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단단 계단장
이현정
구불구불 이어진 우사단 골목을 따라 오르면, 이내 허름한 다세대 상가 주택이 이어진 언덕 능선에 다다른다. 이태원동·보광동·한남동의 경계에 해당하는 우사단 10길이다. 이슬람 사원에서 도깨비시장까지 이어진 이 길을 사람들은 간단히 '우사단길'이라 부른다.
빛바랜 간판이며 낡은 상가의 모습은 시간 여행을 온 것처럼 느끼게 한다. 주도로에서 잠시 비켜났을 뿐인데, 이태원의 화려함과 이국적 풍광은 찾을 수 없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이 길을 세련된 '낮은 한남동'에 빗대 '높은 한남동'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태원 뒷골목 위, 버려진 듯 남겨진 이곳 우산단길이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낮은 임대료와 골목 분위기에 매료돼 찾아든 젊은 예술가들과 청년사업가들이 함께 골목을 가꾸고 알리기 시작한 것이다.
2012년 '우사단단'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이들은 마을 환경 개선 및 활성화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서울문화재단 '도시게릴라 프로젝트'에 참가, '게릴라 가드닝'을 진행했다. 마을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더미를 치워 화단으로 가꾸고, 벽화도 그렸다.
우사단단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마을 신문 <월간 우사단>도 만들고 있다.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엔 마을 안 장미 계단에서 '이태원 계단장'을 연다. 2013년 3월부터 시작된 이태원 계단장은 최근 '더우니까 들어와'로 개편됐다. 지난 5월 계단장이 TV 방송에 소개된 이후, 많은 이들이 찾으며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안전사고 위험도 커지고, 판매자도 구경꾼도 마을 주민도 모두가 불편한 장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더우니까 들어와'는 이전 계단장에 비해 마을 깊숙이 들어선 느낌이다. 우사단 계단장 '더우니까 들어와'는 마을의 속살까지 볼 수 있는 이색 마을시장이다.
도시의 장돌뱅이 판매자와 우사단 마을 가게들이 연계해 펼치는 장으로, 우사단길만의 독특한 개성을 흠뻑 느낄 수 있다. 1960~70년대 풍의 건물 느낌을 살린 독특한 상점만큼 특색있는 물건도 만날 수 있다. 또한, 허름한 다세대주택 1층의 간판 없는 가게들, 지하나 2~3층에 숨어 있는 공방이나 작업장, 가정집 옥상까지 스스럼없이 구경할 수 있다.
지난 8월 30일에 열린 우사단 계단장 '더우니까 들어와'는 예상만큼 많은 시민이 찾아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각종 소품이나 빈티지 의류, 에코백, 도자용품, 수공예 가죽제품, 수제 인형은 물론이고, 독립출판물도 선보였다.
더불어 다양한 먹거리도 팔고 있었다. 청년 장사꾼의 감자튀김과 크림 맥주를 비롯해, 각종 수제 빵과 과자, 수제 잼, 샹그리아, 더치커피, 발효원액 등 다양한 종류의 먹거리를 내놨다. 특히 수제 소시지와 고기를 그릴에 바로 구워 만든 샌드위치와 영국인 요리사 스코프가 만든 스콘이 인기를 끌었다. 삼형제가 운영하는 커피 공방도 역시 발 디딜 틈 없었다.
"수분 함량이 적은 100% 친환경 자연산 숙성 꿀입니다. '어반 비즈 서울'이라는 도시 양봉 협동조합에서 지난해 교육을 받고, 올 4월부터 남산에서 딴 꿀이지요."이태원에 살며 공방을 운영하는 유아름씨는 직접 딴 꿀과 꼬치를 팔고 있었다. 꿀이 들어간 특제 소스를 발라 낸 수제 꼬치는 보기에도 맛있어 보였다. 일러스트 작가 배윤정씨는 직접 만든 엽서나 카드 등 아트상품을 가지고 나왔다.
"뎀 시리즈예요. 보기에는 귀여워 보이지만, 사회에 대한 불만 같은 것을 표현한 거예요. 눈치를 보기도 하고, 사실은 보호를 해주기도 하고 다소 모순적인 부분이 있죠. 제가 품고 있는 그런 것에 대해 약간 귀엽게 미화 시켜 표현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