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영업시간백화점 영업시간은 보통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9시간 30분이다. 백화점 노동자는 영업시간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한다.
한국여성민우회
백화점 노동자도 참 길게 일한다. 백화점의 '공식적인' 영업시간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다. 순수 근무시간만 9시간 30분이다. 그러나 백화점 노동자는 영업 시작 시간보다 더 일찍 출근해서 매장 청소, 조회, 판매 준비를 하고 매장 정리를 하느라 마감 시간보다 더 늦게 퇴근한다.
2012년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서 백화점·면세점 판매직 노동자 313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노동시간 및 점심시간 활용 실태'에 따르면, 백화점 판매직 노동자는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일주일에 평균 49.9시간을 일하고 있다. 주5일로 계산하면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하루에 10시간 가량 일을 하는 셈이다.
"근무시간이 굉장히 길어요. 오전 9시 30분에 출근해서 오후 10시까지 일해요. 오후에 출근하는 날은 낮 12시 40분부터 오후 10시까지고요. 한 달에 보름은 12시간 넘게 일을 하죠."(E씨, 의류매장, 19년 근무) "아침엔 9시까지 출근을 하고 퇴근하는 시간은 오후 8시 30분 정도예요. 거의 12시간을 일하죠. 행사를 크게 하면 다음날 행사 준비를 미리 해둬야 수월하고 출근도 한 시간 일찍 하는 경우가 생겨요. 집중기간인 1월, 5월, 9월에는 집에서 3~4시간만 겨우 자고 출근해요."(D씨, 화장품매장, 1년 6개월 근무)근무시간이 긴 것도 문제지만, 틈틈이 쉬기는 하는 걸까? 백화점 노동자는 남들처럼 주말마다 쉬는 걸 바라기 어렵다. 손님이 많아 바쁜 주말은 꼼짝없이 일해야 하니 평일에 쉬어야 하고, 세일기간에는 10일 연속으로 출근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밤 늦게 퇴근하고 주말엔 쉬지 못하니 가족, 친구들과 밥 한 끼 먹는 것도 쉽지 않다. 쉬는 날엔 여가를 즐기기는커녕 지친 몸을 회복하느라 쓰러져 자기 바쁘다.
"휴무도 일정치 않아요. 10일 연속으로 근무하고 갑자기 3일 몰아서 쉬고 그래요. 하루에 12시간 일을 하는데 10일 내내 일하고 나서 쉬면 그냥 자기만 하는 거죠. 체력으로 버티는 것도 신기해요."(D씨, 화장품매장, 1년 6개월 근무)백화점 노동자는 일과 중에도 충분히 마음 놓고 쉴 시간을 보장받지 못한다. 근로시간 중간에 휴식시간이 주어지도록 근로기준법에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직장인은 보통 1시간의 점심시간을 가진다. 점심은 뭘 먹을까, 잠깐 산책이라도 할까 고민하며 점심시간을 기다린다. 이렇듯 오후에 다시 집중해 일하기 위해선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점심시간이 지켜져야 한다.
하지만 백화점 노동자는 점심시간에 마음 편히 밥 한 끼 챙겨먹기도 쉽지 않다. 각 매장은 최소 인원으로 돌아간다. 이 때문에 점심시간 한 시간을 내가 다 사용해버리면 매장에 남아있는 동료는 그동안 혼자 남아 고객 응대해야 한다. 더구나 점심시간은 고객이 많이 몰리는 때다. 그래서 백화점 판매직 노동자들은 밥을 먹는 게 아니라 "마신다"고 표현한다.
2012년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서 백화점, 면세점 판매직 노동자 313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노동시간 및 점심시간 활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백화점 노동자가 하루에 사용하는 식사시간은 평균 37.7분이었다. 25분 미만으로 사용하는 비율은 19.8%에 달했다. 그나마 있는 점심시간도 제대로 지키지 못할 정도이니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느라 아픈 다리를 잠시라도 쉬게 할 짬도 안 난다.
"쉬는 시간은 점심시간 1시간, 간식시간 40분이 있는데 바쁘면 못 쉬죠. 밥만 먹고 바로 올라와야 해요. 월초에 행사를 몰아서 하니까 너무 바빠서 그때는 점심이고 간식이고 없고 내내 일하는 경우가 한 달에 한 번은 있어요. 아예 간식시간이 없는 매장도 있거든요. 그런 데는 점심시간도 40분 밖에 되지 않아 빨리 먹고 와야 하죠."(D씨, 화장품매장, 1년 6개월 근무)고객은 모르는 노동자의 공간 '스태프 온리'의 실태고객이 모르는 노동자의 공간은 어떻게 만들어져 있을까? '스태프 온리(staff only·관계자외 출입금지)'라고 적힌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다른 공간이 펼쳐진다. 두꺼운 문 여러 개를 힘껏 밀고 들어가면 노동자에게 활짝 웃으라고, 허리 숙여 인사하라고, 옷매무새를 다듬으라고 요구하는 서비스 라인을 마주치게 된다.
두꺼운 문 너머는 각종 조명으로 반짝이는 매장과 달리 침침하고 어둡다. 쾌적한 온도를 유지하던 매장과 달리 냉난방, 환기가 잘 되지 않아 습하고 무거운 공기가 피부에 바로 와 닿는다. 그렇게 들어간 직원용 공간은 휴게실도 화장실도 모두 고객용 공간과 다르게 허름했다. 좁고 몇 칸 없는 허름한 화장실엔 재고가 산더미같이 쌓여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