 걸렸지만 어르신들이 가지고 있는 본질 즉, 치매 걸리기 전 상태 그대로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나는 꽃이다'라는 뜻은 내가 꽃이듯이 당신도 꽂이라는 의미로 남도 나처럼 존중하겠다는 의미입니다." 


힘든 일이지만 어려운 사람 돕는데 보람 느껴

대기업에 다니다 명예퇴직을 한 후 나환자 보호시설인 애양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문형철씨는 요양보호사 자격증 공부를 해 5년 전 자격증을 땄다.

자격증을 취득한 동기를 묻자 "교회에 다니며 믿음 생활을 하다보니 어려운 어르신들을 볼 때마다 건강한 마음으로 도와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와 대화 중 한 여성요양보호사가 "한 어르신이 대소변을 쌌는데 처리해주세요"라는 긴급 요청을 해 대화가 중단됐다. 요양보호사가 무슨 일을 하나 궁금해 문씨를 뒤따라갔다.

침대에 누워있는 어르신은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말을 거의 못한다. 익숙한 솜씨로 옷을 벗긴 문씨는 화장지와 거즈로 주요 부위를 닦아낸 후 기저귀를 채우고 새 옷으로 갈아입혔다. 노인의 대소변처리를 하고 옷을 갈아입히자 그 노인은 기분이 좋은 표정을 짓는다. 아이가 따로 없다. 남의 대소변을 처리해주려니 냄새도 나고 얼굴을 찡그릴 법도 한데 싫은 내색을 하지 않은 문씨가 어르신에게 말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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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어르신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옷을 입혀주는 문형철 요양보호사 ⓒ 오문수


"잘했어요! 잘했어! 나오면 싸야지요. 그렇지만 할 수만 있다면 벨을 눌러 화장실에 데려다 달라고 요청하세요."

문씨는 또 다시 이웃한 침대에 있는 노인에게 다가가 기저귀를 간다. 몸을 거의 움직이지 못하고 말도 못하는 노인의 아랫도리를 벗긴 후 화장지로 닦아내고 주요부위를 정성스럽게 싼 후 다시 기저귀를 채운다. "자신이 이렇게 함으로써 기분도 좋고 하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는 게 문씨의 이야기다. 

아이가 돼버린 어르신들은 옆에 있는 친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욕하며 싸움까지 한다. 기억력이 없고 회귀능력이 없는데도 집에 보내달라고 떼를 쓰며 "X년아! 문열어 줘"라고 소리친다.

"어린 영아들 얼굴은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나이든 노인들은 피곤에 절고 짜증 섞인 표정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요구하는 것도 많아요. 하루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지쳐서 아무 일도 못하고 자리에 누워버려요."

여자 요양사의 말이다.

UN은 국민 전체에서 65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7%를 넘어선 사회를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구분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대한민국은 2000년에 65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7.2%를 넘어섰고, 3년 후인 2017년에는 노인인구가 14%를 넘어 본격적인 고령사회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더욱이 2030년에는 24.3%, 2050년에는 세계최고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구미각국의 고령화는 장시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됐고 사회보장 등 정책적 대비를 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인류역사상 유례없는 급속한 고령화가 진전돼 문제가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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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중인 어르신들 ⓒ 오문수


문씨는 진달래마을에 오기 전 다른 사업장에서 욕창환자 10명을 목욕시켰는데 1개월 안에돌아가신 걸 보았다. "가장 힘들었던 때가 언제인가?"를 묻자 한참을 생각하던 그가 대답을 했다.

"이곳에 오기 전 모 사업주가 운영하는 곳에서 목욕차량을 운전했는데 차가 나무에 걸려 약간 손상됐어요. 밤12시까지 수리해서 돌아왔는데 저를 부당 해고시켰어요. 결국 그 싸움에서 이겼지만 그 사업주는 사람보다 돈이 더 중요했던 거죠. 이곳은 그런 곳이 아닙니다. 제가 눈물이 많아요. 한 인생이 마지막에 이르렀고 자식들이 있는데도 남의 손에 돌아가시게 하는 것을 보면서 자식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적이 있어요.

독일 격언에 의하면 "한 아버지는 열 아들을 키울 수 있지만 열 아들은 한 아버지를 봉양하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어르신들에 대한 돌봄을 더 이상 자식들에게만 미루지 말고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야만 할 때다. 
덧붙이는 글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진달래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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