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해고자 "가처분 기각, 오물투성이 정치적 판단"

평택법원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 "고법도 해고 무효라고 했는데" 울먹

등록 2014.10.14 18:19수정 2014.10.1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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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쌍용자동차 김득중 노조지부장이 평택지원이 지난 13일 판결한 '근로자 지위보전 및 임금지급 가처분 신청' 결정문을 찢고 있다.

쌍용자동차 김득중 노조지부장이 평택지원이 지난 13일 판결한 '근로자 지위보전 및 임금지급 가처분 신청' 결정문을 찢고 있다. ⓒ 조정훈


"우리들은 공구를 들어야 할 손으로 25명의 영정을 들었습니다. 하루하루 조합원들은 절박하고 간절했습니다. 우리의 요구는 간단했습니다. 공장에 돌아가겠다는 일념으로 우리는 6년의 시간을 버텨 왔습니다. 평택지원의 판결은 쌍용자동차의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말했지만,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장의 굳은 얼굴에는 분노가 묻어났다. 그는 동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지난 13일 수원지법 평택지원이 작성한 '근로자 지위보전 및 임금지급 가처분 신청' 기각결정문을 갈기갈기 찢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과 시민단체 회원 등 60여 명은 14일 오후 평택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의 기각결정문은 모순과 오류투성이로 정치적으로 써내려간 판결문"이라고 비판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지난 2월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2009년 187명 정리해고는 회사가 경영상 긴박한 상태에서 이뤄지지 않았고 해고회피 노력도 충분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효"라는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사측이 대법원에 상고하자 이들은 지난 5월 9일 평택지원에 쌍용자동차의 근로자임을 확인하고 밀린 임금을 지급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어 지난 1일부터 법원의 공정한 판결을 촉구하는 3보1배를 해 왔지만, 평택지원은 정리해고가 무효라는 점을 해고자들이 소명해야 한다며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a  쌍요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은 14일 낮 12시부터 평택지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근로자 지위보전 및 임금지급가처분 신청'기각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쌍요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은 14일 낮 12시부터 평택지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근로자 지위보전 및 임금지급가처분 신청'기각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 조정훈


'근로자 지위보전 및 임금지급 가처분 신청' 기각결정... "정치적 판단"

기자회견에 참석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법원의 판결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분노했다. 이들은 "평택지원이 해고자를 향한 귀는 철저히 닫고 자본을 향해선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며 재판 결과를 '오물투성이 정치적 판단문'으로 규정했다.


이들은 먼저 평택지원이 서울고법에서 폐기한 증거를 유일한 판단 근거로 삼았다고 비판했다. 삼정KPMG 보고서와 금감원, 검찰의 판단을 근거로 삼아 잘못된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증거의 내용에 대한 실질적인 판단을 하지 않고 증거의 개수만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평택지원이 정리해고의 입증책임을 해고자에게 돌린데 대해서도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만족적 가처분'이라는 이유로 입증책임을 채권자(노동자)들에게 돌렸는데, 이는 해고무효확인 소송의 일반 원칙에 따라 채무자(회사)에게 입증책임이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등법원이 일부 인정한 '유동성 위기'를 침소봉대하고 객관적으로 드러난 상황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했다"는 점도 가처분 결정의 부당성으로 지적됐다. 가처분 결정은 회생절차 개시신청 당시인 2009년 1월 9일 쌍용차가 유동성 위기에 있었음을 인정하고, 위기가 일시적인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쌍용차의 2008년 4분기 영업활동은 727억 원의 현금이 유입됐고, 매월 2000억 원이 넘는 매출이 발생하고 있었다. 게다가 2008년 12월 말 당시 현금과 회수 가능한 매출채권, 미수금 등 2283억 원을 확보하고 있었고, 3000억 원이 넘는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평택지원이 판결을 하면서 이런 점들을 외면했다는 게 해고노동자들의 주장이다.

또한 쌍용차가 정리해고 4년 전인 2005년부터 신규채용을 하지 않은 것을 평택지원이 해고회피 노력으로 간주한 것도 비판을 받았다. 해고노동자들은 "해고의 기준과 원칙은 물론 객관성에 대해 회사가 설명하고 입증해야 할 부분인데도, 정리해고를 막기 위한 쌍용차지부의 노력을 파업을 위한 수순으로만 치부했다"고 비난했다.
 
a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14일 낮 12시 수원지법 평택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근로자 지위보전 및 임금지급 가처분 신청' 기각에 대해 규탄하고 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14일 낮 12시 수원지법 평택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근로자 지위보전 및 임금지급 가처분 신청' 기각에 대해 규탄하고 있다. ⓒ 조정훈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런 결정문을 내린데 대해 개탄스럽고 인정할 수 없다"며 "판결에 승복하지 않고 정리해고 없는 세상을 향해 계속해서 싸워 나가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김선동씨는 판결 소식을 듣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조합원들이 생활고에 못 이겨 또다시 잘못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며 밤을 세웠다고 토로했다.

그는 "고등법원이 무효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평택지원은 150여 명의 노동자와 가족까지 포함해 700명을 해고한 것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며 "법원이 평등하고 노동자들을 위한 법원인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25명의 동지들이 죽어나갔지만 오늘 판결 이후에 또 어느 동지가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어느 가족이 아버지를 잃을지 모르겠다"고 울먹였다.

이창근 쌍용차지부 정책기획실장은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이번 판결문이 그들의 발목을 잡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다"며 "언제까지 이 싸움을 게속해야 할지 모르지만 지속적으로 판결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3일까지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평택지원까지 3km구간에 걸쳐 3보1배를 해왔던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15일 법원의 결정문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향후 일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쌍용자동차?해고노동자 #가처분 기각 #평택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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