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냥아 어디있니?'119 구조대원 세분이 주차장에 빠진 새끼 길냥이를 구하기 위해 구조 작업에 나서고 있다.
백성균
새벽 1시쯤, 집에 도착했을 때였습니다. 주차장 쪽에서 고양이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울음소리가 거의 절규에 가까워서, 잠시 멈칫했으나 배고파서 그러려니 싶어 그냥 엘리베이터에 올라탔습니다. 오늘따라 또 아내는 저보다 더 늦게 들어왔습니다. 이렇게 우리 부부는 버는 것 없이 서로 참 바쁘게도 삽니다. 제가 눈을 흘겨볼까 싶어 들어오는 아내에게 얼굴을 내밀어 봤더니, 대뜸 하는 말이 주차장 쪽에서 고양이 소리가 들린다는 겁니다.
사실 우리 부부는 5일전 쯤 집을 나서다가 주차장에서 정말 조그만 새끼 고양이를 발견했었더랍니다. 길냥이었습니다. 저는 작은 강아지는 본 적이 있어도 작은 고양이를 본 적은 없습니다. 아내는 길냥이들이 불쌍해서 가끔 먹이를 줘본 적이 있는터라 홀로 있는 새끼 고양이에게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혼자 놓여진 새끼 길냥이에게 행여나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 되었던 것이죠. 설마 하고 돌아섰는데, 결국 일이 생겼나 싶어 아내 말에 죄책감이 밀려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생전 처음 119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디로 전화할지 몰라서 그 짧은 순간에도 인터넷을 뒤져보았습니다. 한국고양이보호협회, 동물구조관리협회가 있는지도 그제서야 알게되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긴급출동은 119. 그런데 119 콜센터에서도 난감해 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경우가 많지 않아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사실 난감 했으니까요. 그래도 곧 출동하겠다고 하시더니 접수됐다는 문자 안내도 왔습니다.
버려진 동물 구조 '못할 짓' 5분뒤 인근 소방대원 세분이 빨간 소방차를 끌고 오셨습니다. "새끼구만" 하시더니 이리저리 훑기 시작하셨습니다. 주차장이 기계식 로테이션 방식이라 고양이가 돌아다니다 홈 사이에 빠져 바닥으로 추락한 모양입니다. 울어대는 소리도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그 사이 먹은 것도 없을 텐데 걱정되고 또 미안했습니다. 제가 하릴없이 서성거리는 사이, 구조대원 분들은 열심히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있기가 뭐해서 "고양이 구조하면 어떻게 하세요?"라고 여쭤봤습니다. 그랬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위험하지 않게만 다시 밖에다가 내놓는 수 밖에 없어요."개와는 달리 고양이는 구조 대상이 아니라며 산에 풀어줘야 겠다고도 하셨습니다. 개의 경우에는 구한다하더라도 동물보호소 같은 곳에 두었다가 일주일 뒤 안락사시킨다며, 사실 버려진 동물 구조는 "어찌보면 못할 짓"이라고도 하십니다. TV프로그램에서는 개나 고양이를 구조한 후에 아름답게 마무리 하던데, 현실은 다른 모양입니다.
마침 아내가 미리 그 정보를 지인에게 접하고는 일단 데리고 들어오라고 신신당부를 하던 차였습니다. 그래서 질문도 던졌던 것인데, 새끼 고양이가 막상 다시 버려질 걸 상상하니 안되겠다 싶었습니다. 집에 데리고 들어가야겠다고 스스로 결심했습니다.
한시간 쯤 지났을까 고양이를 구조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산에다 풀어줘야겠다 하시는데 그냥 제가 데리고 있겠다고 하자, 밖에 내놓으면 또 위험해질 수 있으니 집으로 데려가야한다고 합니다. 절차상 간단히 제 이름을 말하고 소방대원님들로부터 고양이를 건네 받았습니다. 소방대원분들이 참 고생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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