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무파업' 현대중공업노조, 20년 만에 파업 절차 돌입

23~26일 파업 찬반투표... 회사 측 '최대 경영위기' 여론 호소

등록 2014.09.22 16:05수정 2014.09.2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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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대의원대회에서 파업을 의결한 현대중공업노조 조합원들이 18일 현대중공업 울산공장 내에서 오토바이 경적 시위를 벌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에는 20년 만에 파업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17일 대의원대회에서 파업을 의결한 현대중공업노조 조합원들이 18일 현대중공업 울산공장 내에서 오토바이 경적 시위를 벌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에는 20년 만에 파업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현대중공업노조

세계 최대의 조선소 현대중공업에서 20년 만에 파업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5월 14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40차례 교섭을 벌였지만 임금인상에 대한 격차가 큰데다 통상임금 확대문제까지 겹쳐 협상에 난항을 겪어왔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노조(위원장 정병모)는 지난 17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파업을 결의했고, 23일부터 26일까지 울산, 군산 등 전체 사업장 1만8000여 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19년간 임단협에서 무파업을 달성하며 '노사밀월'의 대명사로까지 불리었던 현대중공업노조는 왜 파업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일까.

현대중공업노조는 지난 3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조정신청을 했고 10일간 조정기간을 거쳤다. 하지만 중노위가 조정연장 결정을 내림에 따라 16일부터 25일까지 조정기간이 연장됐다. 이어 현대중공업 노사는 중노위의 권고대로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집중교섭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급기야 노조는 조정기간 중임에도 17일 파업을 결의한 후 파업 찬반투표까지 진행하게 됐다.

이같은 노조의 파업 움직임에 대해 회사 측은 "올해 경영실적이 창사 이래 최악으로 회사가 위기"라는 점을 강조하며 여론에 호소하는 한편, 한때 현대중공업에 몸담았던 권오갑 그룹 기획실장을 사장으로 선임하는 등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이런 가운데 23일부터 진행되는 현대중공업노조의 파업 찬반투표가 그동안 진행되어온 투표 방식과는 달리 변경된 것이 눈길을 끈다.

지금까지 노조위원장, 대의원선거, 파업 찬반투표 등에서는 조합원들이 지정된 투표소를 찾아 기표한 뒤 투표함에 넣은 후 부서별로 투표결과를 집계해왔다. 하지만 이번 찬반투표는 사원증과 바코드가 인쇄된 투표 통지표를 들고 조합원이 희망하는 투표소를 찾아 컴퓨터를 통해 조합원 확인 절차를 거친 뒤 투표하게 된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기표용지를 부서별로 따로 모으지 않기 때문에 어느 부서에서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를 알 수 없게 된다"며 "이는 그동안 제기되어온 회사의 부당한 선거개입, 부정선거 논란 등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조합원 파업 찬반 투표방식 바꾼 현대중공업노조, 왜?

이처럼 파업 찬반투표의 투표방식이 바뀌는 것은 그동안 현대중공업노조가 걸어온 길과도 관계가 있다. 현재중공업노조는 지난 1987년 노동자대투쟁의 진원지로 출발해 1994년까지 장기간의 '골리앗 투쟁' 등으로 강경노조의 대명사로 불렸다. 하지만 1995년 임단협을 무파업 타결한 후 지난해까지 한 번도 파업이 없는 노사밀월 관계를 유지해왔다.


현대중공업노조의 이같은 노사밀월주의는 하청노동자를 양상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 2004년 2월 14일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박일수씨가 "하청노동자도 사람이다, 노동법을 지켜라"는 유서를 남기고 분신한 후, 노조는 사태 해결과정에서 반노동자적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그해 민주노총에서 제명되기까지 했다.

특히 지난 1987년 노동자대투쟁 때 현대중공업노조의 핵심이었던 오종쇄 위원장은 해고된 후 15년 만인 지난 2003년 복직, 2007년 17대 노조 위원장에 당선된 후 2009년 18대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면서 노동계의 판도를 바꾼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오종쇄 위원장은 그 과정에서 회사에 임단협 교섭권을 위임하는 데 앞장서는 등의 행보를 보여, 보수언론 등으로부터는 칭송을, 노동계로부터는 비난을 동시에 듣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노사밀월주의 속에서도 노조 내 소수파로 전락한 소위 민주노조 계열의 반발이 이어졌다. 2011년 10월 19대 현대중공업 노조 집행부 선거를 앞두고는 민주노조 계열의 후보 측이 사측의 선거개입을 주장하며 공정선거를 위한 근로감독관 입회를 요구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17일 치러진 20대 현대중공업 노조 위원장 선거에서 민주노조 계열의 정병모 후보가 8882표(52.7%)를 얻어 7678표(45.5%)를 얻은 실리주의 계열의 김진필 후보를 꺾은 후 올해 임단협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었다. 현대중공업노조는 민주노총과 대화를 하는 등 앞서 실리주의 집행부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기대를 모았던 민주노총 재가입 추진에서는 이렇다 할 행보를 보이고 있지 않다.

한편 올해 임단협에서 현대중공업 노조는 임금 13만2013원(기본급 대비 6.51%) 인상, 성과금 250%+추가,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사내하청노동자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회사는 기본급 3만7000원(호봉승급분 2만3000원 포함) 인상, 생산성 향상 격려금 300만 원, 경영목표달성 격려금 200만 원 등을 제시한 상태다.
#현대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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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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