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수상자 말랄라 유사프자이의 자서전 <나는 말랄라> 표지
Malala Yousafzai
여자도 학교에 가고 싶다는, 당연하고도 소박한 희망을 말했다가 괴한이 쏜 총에 머리를 맞았던 17세 소녀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올해 노벨평화상에 파키스탄의 여성 인권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17)와 인도의 아동 노동 근절 및 교육 운동가 카일라시 사티야티(60)를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
특히 말랄라는 평화상은 물론이고 모든 분야의 노벨상을 통틀어 역대 최연소 수상자라는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노벨평화상에 이름을 올리기까지 그녀는 어린 나이에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고비를 겪어야 했다.
말랄라가 태어난 파키스탄에서는 여성에게 세속적 교육을 받게 하면 안 된다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을 앞세운 무장단체 탈레반이 여학생의 등교를 금지하거나 여학교를 불태웠다. 하지만 말랄라는 학교에 가고 싶고, 배우고 싶었다.
학교를 운영하는 교육 운동가 아버지의 영향을 받고 자란 13세 소녀 말랄라는 2009년 영국 공영방송 BBC의 블로그에 탈레반의 만행을 고발하는 글을 올리며 여자도 학교에 갈 수 있게 해달라고 외쳤다. 그러나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끔찍한 총알이었다.
"한 자루의 펜이 세상을 바꾼다"는 17세 소녀 15세이던 2012년 10월 말랄라가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가 쏜 총에 머리와 목을 맞은 것이다. 급진 이슬람주의 무장단체인 파키스탄 탈레반의 소행이었다.
사건 직후 파키스탄 탈레반은 성명을 통해 자신들의 소행임을 밝히며 "여성이 세속적인 교육을 받는 것은 이슬람 율법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율법에 어긋나는 세속주의를 설파하면 누구든지 우리의 공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15세 소녀의 머리에 총을 쏜 탈레반의 만행은 파키스탄을 넘어 국제사회를 경악하게 만들었고, 온갖 비난이 쏟아졌다. 영국으로 옮겨진 말랄라는 대수술과 6일간의 혼수상태를 이겨내고 기적적으로 일어났다.
불행 중 다행인지 이 사건을 계기로 이슬람 여성 인권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고, 순식간에 세계적인 유명 인사가 된 말랄라는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이사한 뒤 본격적으로 인권운동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가냘픈 소녀 말랄라의 용기와 의지는 전 세계에 영감을 줬고, 지난해 미국 유명 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명의 인물'에 선정되며 노벨평화상 후보로도 거론되기 시작했다.
지난 7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초청을 받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연설의 기회를 가진 말랄라는 "한 명의 어린이가, 한 사람의 교사가, 한 권의 책이, 한 자루의 펜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며 세계 지도자들에게 어린이 무상교육 지원을 호소했다.
또한 최근에도 나이지리아에서 여학교를 습격해 수백 명의 어린 여학생을 납치한 뒤 강제로 노동을 시키고 성적 착취를 일삼고 있는 극단주의 이슬람 단체 보코하람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학생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기도 했다.
착취와 폭력에 시달려도 목소리 낼 수 없는 어린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