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척 헤이글 미 국방부 장관은 22일(현지시간) 저녁 워싱턴 소재 평화연구소에서 제46차 한미안보협의회(SCM) 만찬 행사를 가졌다. 만찬 행사에서 악수하는 양국 국방장관.
국방부 제공
한국과 미국 양국은 당초 2015년 12월 1일로 예정됐던 전시작전통제권(아래 전작권) 전환 시기를 재연기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구체적 전환 시기를 못 박지 않고 조건들이 모두 충족될 때 전환하기로 해 사실상 무기한 연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민구 국방장관과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23일(현지 시각) 미 국방부 청사에서 연례안보협의회의(SCM)를 열고 "지속적인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 지역 내 안보 환경의 변화에 맞춰 한·미는 미군 주도의 연합군사령부에서 한국군 주도의 새로운 연합방위사령부로 전환하는 것과 관련해 한국이 제안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추진한다"는 데 합의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전작권 전환 조건은 세 가지다. 첫째는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 둘째는 전작권 전환 이후 한·미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구비, 셋째는 국지도발 및 전면전 시 초기 단계에서의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필수 대응능력 구비다.
모호하고 추상적인 전환조건, 사실상 무기한 연기로 봐야양국은 이 세 가지 조건에 대해 매년 SCM에서 평가한 뒤 양국 통수권자가 이를 바탕으로 전작권 전환 시기를 최종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에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구비될 때까지 전작권 전환을 연기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반도뿐 아니라 역내 안보 환경이 불안할 경우 전환 시기가 다시 늦춰질 수 있다'는 내용이 양국 간 합의에 포함돼 전작권 전환이 사실상 무기 연기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전환조건 자체가 모호하고 추상적인 데다가 '역내 안보 환경'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만큼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 입장에 계속 끌려갈 소지도 다분하다.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북한이 비핵화를 선택하거나 통일이 될 경우에는 조건 충족에 관계없이 전작권을 전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북한의 핵, 미사일 대응능력 핵심은 킬 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KAMD)"라며 "2020년대 중반쯤에는 충분한 능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작권 얘기 다시 나오지 않도록 빗장 잠근 것" 지적도이에 따라 양국은 2015년 12월 전작권 전환에 맞춰 이명박 정부 때 만든 문서인 '전략동맹(SA) 2015'를 폐기하고 새 문서를 만들기로 했다.
군사평론가 김종대 <디펜스21 플러스> 편집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 대선 공약으로 전작권을 이명박 정부가 합의한 대로 2015년 12월 환수하겠다고 했는데, 거짓말을 한 셈"이라며 "시기를 못 박지 않고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라는 모호한 용어로, 사실은 앞으로 전작권 얘기가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아예 빗장을 걸어 잠근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편집장은 또 "말이 좋아 '조건에 기초한'이지 전작권이라는 군사주권에 대한 주장을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도 무방하다고 본다"면서 "사실상의 주권 포기이고, 대표적인 대국민 거짓말이며, 미국에 의존해서 우리 생존을 도모할 수밖에 없다는 한국군에 대한 비관적 전망의 다른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한미연합사 용산 잔류, 용산공원 조성 계획 대폭 수정 불가피전작권 전환시기가 연기됨에 따라 주한미군사령관이 지휘하는 한·미연합사령부도 존속하게 됐다. 양국은 "전작권 전환이 이뤄질 때까지 필수 최소 규모의 인원과 시설을 포함한 한·미 연합군사령부 본부를 현재의 용산기지 위치에 유지한다"고 합의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미연합사 지휘부와 관련 보안시설 등이 잔류대상"이라며 "용산기지(243만 ㎡) 중 우리가 반환받게 될 면적의 10% 정도가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용산기지 반환을 전제로 추진돼 오던 '용산공원' 조성 계획도 대폭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또 양국은 북한의 장사정포 등에 대한 한국군의 대화력전 능력이 보강되는 시점까지 주한미군 2사단 210화력여단이 경기도 북부에 잔류한다는 데도 합의했다. 현재 경기도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에 주둔하고 있는 210 화력여단이 잔류함에 따라 동두천 일대 개발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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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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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 전환 사실상 무기 연기 "군사주권 포기, 박 대통령 공약 파기"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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