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9월 1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사 교과서 논란에 부쳐 역사교육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기자회견'에서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가 기자회견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역사관 논란에 "편향된 운동권 교육 탓"
이인호 신임 KBS 이사장(79)이 자신에 대한 역사관 논란을 두고 "편향된 운동권 교육을 받은 일부 정치인, 교사, 교수, 언론인 때문"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자신에 대한 논란을 '편향된 운동권 교육'이라는 색깔론으로 치부한 것이다. 또 KBS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밝혀 KBS의 공정성 논란이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이 이사장은 지난 17일 취임 뒤 처음 연 이사회에서 자신과 관련된 논란에 입을 열었다. 그는 18일 오전 KBS 사내 게시판을 통해 공개된 모두 발언에서 거침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역사관 논란에 대해 "70, 80년대 대학을 다니며 심하게 편향된 운동권 교육을 받은 일부 정치인, 교사, 교수, 언론인들 때문"이라며 "그런 차이가 발생한 것은 반체제 쪽으로 편향된 것을 막지 못하고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것에 있다"고 말했다. 또 "내가 독재를 미화하고 일제 식민지 지배체제를 옹호한다는 비판은 터무니없다"고 항변했다.
또 이날 불참한 야권 추천 인사 4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야권 추천 이사들은 이인호 이사장의 역사관과 방송관이 명확하지 않다며 이사회 불참을 예고한 바 있다. 그는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8개 나라의 대사로 활동했고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으로 발탁돼 임기를 마친 게 11년 전"이라며 "그런데도 역사관 때문에 부적합하다는 말을 한다면 그 사람은 KBS가 어느 나라의 방송이라고 생각하는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승만, 진보적 독립 운동가" 또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힌 이 이사장은 "불미스럽게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고 해도 시대를 앞선 진보적 독립 운동가였다"고 말했다. 또 "남한만이라도 스탈린의 전체주의적 독재 아래에 흡수되는 것을 막았다"며 "진정한 자주 독립을 성취하고 복지국가로 발전하는 헌법적 토대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정치적으로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독재자였다"면서도 "그 독재를 통해 경제 발전을 촉진시켜 민생문제를 해결하고 민주주의가 꽃 필수 있는 사회 경제적 토대를 마련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KBS 이사들이 프로그램에 대한 논평이나 비판을 해선 안 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왜냐하면 이사회는 KBS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데에 최종적인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편성과 보도는 사장에게 위임된 권한으로 이사회가 직접 관여할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KBS 구성원 모두가 KBS 방송에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고 잘잘못은 이사들이 최종적으로 책임을 져야 된다"고 밝혔다.
이는 제작에 개입하지는 않지만 방송 후 프로그램을 두고 의견을 개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사회가 프로그램에 대해 언급하면 이는 곧 제작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게 된다. KBS의 최고의결기구가 개별 KBS 프로그램에 의견을 밝히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다음은 이인호 이사장의 모두 발언 전문
안녕하십니까 KBS 가족여러분. 지난 이사회에서 이사장으로 선출된 후 오늘 이렇게 첫 이사회를 주재하게 되었습니다. 선출 된 후 처음으로 집행기관을 모시고 처음 주재하는 이사회입니다만은, 아쉽게도 네 분의 이사님들이 참석을 못하셨습니다. 제가 KBS의 이사장이 될 자격을 갖추었는가 올바른 가치관과 역사관을 가졌는가 하는데 대해 일부 언론의 문제제기가 있는 것을 인식하시고 의구심을 푸는 것이 KBS이사회가 보다 일치된 모습으로 나가게 되는 방법이라 생각하고 제게 서면질의를 보내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정식 안건에 들어가기 전에 제가 거기에 대해서 몇 말씀 드리고 지나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필요 없다고 생각하시는 이사님들이나 집행부의 시간을 뺏게 된 것을 미안하게 생각하며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이사장 선임에 관한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사장으로서 내정되었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고 저는 매우 당황했습니다. 이사 선임과 이사장 호선은 방송통신위원회와 KBS 이사들의 권한인데 내정이라는 말은 그분들의 권한에 대한 침해였으며 그때 저는 갑작스럽게 KBS 이사 후보로 추천하겠다는 제의를 받고 수락도 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후보로 추천되었다고 보도하는 것이 올바른 보도자세 였다고 봅니다. 몇 분의 후보가 있었는지 저는 모르지만, 제 발탁이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무자격자 심기식의 낙하산 인사였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신문과 방송에 얼굴이 자주보이는 몇 안되는 여성 대학교수, 한국 최초의 여성 대사, 국제교류재단 이사장, KBS이사로서 저는 불편할 정도로 언론의 조명을 받는 삶을 살아왔으며 제 가치관이나 역사관은 글이나 방송기록을 통해 널리 이미 밝혀져 있기 때문입니다. 큰 책임이 따르는 중책이라 후보를 사양할까 했던 제가 수락하기로 결정한 것은 제 이름이 나오자마자 비판의 독화살을 쏘기 시작한 일부 매체의 독자들 사이에서도 저를 크게 반기고 독려하는 소리가 나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은 양심과 사상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 민주국가이고 제 역사관이나 가치관은 그동안 제가 걸어온 길, 특히 그 사회참여나 방송에 출연한 내용, 기고한 글들을 통해 모두 상세하게 드러나 있기 때문에 새삼 얘기를 해야 할 필요도 사실 없습니다. 김영삼 김대중 두 대통령으로부터 특명전권대사로 발령받아 모두 8개국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사로 활동했고 능력과 업적을 인정받아서 문화외교를 통해 대한민국의 위상을 세계적으로 높이는 전략기구인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으로 발탁되어 연임까지 하며 4년의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친지가 불과 11년 전입니다. 그런데 KBS가 대한민국 국민의 방송으로 제 구실을 다하도록 독려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KBS이사장의 자리에는 제가 사상적으로 역사관으로 보아 부적합하다는 말을 한다면 그런 사람들은 KBS가 어느 나라의 방송이라고 생각하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역사에 관한 제 인식이나 정서가 국민과 같지 않아서 부적격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것은 사실이 아니고 민주화투쟁이 지식인들의 핵심과제로 등장했던 70년대 80년대에 대학을 다니며 심하게 편향될 수밖에 없었던 그 당시의 운동권 교육을 받았던 일부 정치인들이나 국사학교수, 교사들 그리고 그 영향을 받은 일부 언론인들의 역사인식이 제 인식과 다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차이가 발생한데 대한 역사학자 또 교수로서의 제 책임과 잘못은 386세대를 중심으로 후속세대의 역사학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정서가 역사지식의 부족으로 반체제 쪽으로 편향되어 가는 것을 막지 못하고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데 있지 그들과 다른 역사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데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현대사의 전 기간을 직접 경험하며 살았고 그 역사가 이루어지는데 일정정도 기여를 했고 또 역사학도로 12년이나 훈련을 받고 전 생애를 역사교육에 바치다시피 한 사람이 저만큼 역사를 공부할 겨를이 없었던 사람들의 견해와 다르다고 또 그 수가 상당수 된다고 해서 제가 그쪽으로 영합한다면 그것은 심각한 책임방기라고 밖에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역사적 진실이라는 것은 인기투표로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훈련받은 눈으로 열심히 연구를 했을 때 제대로 된 역사적 진실이 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그 면에서는 제가 역사 선생으로써 소임을 잘못했다고 봅니다. 제가 독재를 미화하고 일제 식민지 지배체제를 옹호한다는 비판은 터무니 없습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국가적 정통성을 부정하는 좌편항적 역사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비판의 대상에 올랐을 때 저는 사상과 학문의 자유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했던 사람이고 그때 바로 그런 논리를 내세워서 색깔론 공세를 멈추라고 하던 바로 그 사람들이 지금 제 역사관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면서 공격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비통한 현실입니다. 제가 이승만 대통령을 최근에도 높이 평가하는 것은 그가 비록 부정 부패와 부정선거에 대한 국민적 항거에 의해 불미스럽게 대통령직에 물러났던 사람이라 하더라도 시대를 앞지르는 진보적 민주주의 사상을 가진 독립 운동가였고 우리 민족의 남반쪽만이라도 스탈린의 전체주의적 독재 아래 놓였던 세계 공산권으로 흡수되는 것을 막아내어 진정한 자주독립을 성취하고 대한민국이 자유와 독립을 토대로 복지국가로 발전하는 길을, 헌법적 토대를 만들었다는 인물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정 부패에 항거하여 자기의 퇴진을 요구하는 학생들을 결코 나무라지 않고 오히려 칭찬하며 병원으로 부상자를 위문갔던 지도자입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정치제도적으로는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독재자였지만, 그 독재를 통해 경제 발전을 촉진시킴으로서 민생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민주주의가 꽃 필수 있는 사회경제적 토대를 마련한 인물입니다. 따라서 박정희 대통령의 유산은 긍정적 부정적 측면이 다 섞여 있지만 그분 또한 군인이 집권하는 것은 비극적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던 분이였습니다. 이상은 제가 일제식민지 지배 체제를 미화하고 독재를 미화하는 역사관을 가졌다는 거짓 주장을 불식시키기 위한 반론일 뿐,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은 KBS 이사장으로서이지 역사 선생으로서가 아닙니다. 지금의 제 임무는 KBS가 명실상부하게 국민의 방송으로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공공성과 성실성이 높고 어떤 정치적 성향에도 편향되지 않는 그런 모범적인 방송이 되고 또 그 방송을 창출해 내는 우리 KBS 가족들이 일하는 환경이 정말 창의성이 나오게끔 좋게 되게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제부터 제 자격시비에 관한 것은 좀 그만두고 우리 본연의 임무에 충실 할 수 있는 그러한 이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몇 분 이사님들께서 공개 질의를 하신 것 가운데 제 임무와 관련해서 아주 중요한 말씀을 하신 게 있습니다. 방송은 독립성 공공성을 보장해야 되기 때문에 이사들은 프로그램에 대해서 논평도 비평도 해서는 안된다하는 그런 말씀이 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사회는 KBS가 공공성 공정성이 높은 방송이 되는 데에 최종적인 책임을 져야 되고 우리들 자신이 스스로를 반성하는 일은 언제고 멈추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편성과 보도는 다른 경영과 마찬가지로 사장에게 위임된 권한이고 이사회가 거기에 직접 관여할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KBS 구성원 모두가 KBS가 생산하는 방송 모두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늘 살펴보는 것이 바람직하며 잘잘못에 대해서 이사들이 최종적으로 책임을 져야 된다고 저는 압니다. 또 보도의 공정성, 또 편성의 독립성이라는 것은 어떤 한두 사람이 독주 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모든 프로그램은 담당 부서에서 기탄없는 활발한 토론을 통해서 결정되고 또 그들이 가지고 있는 최선의 역량이 투입되도록 개방적이어야 할 것이고 그러고 나서 책임 피디 그리고 회사 내적인 검증 검색 라인을 통해서 올라갔을 때 밖에 나가서 손색이 없고 정말 훌륭한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일을 잘못하면 바로 그것이 정치적인 개입을 불러 오게 되는 것이며 또 우리 스스로가 방송인으로서 가지고 있는 엄청난 영향력을 정치적 힘으로 쓰고 싶은 유혹을 견뎌내는 것도 저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오늘 제가 처음 말씀드리는 것은 아니고 제가 가끔가다 방송에 출연도 하고 신문에 기고도 하고 지식인으로 사는 사람으로서 항상 주장했던 바이고, 지금 제가 이 나이에 그러한 소신을 버릴 리가 없음을 여러분들께 말씀드립니다. 제가 너무 길게 말씀을 드렸는데 서면상의 공개질의서 내용이 KBS인터넷 사이트등에 올라가 있으니까 그중에서 제 임무 수행과 관계되는 부분만을 오늘 말씀을 드렸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우리 KBS 구성원들 사이에서 이사회 업무수행에 관해서 의문이 있거나 하면 달갑게 그것을 받아 숙고를 하고 또 다른 이사님들하고 같이 의논을 해서 잘못된 것은 고치고 하는 식으로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또 제가 이사님들께 한 가지 부탁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은 지금의 제도가 이사 몇 사람은 여권에서 추천하고 또 몇 사람은 야권에서 추천하게 되어 있지만 굉장히 중요한 단서 조항이 그 사람들이 어느 누구도 특정 정당하고 관계가 있는 사람이어서는 안된다는 굉장히 중요한 단서 조항이 붙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는 것입니다. 바로 방송이 어떤 정파적 투쟁의 희생물이 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 취지였는데 지금 불행히도 우리 KBS 이사회 자체가 어느 면에서는 그런 여야 정치 논리에 함몰되어 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는 그것에서 우리가 탈피하지 않으면 방송의 중립성 독립성 얘기하는 것이 사실 무의미 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사님들께서는 누구의 추천을 받았던 간에 우리 KBS를 위해서 그리고 대한민국을 위해서 각자의 양심과 양식에 비추어서 항상 좋은 의견을 제시하여 주시고 또 KBS 구성원 모두가 바로 그러한 정신으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총체적인 역량이 가장 좋은 방향으로 결집 돼서 방송이 정치에 끌려 다니지 않고 오히려 정치가 상생과 화해의 정치, 생산적인 정치가 되도록 이끌어가는 최선을 다해 주시기를 부탁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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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박정희, 민주주의 꽃 피게 한 독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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