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들은 상대방에 대한 보다 상세하고 깊숙한 정보를 꽁무니에서 얻어낸다.
sxc
사람들은 남장 혹은 여장을 함으로써 어느 정도 눈속임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개들 사이에서는 실체적 진실을 감추기가 쉽지 않다. 뒤꽁무니를 통해 '정체'가 밝혀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개들의 인식표 구실을 하는 건 뒤꽁무니에 있는 '항문샘'이란 기관이다. 항문샘에는 개들마다 저 나름의 분비물질이 저장돼 있다. 항문샘은 개 항문을 중심으로 할 때, 보통 짝을 이뤄 4시와 8시 방향에 위치한다. 관찰력이 좋은 사람이라면 육안으로 찾아낼 수 있다.
변을 볼 때 괄약근이 움직이면, 항문샘이 수축돼 분비물이 뿜어져 나온다. 개가 자신의 영역을 분변으로 표시할 수 있는 건 항문샘에서 나온 분비물이 분변에 묻기 때문이다. 요컨대, 개의 항문샘은 개똥을 밖으로 밀어내는 항문과는 별도로 존재한다. 그렇다면 사람에게도 항문샘이 있을까? 항문샘은 포유류라면 거의 예외 없이 달고 있다. 사람에게도 있는 기관이라는 뜻이다.
사람의 항문샘은 소화관의 가장 끝부분이라 할 수 있는 항문관의 벽에 자리해 있다. 항문관은 길이가 대략 4센티미터쯤 되는데 괄약근 움직임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부위다.
사람도 대변을 보거나 하면, 항문샘에서 나온 분비물이 같이 섞여 나올 수밖에 없다.
사람 또한 대변 냄새는 어떤 음식물을 먹고 어떻게 소화 시켰느냐에 주로 달려 있겠지만, 개개인의 분비물 냄새도 그 속에 끼어들어 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쉽게도' 변에 섞인 분비물의 냄새를 맡고 상대를 '동정'해내는 능력을 잃었다. 반대로 대다수 포유류 동물들은 거의 한결같이 그 같은 능력을 갖고 있다.
사람도 항문샘 주변에 염증이 생기면 '개고생'개와 함께 대표적인 반려동물인 고양이 또한 예외가 아니다. 고양이는 분변과 함께 분비물을 배설하기도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항문샘에서 분비물을 분사한다. 고양이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싸는 오줌은 특히 악취가 심한 게 특징이라고 동물학자들은 말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스컹크의 방귀가 고약한 건, 항문을 통해서 나오는 기체 그 자체라기보다는 항문샘 분비물의 냄새가 역한 탓이다. 스컹크는 남다른 방식으로 항문샘을 발달시켜, 자신을 방어하는 데 사용하는 동물인 셈이다.
개나 고양이의 항문샘은 감염이나 분변에 의해 막힐 수도 있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항문샘이 막혀 버리면 개는 엉덩이를 바닥에 대고 끌고 다니거나 항문 주변을 핥는 행위를 한다. 사람도 항문샘 주변에 염증이 생기면 '개고생'할 수 있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뒤꽁무니, 특히 항문샘의 관리는 두말할 것 없이 보통 중요한 게 아니다. 더구나 항문샘이 자리한 뒤꽁무니는 생식 기관이 밀집돼 있는 부위이기도 하다.
동물의 세계에서 수컷이 암컷 뒤꽁무니를 쫓아 구애하는 행태는 아주 흔하다. 얼핏 사람은 예외인 것처럼 보이지만, 인류의 조상까지도 예외였다고 단언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사람도 동물의 하나라는 관점에서 따지면, '여자 뒤꽁무니를 쫓는다'는 표현이 제법 과학적인 것만큼은 확실한 듯하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4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