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사랑꽃>의 한 장면
백초현
극 중 할머니로 등장하는 '한목련'은 이야기를 하나로 꿰매주는 '실'이다. '한목련'은 공연 중에 나무와 무대 주변을 지속적으로 맴돈다. 이 캐릭터는 등장하는 장면도, 대사도 많지 않지만 존재감만큼은 분명하다. 그녀는 목련나무 주변을 말없이 돈다. 돌고 또 돈다. 반복되는 '한목련'의 행동 패턴은 자꾸만 회귀하는 우리의 삶을 상징적으로 비춰낸다. 그녀가 과거로 돌아가고픈 마음, 견디기 어려운 인생사의 아픔도 함께 축약한다.
작품이 '사랑'을 바라보는 시선도 웅숭깊다. 극중 평생 '한목련' 곁을 지켜온 '황필만' 할아버지는 "사랑은 갖는 것이 아니라, 지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할아버지는 '사랑하는 마음'을 '곁에 남는 것', '지켜주는 것'으로 대신한다. 요즘 시대에 보기 어려운 소중한 '가치'들은 잔잔한 파도처럼 밀려와 관객의 가슴을 눈물로 적신다.
거친 결 안에 영롱한 빛이 보이는 작품 뮤지컬 <사랑꽃>은 대한민국에 얼마나 좋은 배우들이 많은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출연 중인 대부분의 배우들은 대구 출신이다. 이들은 대사의 완급 조절과 폭발하는 감정을 풍부한 성량으로 풀어낸다. 이야기의 감동을 끝까지 밀어 붙인다. 특히, 실감나는 사투리 연기는 작품 자체에 생기를 부여하고 관객의 재미까지 잡아낸다.
뮤지컬 <사랑꽃>은 작고 단단하다. 무른 돌 안에 쌓여 있는 야무진 감동은 객석 바깥으로 달려 나와 오랫동안 가슴에 머물며 반짝인다. 오랜 나무의 결이 깊이 패여 아름다운 것처럼, 뮤지컬 <사랑꽃>도 그렇다. 투박한 작품의 결은 거칠지만 영롱하다. 과거보다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더 오래 관객 곁에 남아주기를 바라게 되는 한국 창작뮤지컬이다.
작품은 9월 17일부터 9월 28일까지 한양레퍼토리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연출은 정철원이 맡았으며, 극작은 윤정인과 지안이 함께했다. 배우로는 장은주, 김유성, 장인혁, 설화, 정유진, 박명선, 오택완, 손호석, 전아희 등이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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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지키는 것"이라고 말하는 뮤지컬 <사랑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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