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부교육감 임명.. 교육감 통제장치다"

[인터뷰] <장윤선의 팟짱>에 출연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록 2014.10.04 13:06수정 2014.10.04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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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선임기자인 장윤선 기자가 진행하는 <장윤선의 팟짱>은 '정보가 있는 시사토크 프로그램'으로 매주 평일 낮시간대에 청취자들을 찾아간다. <팟짱>은 조희연 서울교육감을 만나 최근 현안인 자사고 폐지와 교육부의 과도한 진보 교육감 행정간섭에 대해 얘기해본다. [편집자말]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4일 오후 서울시교육청에서 자사고 운영성과 종합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자사고 개선에 대한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4일 오후 서울시교육청에서 자사고 운영성과 종합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자사고 개선에 대한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희훈

'잠자는 학생 깨우기 프로젝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올해 남은 기간에 추진할 주요 정책 중의 하나다. 잠자는 학생의 모습은 우리 사회 공교육이 처한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조희연 교육감은 "일반고에서 자는 학생이 대부분이고, 가끔 자는 게 아니라 계속 잔다"면서 "교사들도 체념한다, 학교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4일 방송된 <오마이뉴스> 데일리 팟캐스트 <장윤선의 팟짱>에 출연한 조희연 교육감은 종로산업정보학교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는 학생들과 만난 사실을 거론하면서 "자는 학생을 벌떡 일어나게 하는,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조희연 교육감은 시도교육감의 권한을 제약하려는 박근혜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교육부 장관은 부교육감과 그 다음으로 중요한 직급으로 예산을 다루는 기획조정실장을 임명한다, 내용적으로는 청와대가 임명한다"면서 "교육부가 교육자치를 허용하면서도 통제장치를 둔 것이다, 제도적으로 언제든지 교육부가 (교육감의 권한을) 제약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정부가 시도교육청 예산을 줄이려고 한 흔적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2015년 교육부 예산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누리과정과 초등학교 돌봄교실 예산의 국고지원이 한 푼도 이뤄지지 않은 점을 두고 "초중고교 학생은 투표권이 없지 않느냐"면서 "무상급식은 진보진영이, 누리과정 등은 보수진영이 주도해서 무상복지 영역에 넣은 것이다, 증세를 해서 국가재정으로 끌어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육감은 정부의 담뱃값 인상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담뱃값을 올린 것은 금연 확산의 이유도 있지만 결국 세수 부족 탓"이라면서 "편법으로 서민 돈을 뜯어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 교육감은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재지정 취소 논란의 한 가운데에 있다. 그는 29일 자사고 학부모들을 만났다. 자사고 학부모들은 조 교육감을 향해 '내 자식을 조금 더 좋은 교육을 받게 하려고 했는데,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호소했다. 조 교육감은 "'학부모들이 요구하는 좋은 교육을 일반고 전체 학생들이 받도록 해야지, 분리해서 내 자식만 생각하지 말라'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조희연 교육감의 <장윤선의 팟짱>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청와대가 부교육감과 기획조정실장 임명... 통제 장치 뒀다"


-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자사고, 예산 등을 둘러싸고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갈등하고 있다. (교육부가) 교육감의 인사권 등 진보교육감의 권한을 자꾸 제약하려고 해서 교육부와 긴장 상태에 있다. 교육부가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는지 명확히 모르겠다. '진보교육감 길들이기'를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에게 만나자고 요구하고 있다."


- 황우여 장관과 만나지 못하고 있다. 황 장관이 만나주지 않는 것인가.
"(웃음) 마주치기는 한다. 지난달 27일 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 부속 이화유치원 창립 100주년 기념식에서 황우여 교육부 장관과 조우했다. 그때 활짝 웃는 사진이 공개됐는데, '그렇게 갈등한다더니 왜 활짝 웃느냐'고 하는 분들이 있었다. 갈등 중에서도 웃어야 하지 않겠나."

- 황우여 장관은 왜 교육감의 권한을 축소하려고 하나.
"지방자치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교육청에는 부교육감과 그 다음으로 중요한 직급으로 예산을 다루는 기획조정실장이 있는데, 교육부 장관이 임명한다. 부교육감의 경우, 교육부 공무원 중에서 파견한다. 내용적으로는 청와대가 이들을 임명한다. 교육부가 국민의 민주화 열망 때문에 지방자치를 허용하면서도 통제 장치를 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이나 기획조정실장과 호흡이 잘 맞지만, 제도적으로 언제든지 교육부가 (교육감의 권한을) 제약을 할 수 있다. (교육부 예산을 보면) 시도교육청 예산을 줄이려고 한 흔적이 너무 많다."

- 자사고 지정 취소 문제로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의 갈등이 크다.
"우선 자사고를 둘러싼 논란에, 임기 초반에 '왜 난리냐' 하는 분들이 있다. 2010년부터 시행된 자사고는 5년 마다 운영평가를 한다. 마음 같아서는 천천히 다루고 싶었다. 하지만 이번에 운영평가를 통과하면, 10년 동안 운영된다. 그렇게 되면 자사고는 '터치'할 수 없는 성역이 된다. 정치적 어려움에도 교육적 원칙에 따라 자사고 8곳의 지정을 취소했다."

- 교육부는 시도교육감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때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에 나섰다(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교육감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때 교육부와 협의해야 한다).
"교육부는 아예 시행령을 바꿔서 교육부의 사전 허락을 받도록 시행령을 고치겠다고 한다. 아무리 이런 문제를 두고 갈등을 하더라도, 교육 자치를 확대하는 방안으로 가야한다. 역행하면 안 된다."

- 29일 자사고 학부모들을 비공개로 만났다. 어떤 얘기를 나눴나.
"자사고 학부모들은 '황폐화된 일반고 현실 때문에 내 자식을 조금 더 좋은 교육을 받게 하려고 했는데,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했다. 현실로만 보면 일리가 있다. 하지만 저는 '일반고 집중 지원을 통해 학부모들이 요구하는 좋은 교육을 일반고 전체 학생들이 받도록 해야지, 분리해서 내 자식만 생각하지 말라'고 답했다. 또한 학부모들은 자사고 지정이 취소되면 엄청난 변화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했다."

- 이 자리에서 분리교육이 아닌 통합교육을 강조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분리교육이 아닌 통합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공부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 잘사는 집의 학생과 못사는 집의 학생들을 통합해서 교육시켜야 한다. 학생들의 사회성도 좋아진다. 하지만 1974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고교평준화 정책을 단행한 후 40년이 지나면서 양극화가 심화됐다. 자사고 수업료는 일반고의 3배다. 중상위 계층만 부담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도 자사고에 대한 일반고 학부모들의 불만이 많으니 손보려고 했다. 그런데 내가 하니까 적극 도와주지 못할망정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자는 학생을 벌떡 일어나게 하는 교육 해야"

- 일반고 고등학교에 가보면, 많은 학생들이 잔다.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는 현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일반고에는 대학진학을 생각하는 학생들, 특성화고에 못 갔지만 취업을 하려는 학생들, 학교에 적응하는 못하는 '위기 학생' 등 여러 범주가 있다. 일반고에 가면, 자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가끔 자는 게 아니라 계속 잔다. 교사들도 체념한다. 악순환이다. 학교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옛날에는 이런 학생들을 두들겨 패기라도 했지만 지금은 학생인권조례가 있어서 그렇게 할 수 없다."

- 당장의 대안은 무엇인가.
"일반고 학생들 중에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을 위해 특성화고 위탁교육을 시키려고 해도 수용인원에 제한이 있다. 예산을 투자해야 하는 애로가 있다. 지난 12일 종로산업정보학교에 갔다. 학생들이 졸지 않고 교육을 받는다. 바리스타를 원해서 교육을 받으니, 당연히 졸지 않는다. 이처럼 자는 학생을 벌떡 일어나게 하는,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 장기적으로는 어떤 대안이 있나.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미친 경쟁'이라고 생각한다. 백약이 무효다. 좋은 대학에 가면 평생 특권을 얻을 수 있으니, 부모는 아이의 교육을 위해 전 재산을 '몰빵'한다. 학벌에 대한 특혜를 줄여야 한다. 우리사회의 모순과 위기 등 각종 문제가 교육에 담겨있다. 대학입시제도를 포함해서 총체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정당들은 교육 의제를 두고 붙어야 한다." 

- 2015년도 교육부 예산안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누리과정과 초등학교 돌봄교실에 대한 국고 지원은 '0'이다. 박근혜 정부가 시도교육청에 많은 예산을 지원하고 있나. 
"그럴 리가 없다. 담뱃값을 올린 것은 금연 확산의 이유도 있지만 결국 세수 부족 탓이다. 편법으로 서민 돈을 뜯어내는 것이다. 증세 논의를 더 이상 다른 곳에 넘길 수 없는 시점이 됐다. 우리 사회는 '중부담 고복지' 사회로 가야 한다. 여야가 모두 증세에 공감한다. 특히 무상급식은 진보진영이, 누리과정과 초등학교 돌봄교실은 보수진영이 주도해서 무상복지 영역에 넣은 것이다. 증세를 해서 복지국가의 기본에 해당하는 이 부분을 국가재정으로 끌어안아야 한다."

- 내년 시도교육청 예산을 두고 논란이 많다.
"진보교육감이 관장하는 초중등교육 예산은 줄고, 교육부가 관장하는 대학 예산은 늘었다. 대학에는 선거에 영향일 미칠 수 있는 보이스(목소리)가 있다. 그리고 초중고교 학생은 투표권이 없지 않나."

- 내년 시도교육청의 예산이 크게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13년 재정조정분에 때문 예산이 깎였다고 하는데, 어쨌든 (시도교육청 예산은) 현저히 축소됐다. 올해 서울교육청은 9000억 원, 경기도교육청은 1조 6000억 원, 인천시교육청은 4000억 원 적자다.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내야 하는 병목지점으로 가고 있다."

- 하반기에는 어떤 정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인가.
"'잠자는 학생 깨우기' 프로젝트를 할 것이다. 중학교에서도 이런 게 필요하다. 또한 초등학교를 창의교육의 요람이 되도록 할 것이다. 거의 전 초등학교를 혁신학교로 바꿔야 한다. 유아교육에도 주목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누리과정을 국가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으니, 유아교육을 어떻게 하면 최고의 교육으로 만들 것이냐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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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교육감 #자사고 지정 취소 논란 #교육부-시도교육청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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