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단체, 대북전단 20만장 살포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 박상학) 회원들이 노동당 창건기념일이자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4주기인 10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 부근 주차장에서 대북전단 20만장을 날려보냈다.
권우성
1991년 채택된 남북기본합의서도 1조 1항이 '상호 인정과 존중'이었고, 부속합의서에서 삐라살포 중지를 약속하는 등, 이 문제는 남북 간의 굵직굵직한 합의에 꼭 포함됐다. 지난 2004년 장성급 군사회담에서는 '군사분계선 지역에서의 선전활동 중단'이라는 구체적 합의까지 나왔다.
올해 들어서도 1월 16일 북한 국방위원회가 내놓은 이른바 '중대제안'의 핵심 중 하나였고, 이에 따라 2월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과 북의 원동연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만난 '1차 고위급 접촉'에서도 상대방에 대한 비방·중상을 중단하기로 한 바 있다.
체제경쟁이 극심하던 80년대 초까지는 삐라 중단은 남북 모두가 원하는 것이었지만, 사실상 체제경쟁이 끝난 1990년대 이후에는 북측의 요구사항이었다. 경제난과 세습체제라는 약점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북한이 대북삐라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 이유에 대해 북한 정치 전문가인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정성장 박사는 "북은 최고지도자를 절대화하는 주체사상이라는 '국가종교'를 가지고 있어, 김정은 제1위원장을 화형시키는 그림을 넣은 전단이 살포되는 것을 '비상사건화'한다"면서 "모든 간부와 주민들이 필사적으로 막지 않을 수 없는 전체주의"라고 설명한다.
결국 이 대북삐라가 2차 고위급 접촉의 발목을 잡았다. 북측 국방위원회 서기실은 29일 '남측이 삐라 살포를 방임하고 있다, 대화의 전제인 분위기 마련에 전혀 관심이 없으며, 합의한 2차 고위급 접촉을 무산시키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는 취지의 항의전통문을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보냈다.
북측은 "고위급 접촉을 개최하겠는지, 삐라 살포에 계속 매달리겠는지는 우리측의 책임적 선택에 달려있다"고 해, '고위급 접촉'자체가 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니지만, 전망은 굉장히 어두워진 셈이다.
정부는 지난 10일과 25일 탈북자 단체 등의 대북 삐라 살포에 대해, 헌법가치인 '표현의 자유' 존중이라는 측면에서 막을 수 없다고 했고, 실제로도 묵인·방관했다(삐라를 살포하는 탈북자단체 여러 곳은 정부 지원금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전혀 설득력이 없다. 박근혜 정부 초기인 지난해 5월과 6월에는, 접경지대 주민들의 안전과 보수-진보단체간의 물리적 충돌이 우려된다며 대북 삐라 살포차량이 아예 자유로에 들어가지도 못하게 막았던 전례가 있다. 미국과 북한간에 핵전쟁이 운운되고 개성공단이 폐쇄되면서 한반도 긴장이 유례없이 높아진 상황때문이었다
헌법상 '표현의 자유' 때문에 대북전단 살포를 막을 수 없다는 정부 입장은, 지난해와 달라진 것으로 지난해 초의 박근혜 정부는 '위헌'이었다는 것을 자백한 셈이다. 만약 정부가 이후 대북전단을 막는다면 역시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 된다. 결국 정부는 나름의 판단에 따라 지난해에는 전단 살포를 막았고, 이번에는 허용했다.
그리고 이 결정이 박근혜 정부에서의 남북관계의 분수령이 될 수 있었던 기회를 날려버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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