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남동구청, 기자들과 식사에 공금 탕진

구청 홍보미디어실, 공금 작성 위한 명목을 허위로 작성했나

등록 2014.09.30 17:02수정 2014.09.3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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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구 홍보미디어실 일부 직원이 구정홍보관리 세목의 시책추진업무추진비를 사적인 식사비로 지출한 것이 드러났다. 특히 '업무추진비 지출 품의'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시사인천>이 전국공무원노동조합(아래 전공노) 인천남동지부를 통해 입수한 자료를 보면, 홍보미디어실은 2014년 들어 지난 25일까지 '업무협조를 위한 출입기자와의 오찬 식비 지출'이라는 내용으로 66건을 지출했다. 또한 출입기자와의 간담회 명목으로 11건을 지출했다.

 구정홍보관리 업무추진비로 공무원들 식사
구정홍보관리 업무추진비로 공무원들 식사김영숙

구정홍보관리 업무추진비는 직원과 기자 식비용?

오찬이나 간담회 참석자는 "홍보미디어실장 외 ○명" 또는 "홍보기획팀장 외 △명" 등으로 기록했다. 건당 비용으로 적게는 몇 만 원에서 많게는 20만 원 이상을 지출했다. 또한 '출입기자 구내식당 이용' 명목으로 식권 300매를 구입하는 데 90만 원을 지출하기도 했다.

최근에 개최한 간담회는 지난 15일 '인천아시안게임 등의 주요 현안사항 홍보를 위한 기자 간담회'였다. 소래포구 인근의 한 횟집에서 19만 5000원을 지출했으며, 홍보미디어실장 외 10명이 참석한 것으로 기록돼있다.

9월 17일 기준, 등록된 남동구청 출입기자는 33명이다. 그러나 이들 중 대부분은 오찬이나 간담회 개최와 관련한 연락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남동구청 기자실에 상주하는 한 기자는 "장석현 구청장 취임 후 한 번 기자들과 식사 자리를 한 것을 제외하고는 공식적인 만남은 없었다"며 "해당 부서 공무원들이 기자실을 방문해 상주 기자 몇 명과 얘기를 나누거나 식사하고는 오찬이나 간담회라는 명목으로 업무추진비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시태 홍보미디어실 실장은 "기자실의 간사를 통해 연락을 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찬이나 간담회는 전체 기자를 대상으로 회의실에서 하는 게 아니라, 상주하는 기자들을 위주로 식사하면서 필요시 업무 현안에 대한 홍보 협조 차원에서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방기두 전공노 남동지부장은 "구정 홍보를 원활히 하기 위해 예산을 세워 언론에 협조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한 뒤 "다만, 목적 외로 단순히 식사를 위해 사용하는 것은 문제이고, 반드시 지양해야한다"고 말했다.


전공노는 전신인 공무원직장협의회 시절부터 관공서 내 기자실 폐쇄 운동을 펼쳤다. 2001년 11월, 전공노 부평지부는 전국에서 최초로 구청 기자실을 폐쇄해 주목을 받았고, 남동구 기자실도 2002년 초에 폐쇄됐다가 2003년 말 '브리핑룸'이라는 이름으로, 지금은 다시 '기자실'이라는 이름으로 복원됐다.

남동구는 기자실 폐쇄와 더불어 몇 년간 구정홍보관리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가 2004년도에 250만 원을 편성한 뒤 매해 인상했다. 올해 예산은 900만 원이다. 전공노 관계자는 "제보자 보호를 위해 홍보관리 예산 중 정확히 얼마가 기자들과의 식사 비용으로 사용됐는지는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90% 이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공무원노조 남동지부 관계자는 "예전에는 기자들이 명절 때 또는 가끔 인허가 부서를 찾아다니며 금품을 요구했다. 기자실에서 화투를 하거나 구청 직원들에게 심부름을 시키기도 했다"고 한 뒤 "하지만 기자실 폐쇄 후 브리핑룸으로 전환하고 나서는 많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중요한 건, 기자들의 문제보다는 국민 세금으로 식사를 하면서도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해당 부서 직원들의 문제이다"라고 지적했다.

업무추진비 지출 공문서... 허위로 명목 만들었나

더 심각한 문제는 업무추진비 지출 관련 공문서 허위 작성 의혹이다.

지난 3월 31일 공무원노조 남동지부 간부들이 목격했다는 것을 정리하면, 홍보미디어실은 '현안 업무 홍보와 유대관계 강화를 위한 출입기자단과 오찬 식비'로 만수동 소재 음식점에서 6만 4000원을 결제했다. 식사를 한 사람은 홍보팀장과 기자 한 명이었다. 그 후 해당 부서 직원 4명이 이 식당을 방문해 먼저 결제한 식비로 식사를 한 것이다.

홍보팀장과 특정 기자 개인의 일 대 일 식사를 위해 '출입기자단과의 오찬'이라는 허위 명목을 만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 된다. 관련 직원 4인이 따로 식사를 하러 온 부분도 납득하기 어렵다.

방기두 지부장은 "공무원들이 예산을 집행할 때는 투명하고 공정해야한다. 공무원의 의무 중 '청렴의 의무'라는 것이 있다. 이를 위반할 시 마땅히 처벌받아야한다"며 "이후 이 문제가 사실로 확인되면, 원칙에 맞게 노조에서도 대응할 것이다"라고 했다.

권기태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남동지부장도 "예산이 이렇게 낭비되고 있는 것도 문제인데 공문서 위조가 사실이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며 "세부적인 내용을 확보하기 위해 정보공개 청구 등, 다양한 방법을 펼칠 예정이다. 관계자의 위법사실이 확인되면 처벌받도록 강력하게 대응해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유완형 전공노 부정부패방지위원장은 <시사인천>과 한 인터뷰에서 "서울의 경우 서울시청을 제외하고 서울시 산하 자치단체는 2000년대 초 기자실을 폐쇄하고 나서 브리핑룸조차 없다"며 "구정홍보를 빙자해 오찬이나 간담회 식비를 지출한 것은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정부패 척결을 주요 사업으로 잡고 있는 공무원노조 차원에서 지역별로 현황 파악 후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남동구 #홍보미디어실 #김시태 #업무추진비 #구정홍보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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