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백제문화대전이 끝난 금강은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부여의 강변에는 4대강 사업 이후부터 꾸준히 식재된 코스모스가 가을을 뽐내 듯 자라고 있었고, 일부 코스모스는 내년을 준비하는 씨를 뿌리고 있었다. 지난 13일 찾은 금강은 겨울을 준비하는 듯 차가워 보였다.
지난 9월에는 한참 공사 중이었던 부여군 규암면 신리의 작은 다리는 이제 완공돼 공사장비가 모두 철거돼 있었다. 이 공사는 재해예방공사로 시행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4대강 공사 이후 역행침식이 발생해 다리가 붕괴될 위기에 처하자 공사가 진행됐다.
9월 당시 한참 공사 중이던 현장 모습은 또 다시 금강정비사업을 막아내지 못한 후회를 되새기게 했다. 현장 상태는 우려스러웠다. 쌓아놓은 사석을 덮은 황토는 유실돼 향후 큰물이 올 경우 위험해 보였다. 풀과 나무가 식재돼 토양이 자리잡지 못한다면, 내년 비에 무너질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그러면 다시 또 공사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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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석이 쌓인 끝에 흙이 유실된 모습. ⓒ 이경호
9월 말부터 남쪽으로 이동하는 제비가 강경의 금강변 전깃줄에 모여 있다. 이후 이동하는 길에서 나는 안타까운 현장을 만나야 했다. 4대강 사업으로 강변이 정비되면서 제비가 로드킬을 당한 곳이었다.
제비는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였다. 아직 어린 새라서 그런지 색이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올해 태어난 새끼가 강변을 달리는 차를 미처 피하지 못한 채 부딪쳐 죽은 듯했다.
나는 금강에서 몇 번의 로드킬을 목격했다. 뱀과 개구리 등이 죽은 모습도 종종 봤다. 이것이 모두 4대강 사업 이후의 모습이다. 차량 접근이 어려웠던 강변이 정비되면서 차량이 고속주행이 가능한 도로가 되었다. 그 결과 로드킬이 일어나고 있다.(참고 : 혈세로 심은 나무를 '싹둑'... 이것만이 아닙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791373)
제비는 인가 주변에만 서식하고, 사람이 살지 않는 집에는 번식조차 하지 않는다. 사람과 친근한 제비는 최근 그 개체수가 급감하면서 멸종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이런 제비가 죽은 모습을 보니 강변에 찾아가는 것 자체가 두려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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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제비가 금강변에 죽어 있다 ⓒ 이경호
4대강 사업은 제비들에게 또 다른 위협요인이 됐다. 강남으로 가서 겨울을 보내고 다시 강경을 찾아왔을 제비가 떠나 보지도 못한 채 강변에서 죽은 것이다. 금강정비사업의 또 다른 단상이다. 로드킬을 피해 전깃줄에 앉아 떠날 채비를 하는 제비들이 무사히 강남에 가서 다시 내년에 강경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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